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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남(대림대학교 교수)의 산행수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25 [21:08]
철두철미 계율 지키면 천신이 감응 한다

김용남(대림대학교 교수)의 산행수기

철두철미 계율 지키면 천신이 감응 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25 [21:08]

김용남 교수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서 태어나 강릉여자고등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교의 행복관’으로 문학석사학위를, ‘이고의 복성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강사, 동국대학교 BK21불교문화사상사 연구단 연구원,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및 불교대학원 강사를 거쳐 현재 대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리학, 유불도의 만남’, ‘이고’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중용과 선의 의미 고찰’, ‘이고의 복성론에 나타난 불교이해’, ‘정신물리학의 입장에서 본 장자의 무정’, ‘불교의 수행위차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편집자주) 
    

“영양실조 안 걸렸어요?” 육식과 오신채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친구는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물어오곤 하였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란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양실조에 대한 염려는 그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친분 있는 분들이나 부모형제는 물론이거니와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염려의 대상이 되었고, 꼭 육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받아야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말은 “정말 멸치도 안 먹어요? 골다공증 걸릴 텐데…. 우유는요?” 하는 질문이었고, 나는 일관되게 “전 부처님을 믿어요.”라는 대답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언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말들이 모두 필요 없게 되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데다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육식ㆍ오신채 섭취 안 해도 건강    

대체로 보살계를 받다 보면 계사스님께서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不殺生),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不偸盜), 사음하지 말라(不邪婬), 진실 되지 않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不妄語), 술을 마시지 말라(不飮酒)는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오계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고, 적어도 불자라면 이 다섯 가지를 꼭 지키라고 강조하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는 불살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쉽게 수긍하면서도 음식에 이르러서는 받아들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교 경전을 읽거나 역대 조사스님들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한결같이 “어차피 내가 죽이지 않은 이상 동물을 먹건 식물을 먹건 모두 남의 몸이라면 남의 몸이고 내 몸이라면 또한 모두 내 몸인데 굳이 동식물을 가려야 할 이유가 뭐람?” 하고 속에서 항변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까지 동의를 구하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연히 나를 깨는 계기가 찾아왔다.

5년 전 박사논문을 쓰면서 <원통불법의 요체>를 읽은 것이 인연이 되어 첫 친견 이후부터 14년여 만에 청화 큰스님을 다시 찾아뵈었다. 당시 큰스님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일생동안 철두철미하게 계율을 준수하시어 일종식으로 일관된 삶을 사셨으므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6년 고행상과 흡사하셨다. 나는 나의 서원을 말씀드리고 불명은 이미 있었으므로 ‘호’를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며칠 후 나는 큰스님으로부터 다시 불명으로서의 ‘영헌’이라 칭하신 우편물을 받았다. 그리고 큰스님을 계사로 모신 수계의식에 동참하였다. 법문 내내 큰스님의 말씀은 엄정하게 계율을 지킬 것을 강조하셨다. 그 법문을 계기로 수십 년 마시고 피워 온 술 담배를 끊은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는 애초부터 술이나 담배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육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워낙 채식을 좋아하여 고급 음식점보다는 절에서 먹는 음식을 더 좋아하던, 이른바 ‘절체질’이었던 터였다. 따라서 그 수계식을 계기로 무엇을 더 어떻게 바꾸어 실천하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계율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가슴 속 깊이 새기는 정도에서 머물렀다.    

오신채 섭취 금하는 이유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큰스님을 친견할 기회가 있었다. 스님께서는 이미 준비해 두신 듯한 서찰을 한 장 건네셨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계율을 지킬 것을 강조하셨다. 집에 돌아온 나는 순 한문으로만 써진 글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지계엄정”이란 제목이 굵게 눈에 들어왔다. 쉬지 않고 써 내려가신 듯한 그 다음 글들은 육재일(음력 8, 14, 15, 23, 29, 30일)에는 꼭 사시(9시~11시)에 한 끼만 먹을 것과 성생활을 하지 말 것, 오신채를 먹지 말 것, 술 담배를 먹지 말 것, 육식을 금하고 오직 삼보에 귀의할 것만을 생각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어서 각각의 계율에 대한 출처를 경전 내용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는 그 음식을 먹을 경우 냄새가 고약하게 풍기므로 천신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천신들이 주변에 계셔야 생각도 바르게 판단하게 되고, 삿된 길로 빠지지 않을 것인데, 훈채(葷菜ㆍ파, 마늘 따위와 같이 특이한 냄새가 나는 채소)를 먹음으로 인하여 그 냄새를 싫어하셔서 멀리 떠나버리신다는 말씀이었다. 사실 이 말씀은 잘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전해오는 말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수행자가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어떤 호법신장이 얼른 달려와 일으켜 주었다. 수행자가 “넌 대체 누구냐?” 하니 “저는 공부하시는 스님을 지키는 호법신장입니다.” 하더란다. “그렇다면 넘어진 다음에 일으켜 주지 말고 넘어지지 않게 해줬어야 할 게 아닌가?” 하니, “나도 그러고 싶지만 스님이 뒷물을 안 해서 냄새가 심하여 가까이 가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이다.

이 수행자에게선 훈채로 인한 냄새보다는 아마 환경적으로 청결하게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냄새였을 것이다. 우리가 늘 염송하는 <천수경>에도 도량이 청정하여 티끌이 없어야 삼보와 천룡이 내려오신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누구나 경험하였겠지만 외국인들에게서 나는 특이한 체취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그것은 그들과 문화를 달리하기 때문에 겪는 냄새일 뿐 같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느끼지 못한다. 산 속 깊은 사찰에서 음식을 가려먹으며 청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기도수행자들은 고기 많이 먹고 훈채 많이 먹는 속인들과 접촉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서 나는 악취가 너무 고약해서 뭐라 설명이 곤란할 지경이다.     

수행자는 천신이 감응할 정성 있어야    

심지어 감각기관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우리 중생들이 이러한데 천신들에게 있어서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분명한 것은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천신은 물론이요. 미물들까지도 감응할 정도의 지극한 정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정성이란 계율이 철저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오신채로 인하여 천신이 멀리 떠난다는 말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은 육식을 금한다는 내용의 출처를 대승과 소승경전을 나누어 설명하셨다. 소승에서는 십종육을 금하지만, 대승에서는 육식 자체가 우리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비의 종자를 끊어버린다 하여 일체의 육식을 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육식의 다섯 가지 허물을 정리해 놓으셨다.

첫째는 깨끗하지 못한 것, 즉 업이 두터운 것을 먹음으로 하여 그 깨끗하지 못한 업이 내 몸에 스며들게 되므로 그것이 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부정한 업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찰의 습기를 먹게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천성이 나로부터 멀리 떠나가고, 넷째는 학문, 특히 마음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섯째는 죽어서는 악도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오후불식(낮 12시 이후 불식)을 할 경우의 다섯 가지 복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첫째는 음욕심이 적어지고, 둘째는 잠이 줄어들며, 셋째는 마음집중이 잘 되고, 넷째는 몸이 편안해지며, 다섯째는 가스가 생기지 않으므로 몸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된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으나 지면으로 다 옮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슨 연유에서였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청화 큰스님의 그 글을 읽으면서 무척 환희했었다. 읽고 또 읽으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여러 장을 복사하여 만나는 불자들마다 나누어 주었다. 불자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내용이었으나 먹힐 리가 만무하므로 일단 주변의 불자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나는 내 마음이 부처임을 확철대오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지닌 사람이다. 이 말은 나의 업을 소멸시켜 부처를 이루고자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원을 세운 사람이 음식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업을 두텁게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의 사족이 필요 없었다. 무조건 육식을 완전하게 끊었다. 무조건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자고 맹세하였다.

이 글을 쓰는 인연에 부쳐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항상 나보다 앞서 시댁에서나 공식모임에서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한솥밥 먹는 도반이다. 그는 부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호법신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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