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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산함澤山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13 [05:43]
느끼고 사랑하여 결혼한다

택산함澤山咸

느끼고 사랑하여 결혼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13 [05:43]

느끼고 사랑하여 결혼한다
천지는 만물의 근본이요 부부(夫婦)는 인륜의 시작이다. 주역 상권에는 건, 곤괘를 맨 앞에 놓았고 하권에는 함(咸)괘를 처음에 놓았다. 함괘는 산위에 연못이 있어 연못이 물로 산을 고루 적셔 주어 못과 산 사이에 감응이 통하게 된다. 못과 산의 본체가 합하여 부부의 뜻이 된다. 함의 뜻은 ‘다 함’인데 여기서는 ‘느낄 감’의 뜻이 된다.
 
땅 위의 못과 산을 ‘산택의 기운이 통한다[山澤通氣]’하여 느끼는 것으로 말한다. 하늘은 산을 성기(性器)로 삼고 땅은 못을 성기로 삼아, 하늘의 기운은 산을 통해 내려오고 땅의 기운은 못을 통해 모아져서 천지가 서로 사귀는 것이고, 택산은 느끼는 함괘가 된다. 마음 심(心)을 뺀 함은 ‘마음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 느끼는 것’이 된다.
 
아래의 간(艮)괘는 젊은 남자이고 위의 태(兌)괘는 젊은 여자를 뜻하니 남자가 여자에게 몸을 낮춘다는 것은 남녀가 흠뻑 사랑하여 부부가 되는 바른 행동이다[男下女 是以亨利貞取女吉也].
함은 남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천지도 느낀다. 천지가 감응하니 만물이 생겨 나오고[天地感而萬物化生], 성인은 백성을 다스림에 인심의 흐름을 파악하여 거기에 합당한 정치를 했다[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
 
남녀가 서로 느낀다는 것은 혼인한다는 것인데, 혼인을 할 때 조건만을 따지면 안 된다. 조건 없이 마음을 비워 서로가 서로를 순수하게 사랑할 때 부부가 되어야 한다[君子以 虛 受人]. 인간의 온갖 감정 가운데 오직 사랑만이 순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비우고 진정한 우정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感느낄 감, 應응할 응, 與더불 여, 說기쁠 열, 觀볼 관
 
처음 얻은 음효 “엄지발가락에 느낌이 오다” 
 
이 효는 위의 넷째 효에게 마음이 쏠린다. 발가락에 전류가 오듯이 저절로 움직인다. 엄지발가락이 근질근질하다[咸其拇]. 마음이 끌리는 넷째 효를 만나러 나가고 싶다. 움직임이 너무 약해서 길흉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감성이 있어 실은 엄지발가락의 함이 우수한 함이다.
❋拇엄지발가락 무
 
둘째 음효 “장딴지에 느낌이 오다”
 
둘째 효는 제 짝인 중심 효에게 가고 싶어서 장딴지가 먼저 움직인다. 장딴지는 경망스럽고 수동적이어서 제어가 안 된다.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면 해롭지는 않다. 조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그가 다가올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 한다[咸其腓 凶 居 吉]. 어설픈 느낌을 가지고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들떠서 함부로 나서면 흉하다고 했다.
❋腓장딴지 비 
 
셋째 양효 “허벅지에 느낌이 오니 따르게 된다. 부끄러운 일이다”
 
허벅지에 느낌이 오니 감동하여 서로를 따르니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마음이 이미 들 떠있다. 자기반성 없이 내 뜻이 따르는 사람에게 가 있으니 자제력 없는 부끄러운 짓이다[咸其股 執其隨 往 吝]. 아직은 때가 아니다. 섣부른 행동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된다.
❋股허벅지 고, 執잡을 집, 隨따를 수
   
넷째 양효 “마음 내키는 대로 오고간다”
 
마음까지 완전히 느껴진다. 바르게 하면 길하고 그동안 어설프고 서툴렀다는 후회가 없어진다[貞 吉 悔亡]. 서로가 자주자주 오고 가고 하면서 교감을 하게 된다[憧憧往來].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서 가고, 어떤 일이 궁금해서 다시 또 오기도 하며, 사랑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마음가는대로 해도 거리낄 것이 없다. 이제는 서로의 생각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朋從爾思].
이 효는 감동하는 주체이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교감이 지속되고 좋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녀의 관계도 자연스러운 가운데 서로 편하게 통해야지, 바라고 챙기고 욕심을 부리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憧자주 동, 朋벗 붕, 爾너 이, 思생각 사 
 
중심 양효 “등골이 빠져도 좋다
이 효는 욕심 없이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는 사랑하여 느끼는 곳이 등심으로 왔으니, 등심은 욕심이 없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일을 스스로 즐기는 경지이다. 사랑은 이렇게 등골 빠지는 줄 모르고 헌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님을 향한 마음에 욕심 하나 없는 등심으로 느낀다면 온 몸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咸其脢 无悔].
❋脢등심 매, 悔뉘우칠 회
 
위 음효 “볼을 부비며 좋은 말을 나눈다”
 
‘기뻐하며 좋은 말만 하고 웃어라.’ 사람의 몸의 윗부분인 입의 할 일이다. 지성으로 사물을 감동시킬 수 없어 말로만 감동시키려 한다면, 입으로 한 몫 보려는 것이니 구설수에 해당된다[咸其輔頰舌]. 그러나 남녀의 사랑에 대화가 없을 수 없으니 소근대며 밤새는 줄 모르지 않겠는가.
❋輔볼때기 보, 頰뺨 협, 舌혀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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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이 남녀 합궁의 장면을 그림처럼 그려준다면 처음 효는 아직은 서로가 쑥스러워 슬그머니 엄지발가락을 갖다 댄다. 둘째 효는 장딴지가 닿게 되어 흥분을 감출 수 없고, 셋째 효는 허벅지까지 감응이 되어 서로 포옹하고, 넷째 효는 내키는 대로 자주자주 만나서 즐긴다. 중심 효는 서로 등을 두들겨주며 안정된 사랑을 확인하고, 위 효는 볼을 부비며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동동왕래(憧憧往來) 붕종이사(朋從爾思)
동동왕래 붕종이사는 자주자주 오고가면서, 벗만이 너의 생각을 따른다는 뜻으로 자주자주 만나면서 서로의 생각을 따른다는 이 말에 대하여 공자는 「계사전」에서 “천하에 무얼 생각한다는 말이냐? 생각이란 게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도대체 무얼 생각한다는 말이냐[何思何慮]?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한 곳뿐이다. 길은 다 다르지만, 이루는 것은 하나인데 생각은 모두 달라서 백가지나 되는구나. 무얼 생각한다는 말인가. 생각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없는 가운데 깨끗하고 순수하게 통해 나오는 것이다. 동동왕래라고 하면 벌써 잡된 생각으로 오가는 것이다. 무사무위(無思無爲)로 감이수통(感而遂通)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옛날에는 뽕나무 밭에서 뽕잎을 따다가 눈이 마주쳐 뜨겁게 사랑해도 남녀의 결합이 이루어졌었다. 이것이 바로 결혼인 것이다. 남녀의 만남은 음양의 자연스러운 화합으로 우주의 섭리이다. 아무 생각도 없고 그 어떤 인위적인 것도 없어 고요한 속에서 느껴서 통하면 되는 것이다[感而遂通]. 느껴서 통하는데 무슨 생각이 필요하며 뭘 생각할 게 있느냐는 것이다. 생각이란 썩 좋은 건 아니다. 생각이란 인간이 만든 행위이다. 아예 생각이 없는 속에서 순수하게 통하는 것이다.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는 어느 시절에나 있었다. 잡된 생각으로 서로 왕래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모두들 가난했기 때문에 생각도 간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풍요의 세대이기 때문에 생각의 겹이 층층이 올라 쌓여간다. 남녀의 결합에 앞서 조건도 많고 요구도 많고 바라는 것도 많아 생각이 몇 층을 올려 쌓다가 무너지고 만다.
 
하늘의 해와 달은 무사(无思) 무위(无爲) 속에서 서로 느끼고 통하는 일이 이루어지는데 인간만이 자연의 순리와 멀어지며 동동왕래 붕종이사의 인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생각의 더미에 묻혀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릴 것을 일찍이 공자는 염려하고 있었다.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한 곳인데 무얼 그리 생각하느냐[何思何慮]”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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