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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추기경, 세월호 해법 시각 다른 것일까?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8/27 [11:40]
“해결사 아닌 중재, 화해자로서의 같은 입장 ”

교황과 추기경, 세월호 해법 시각 다른 것일까?

“해결사 아닌 중재, 화해자로서의 같은 입장 ”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8/27 [11:40]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아픔을 해결할 때 누가 그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족도 어느 선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엇갈린 행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염 추기경은 지난 2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사가 잘 마무리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논리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염 추기경은 "예수님도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하느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만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방한기간(14~18일) 하루도 빠짐 없이 세월호 유족을 만나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다.

이러한 교황과 추기경의 세월호에 대한 입장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과 특별법에 대한 양극화된 세력들이 그러한 행보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황과 추기경의 발언을 자기 진영의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황과 추기경 모두 해결사가 아닌 중재자, 화해자로서의 각기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것이다. .

염 추기경은 "가족들의 진심이 서로 통하고,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서로 뜻이 합쳐진다"며 "가족들과 진심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지만 정의를 이루는 건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말은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없다 차원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교황께서 전해주신 사랑과 희망과 나눔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 안에서 잘 받아들여 서로가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황 방한의 벅찬 감동을 우리 교회가 먼저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결국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차원이었지 누구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추기경 역시 서로 화해시키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염추기경은 세월호 해법을 묻자 “세월호요? 거 참,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반문했다. 해결자로서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사태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해 온 총체적 결과다. 당사자들의 아픔을 직시해야지 정의를 실현한다며 자칫 이를 이용하게 되는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 안전을 위한 국가적인 대책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걸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힘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교황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고 “침략으로 이용 당하고 노예가 됐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며 높이 평가한 것 역시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치유였지 한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입장이다. 교황은 어떤 표현에서도 ‘일본’을 지적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반도 남북 대치 상황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가족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염추기경의 북한문제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교황님이 북한과의 관계를 말씀하실 땐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지고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가족 한 나라 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 제 가슴을 때렸어요.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니 통일의 가능성은 큽니다. 그러자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노력을 해야죠. 개성공단은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이뤄지는 곳이므로 정말 중요합니다.”

염 추기경은 그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가르멜수도회 수녀였던 성녀 에디트 슈타인(1891~1942)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제자인 그는 아우슈비츠의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갈 때 사람들은 ‘정말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묻습니다. 슈타인은 말합니다. 하느님은 가스실에서 죽고 태워져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를 때 제일 먼저 올라가는 분이시다. 그런데 인간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입니다. 결국 인간이 문제라는 얘기죠. 세월호도 우리 안에 있는 문제입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키지 못하고 돈만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아온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누구 하나 동네북 만들고 희생시켜서 될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 자신이 정말 새롭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어요.”

해결사 아닌 화해자, 중재자로서의 종교인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염 추기경은 교황 방한 뒤인 지난 22일 광화문광장을 찾아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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