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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밟기 기도, 가자지구 분쟁과 ‘땅따먹기’ 놀이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27 [19:52]
화평서신

땅밟기 기도, 가자지구 분쟁과 ‘땅따먹기’ 놀이

화평서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27 [19:52]

◈ 2010년 봉은사, 동화사의 땅밟기 동영상으로 종교간 분쟁을 야기시키더니 2011년 미얀마 법당 땅밟기에 이어 최근 불교 성지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 내에서도 ‘땅밟기 기도’가 행해졌습니다. 종교갈등 뿐 아니라 외교적, 국제적 사건으로 비화될 위험까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땅밟기 기도'란 개신교인들이 타 종교의 성지에서 예배를 올리는 의식으로 개신교의 배타주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하보디사원에서 퇴장할 것을 요구하자 "하나님만이 오직 구원"이며 "구원받지 못한 이들이 불쌍해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합니다. 이에 SNS에서 한 목회자는 “만약 불교인이 교회에 들어가 목탁을 두들겼으면 아마 멱살을 잡고 경찰을 불려들였을 것이다.”라고 개탄했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전도행위이자 의식이었습니다.  

◈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이 계속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땅밟기 기도’와 같은 종교간 ‘땅 싸움’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는 원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다수가 무슬림이었고, 10%는 기독교도, 유대인은 4%에 불과했습니다. 1947년 유엔 총회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의 강제적인 분할 계획을 채택하여 실행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국가 창설 다음날인 1948년 5월 15일 아랍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1948년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로부터 유대-이슬람, 기독교-이슬람, 서구-중동의 갈등으로 번졌으며 현대 종교전쟁, 테러 등의 발단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스스로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1969년 야세르 아라파트가 주도하는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조직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했고, 1988년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투쟁과 테러에 나섰습니다.

19세기 후반, '유대인 국가 건설'을 사명으로 하는 '시오니즘 운동'에 따라 유럽의 유대인들이 속속 팔레스타인 땅을 밟으면서 싹이 튼 분쟁의 소지가 현대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개신교의 ‘땅밟기 기도’나 유대-이슬람교의 가자지구 ‘영토분쟁’을 보며 예전 주택가 골목 땅바닥에서 아이들이 즐기던 ‘땅따먹기’ 놀이’가 연상됩니다. 깨진 기와조각이나 떡시루 조각 등과 석필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세 번 튕겨 자기 집으로 되돌아 오면 모두 자기 땅이 되니 흥미진진하고 포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이가 끝난 후 석필로 그은 경계가 지워지면 모든 땅이 허상인란 것도 잊고 땅뺏기에 골몰했습니다. 그러나 ‘땅따먹기 놀이’가 끝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또 다른 놀이를 찾았습니다. 지나친 욕심을 가지면 도리어 땅을 잃게 된다는 교훈도 배우면서 말입니다.

◈ 종교에서의 땅따먹기인 ‘땅밟기 기도’와 ‘영토다툼’은 어린이 놀이만큼도 못합니다. 영원한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려는데만 골몰해 갈등과 전쟁을 불러 일으킵니다. 종교의 본질인 ‘평화와 화해’를 잊고 갈등과 전쟁을 통해 오로지 내 영역의 고수와 확장만을 고집합니다.

◈ 평화와 화해의 모범이 되어야 할 종교가 이 지경이니 이를 지켜보는 우리 사회의 이념과 주의·주장도 종교화된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지켜야할 상식을 무참히 짓밟는 종교의 근본주의, 배타주의가 일반 사회전반에도 물들고 있습니다. SNS 세상에는 자신의 이념과 주장과 다르면 무차별 공격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념을 벗어나면 적대감이 생기며 그러한 사람과 대상에게는 이념과 아무 상관없는 선의의 일이나 행동까지 이념과 결부시켜 비난합니다. 막무가내식 ‘땅밟기 기도’만큼 섬뜩합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행동에 대한 극을 이룬 평가도 무자비하게 이루어집니다. 말로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아냥이 세월호 가족은 물론 발언자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여론생산자의 광풍에 휘말려 일말의 배려가 없습니다. 모든 게 양극으로 이분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칠어 졌고 폭력적입니다.

◈ 종교가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우선 자성(自省)‧ 자정(自淨)을 해야 맹렬한 ‘땅뺏기 ’ 싸움을 교훈을 주는 ‘땅따먹기’ 놀이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사명인 ‘세상의 평화와 화해’를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땅밟기 기도’와 ‘’영토분쟁'을 일삼는 종교를 신뢰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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