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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높은 신행력 발휘하는 민간신앙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8/29 [09:58]
한국불교에서 조왕신앙수용①

21세기에도 높은 신행력 발휘하는 민간신앙

한국불교에서 조왕신앙수용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8/29 [09:58]

▲ 장정태(본지 논설위원·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강사)     © 매일종교신문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인 불교와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 민간신앙 가운데 집을 중심으로 신앙되어 오던 조왕신앙은 습합관계를 이룬다.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온지 1600여 년이 지났다. 그 동안 불교는 우리민족의 정신과 문화, 사상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왔다. 단순이 전래된 시간에 의해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 불교가 우리민족의 고유한 신앙을 배타하기 보다 포용하면서 그들의 신앙을 존중하며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불교를 비롯하여 유교, 기독교, 민족종교를 비롯하여 샤머니즘, 개인적인 신앙활동까지 어우러져 함께 공존하는 사회이다.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여러 종교들이 큰 마찰없이 지내는 사회도 흔치 않다. 이렇듯 많은 종교가 자신들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며 공존하는 것은 처음으로 전래된 불교의 포용성이 정통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신앙되던 조왕이 불교와 융합되면서 불교 신앙이 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은채 고유의 공간인 일반가정에서 21세기에도 높은 신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규정되지 못하고 혼선을 가져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불교 내에 민속신앙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하는 원리와 민간신앙의 여러 가지 특성을 이루는 성격도 정리되어야 한다.
 
종교적 일상문화의 체계적인 연구 시도
 
인도에서 발생하여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입된 불교는 불교 교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 및 예술을 전파하게 된다. 이러한 예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중 하나로 사찰을 들 수 있다.
사찰은 불법(佛法)을 수행하는 승려들의 거주지이며 또한 신도들에게는 가족및 자신의 안녕을 빌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즉 신도들과 수행자인 승려들의 공동공간이 되는 셈이다. 이 사찰에는 석가모니를 모시고 있는 대웅전을 비롯 전래의 전통신앙인 산신, 도교의 칠성을 모시는 전각 등 불교, 도교, 민간신앙적 요소가 융합되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전승시켜오고 있다.
본 연구는 민간신앙으로 정착되기 이전 주부들의 민간신앙과 불교 전래이후 두 신앙의 융합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위해서
1)불교와 민속학의 이론적 탐색을 통해 불교연구의 정체성을 질서 있게 규명하고자 했다. 2)대상으로하는 ‘민간신앙’에 대한 실제적 접근을 통해 일반인의 신앙현실을 이해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불교학에서 민간신앙를 요청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종교연구에 하나의 관점(perspective)의 제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민간신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전과 조직을 갖춘 불교를 좀 더 객관화 시켜 접근하는 방법을 적용하겠다.

기존에 불교민속(민속불교)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단순히 국내외 응용불교 연구자들에게 내놓은 성과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거나 그것을 편의적으로 이용하면서 민속학의 보조적인 관계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왔다. 늦었지만 일반인의 종교적 일상문화에 대한 집중적이고도 체계적인 연구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것은 방법의 모색과 대상에 대한 실체적 이해를 돕고자 한다.
 
민간에서 전승되는 자연적 신앙과 종교
 
민간신앙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 중의 하나이다. 민간신앙에 대해서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 정의된다.

민간인이 신앙하는 자연적 종교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민간’이라는 용어는 학술용어로서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개념도 개인적으로 내면화된 차원의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므로 제도로서의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민간신앙을 교조, 교리, 교단조직을 가진 기성의 고등종교와의 대립적인 입장에서 볼 때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로, 민간신앙은 민족과 관련되는 전통적 종교라는 점이다. 두 번 째로는 원시성이 많다는 것이다. 세 번 째로는 민간신앙을 믿고 담당하는 층이 대부분 서민 또는 대중이라는 점이다.
민간신앙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 말하는 종교와 서구의 Religion이라는 종교 사이에 개념적인 차이가 있어 이 양자 중에서 어느 편을 가리키는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전승되는 자연적 신앙, 곧 민간인이 신앙하는 자연적 종교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민간신앙은 그것이 자연적인 범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지방적인 색채가 짙다. 이와 같이 성립종교와는 달리 개인신앙보다 한층 더 공동체적이고 서민적인 민간신앙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경험의 반복에 따른 판단에 그 신앙구조의 근거를 두고 있다. 자연숭배, 정령숭배, 주력숭배, 신당숭배, 외래종교와의 접촉에서 생기는 여러 숭배 등이 이에 포함된다. 그중에서 자연숭배는 인간의 생득적(生得的)인 신앙심이 민간사회에 들어와 마을생활의 밑바닥에 쌓여있는 것을 말하는데 산·바위·나무․물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은 그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 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종교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신앙형태에 따라 개인신앙과 공동신앙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개인신앙은 가신신앙·무속·점복·풍수·예조·민간의료 등 개인이나 가정을 단위로 해서 전승되는 신앙이고, 공동신앙은 동신제를 비롯한 신년제의 일부로서 마을을 단위로 동민들에 의해 공동으로 전승되는 신앙을 말한다.
 
동양종교문화에서 조왕신앙
 
조왕(竈王)은 조(竈)자와 왕(王)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낱말로서, 유사어로는 조신(竈神), 조군(竈君) 등이 있다. 조(竈)는 아궁이, 부뚜막, 부엌, 부엌귀신을 의미한다. 즉, 조(竈)자 자체가 부엌에서 모시는 신령을 의미한다. 이에 王이 결합되는데, 왕은 임금 또는 군주를 의미하는 용어로, 여러 중의 ‘으뜸’을 나타낸다. 우리 민속신앙의 신령들 중에 접미사로 王자가 붙는 신령은 업왕(가리), 성주대왕, 용왕(龍王), 뒤주 대왕신(大王神), 천왕신(天王), 부군신(府君神), 일월성군(日月聖君) 등이 있다. 즉, 어미에 왕(王)자를 붙이는 것은 한국에 있어서 어떠한 사물을 신격화할 때 붙이는 어미로 보인다. 왕(王)자와 같이 신격화할 때 쓰이는 어미로는 대감, 주 등도 있다.

가정에서의 조왕신앙은 우리들 주부가 사제자가 되어 집안에 있는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상이였다. 한 집안 식구중에 멀리 출타중에 있는 사람이 있을때면 그 사람의 밥 그릇에 밥을 수북이 담아서 부뚜막에 올려놓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가 조왕신에게 밥을 굶지않게 해달라고 축원하는 것이다. 가정내 여타 가신신앙과 다르게 직접 가정 구성원을 위한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으로 있던 가족이 무사히 귀가후, 딸의 경우 출가를 하게되면 치워지는 합리적인 신앙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민간신앙적 요소가 불교가 전래이후 불교가 가지고 있는 친화적 포용성은 이들 신앙을 흡수하게 된다. 전통사찰 뿐 아니라 빌딩 숲속에 자리잡은 포교원(사·암) 공양간(부엌)에도 조왕을 발견하게 된다.

조왕은 주부들에 의해 신앙되는 가신신앙적 요소와 무속에서 불을 관장하는 신으로 화덕이라 칭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조왕으로 모두에게 신앙되는 흔치 않는 신앙이다. 아울러 가신으로 조왕은 여성신으로 무속과 불교에서는 남성신으로 신앙되는 특이한 신앙형태다. 우리는 불교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배타적 신앙이 아니라 포용과 친화력으로 기존 토템적 요소, 샤마니즘적 요소 모두를 받아들였다.

조왕은 한국 어디를 가나 민가의 부엌 부뚜막 뒤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주부들의 소원을 성취해 주는 신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원래는 중국 도교에서 유입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김태곤은 한국의 재래신앙 속에 이미 화신(火神)이 있었으며, 이것은 자연스레 부엌의 불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조왕신앙도 전래의 고유사상 위에 도교 사상이 습합된 것으로 본다. 더구나 "조왕은 국내 절에서도 신앙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교의 조왕신앙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민간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김태곤은 도교와 무교가 이렇게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 받게 된 주된 원인은 그들이 모두 ‘미분성(未分性)에 기반을 둔 원본(原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여기서 어떤 의미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무교와 도교의 기저에는 근원적으로 우주질서를 초월하려는 원본적 욕망이 있으며, 그 열망은 분화된 논리의 세계가 아니라 미분화된 초논리의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는 뜻인 듯 하다. 홍일식은 조왕을 우리의 토속신으로 보고 있다. 산신을 비롯 27종류의 신이 있으며 그 가운데 2번째에 조왕(竈王)을 소개하고 있다. 홍일식 토속신의 순서매김이 단순히 편의에 의한 순서를 정한것인지 우리 사회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조왕을 상위에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생활에 밀접한 신앙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본지 논설위원·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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