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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연의 종교 시 산책
박상천의 ‘새벽의 유다- 어느 부활절 아침에’
이파리 없는 목련이 흰 꽃을 피운다
기사입력: 2014/10/07 [07:0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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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유다
-어느 부활절 아침에
 
박 상 천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 했던 사람이,
내가 아니길 바랐지만 아,
그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은전 삼십에 당신의 육체를 팔아 넘기고
댓가로 받은 은전 주머니를 들여다보았을 때
거긴 웃음 대신
죽음의 기인 옷자락만이
어둠 속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팔아 넘긴 것은
당신의 육체가 아닌 내 영혼이었습니다.
 
밤새도록 내린 비에 젖어 퍼덕이는
날개 잃은 내 영혼의 새 몇 마리가
자신의 살을 파먹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 부활의 아침에 당신은,
제게 허락하소서
가슴에 박을 굵은 쇠못 몇 개와
옷을 찢어 나누어 가질 사람들과
진정 쏟아 버릴 수 있는 몇 움큼의 피를.
 
내 영혼이 십자가에 걸려
뜨거운 햇볕에 말라 가장 보잘 것 없을 때
용납하소서.
 
부활의 아침에 이파리 없는 목련이
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파리 없는 목련이 흰 꽃을 피운다
 
▲     © 매일종교신문
이천 년 전, 예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나 다름없는 나라였다. 예수는 구세주요 메시아로 지상에 현현하였다. 그는 식민 지배를 받는 유대민족을 중심하고 신약의 말씀을 선포하며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늘의 섭리를 펼쳤다.
 
구세주요 메시아인 예수 앞에 성서적으로 가장 비참한 저주를 받았던 사람은 세례요한과 가롯유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수의 길을 곧게 해야 할 사명을 지닌 세례요한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자 예수는 그를 가리켜 ‘이 세상 여인이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나 저 세상에서는 아무리 작은 자라 할지라도 저보다 크다’고 말씀하였다. 그런가 하면 가롯유다를 두고 역시 ‘너는 차라리 이 세상에 나지 아니한 만 못하다’는 저주의 말씀을 남겼다. 이와 같은 저주를 받았던 가롯유다는 스승을 배신하고 은전 삼십 냥에 예수를 팔게 된다.
 
인용시 ‘새벽의 유다’는 성서에 등장하는 유다를 내세워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부제 ‘-어느 부활절 아침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일종의 신앙고백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는 시적화자의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우선 시적화자는 가롯유다로 환치되고 있다. 화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은전 삼십 냥에 스승을 판,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 했다’는 저주를 스스로 감내하고자 의지를 표명한다. 이렇게 가롯유다로 변용된 화자는 결국, 유다이자 자신이 판 것이 예수의 육신이 아닌 ‘자신의 영혼’임을 깨닫는다. 여기서 시적대상은 예수의 ‘육체’가 화자의 ‘영혼’으로 환치되지만 보다 내적으로 심화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이렇게 불신과 배반으로 받은 은전 삼십 냥의 댓가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회계관리자였으며 예수의 발등에 향유를 부은 마리아를 비난했던, 가롯유다도 결국 즐거운 ‘웃음이 아닌 죽음만이 어둠 속에 펄럭일 따름’이다. 더욱이 작가는 “비에 젖어 퍼덕이는/ 날개 잃은 내 영혼의 새 몇 마리가/ 자신의 살을 파먹고 있”다는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통해 극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성서상의 가롯유다는 끝내 자살하고 만다. 따라서 시적화자는 끝내 자신이 직접 십자가에 달릴 것을 간구한다. 그리하여 간구하기를 “가슴에 박을 굵은 쇠못 몇 개와/ 옷을 찢어 나누어 가질 사람들과/ 진정 쏟아 버릴 수 있는 몇 움큼의 피를” 승낙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십자가의 형벌은 ‘이 부활의 아침’이 암시하듯이 절망과 사망이 아닌 결국 부활과 소생을 의미한다. 자신의 ‘영혼은 십자가에 걸려/ 뜨거운 햇볕에 말라’가지만 이미 십자가에 달린 지 3일 만에 부활한 예수의 노정을 믿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맞이할 부활은 긴 시련의 겨울을 지나 “부활의 아침에 이파리 없는 목련이/ 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라는 구절로 대신하고 있다.
 
작가소개 : 박상천은 1955년, 여수에서 출생하였으며 한양대학교 국문학과에서 수학하였다.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시인협회 시협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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