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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부존재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21 [07:08]
과학적 해법 위해 알 것이 너무 많고 자료는 거의 없다

유령의 부존재

과학적 해법 위해 알 것이 너무 많고 자료는 거의 없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21 [07:08]

▲ 디스커버리 채널의 유령연구실 화면. 유령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풀기 위해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그 자료는 거의 없다.     ©

‘과연 유령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문제는 오랜 옛날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아주 오래 오래 살아있는 사람들의 논란꺼리가 될 것이다.
 
유령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사람, 그리고 유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연구하며 ‘유령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 판단은 사람 나름대로 각자가 할 일이다.
20세기 초 ‘티베트 사자의 서(書)’ ‘바르도 퇴돌’을 서양에 번역 소개한 종교학자 에반스 웬츠는 자신이 인도에서 들은 어느 유령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인도 남서부 말라바르 지방에 한 유럽인이 살다가 죽어 그곳에서 장례를 치르고 무덤에 묻혔다. 그가 죽은 지 몇 년 후 친구 한 사람이 그의 무덤을 찾아갔더니 무덤에는 울타리가 쳐져있고 무덤가에는 빈 위스키병과 맥주병들이 널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유를 물어 보았는데,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죽은 ‘신사 분’의 유령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마을 무당에게 알아봤더니 그 유령이 위스키와 맥주를 무척 마시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서도 위스키와 맥주를 좋아했고 과음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그들의 종교가 음주를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사 분’의 무덤에 그가 좋아하던 위스키와 맥주를 정기적으로 부어 주었다고 한다. 이후 유령이 말썽 피우지 않고 잠잠해진 것은 물론이다.
 
웬츠는 이 이야기를 임종직후의 죽은 자는 생전에 경험했던 세계와 비슷한 세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인용한다.
 
영혼과의 교신에 대한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또는 ‘전설의 교향’ 식이 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그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 또한 적지 않다.
 
미국에서 어느 과학자가 죽기 전에 금고열쇠의 비밀번호를 친구 한 사람에게만 알려주기로 했다. 영매가 과연 죽은 자로부터 그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죽은 후 과연 영매는 죽은 과학자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었는데 불려 나온 그 ‘죽은 자’는 열쇠번호를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영매의 능력을 전부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역시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자가 죽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야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일단 죽으면 이승에서의 기억력이 완전 또는 일부를 소실하는지 어떤지 등을 말이다.
 
웬츠가 든 예처럼 살아서 좋아하던 위스키와 맥주를 받아 마시고 흐뭇해 하는 유령이 있기도 하겠지만 죽은 후 영혼의 기억이 정말 멀쩡한 것인지 아니면 기억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일본 소설 가운데 블랙 유머적으로 등장하는 유령 하나를 소개한다. 짧은 장편(掌篇)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일본작가 호시 신이치(星 新一)의 ‘고집 센 놈’이란 작품에 나오는 일본 귀신 이야기다.
 
프런티어 정신에 투철한 어느 별의 우주 탐색대가 지구에 그들의 목장을 만들기 위해 선발대로 지구를 탐색하러 왔다. 일단 지구에 사는 주요 생물을 사로잡기로 하고 어두운 밤에 몰래 한갓진 시냇가에 전자 망을 쳐 무언가를 하나 잡아 올린다.
 
‘자, 한 놈 잡았으니 일단 흠씬 패 보자.’며 자동회초리로 패 보았지만 그 생물(?)은 꿈쩍도 않고 서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주인들은 이어서 그에게 강력한 산(酸)과 알칼리, 그리고 각종 독약을 차례로 퍼부어 보았다. 그래도 죽지 않자 다음번에는 불, 얼음냉동, 방사능, 레이저 등등의 순서로 실험을 했다.
 
결국 우주인들은 손을 들고 지구를 자신들의 목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마는 것인데, 지구에 이처럼 지독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면 그들도 대책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일단 잡은 놈을 연구용으로 쓰기 위해 데려 가는데 그 생물(?)은 그냥 선채 ‘우라메시야, 우라메시야’ 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라메시야’는 원한 많은 일본 원귀들이 중얼거리는 말이기도 하고 유령 자체를 이르기도 하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을 혼내주는 지옥불이나 바늘 산 등이 죽은 이들에게 과연 효과나 있는 것인지.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확인해 보겠다고 나선 학자도 있었다. 영국의 초 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 박사다.
 
험프리 박사는 야생고릴라 생태학자이며 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할아버지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하고 경제학자 케인스는 그의 아저씨뻘이 되는 쟁쟁한 학자 집안사람이다.
 
무신론자로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한 그는 텔레비전에 나와 심령술과 카드 점의 허구성을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 그가 1992년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령학’으로 알려진 초심리학(Parapsychology)담당교수가 되었다.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다른 초심리학 학자들과는 달리 유령의 부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보수적 대학인 케임브리지가 험프리 교수를 시작으로 처음 유령연구를 시작한 셈인데 그가 ‘유령 인정’이 아니라 ‘유령부정’ 쪽이었으므로 케임브리지에서의 연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법으로 유령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인지…. ‘정말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19세기 프랑스의 종교사가 르낭도 그의 문제작 ‘예수전’에서 기적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기적이 실재한다면 내 책은 오류 덩어리에 불과하다. 기적이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복음서들은 허구가 뒤섞인 역사, 부정확, 오류에 가득 찬 전설로 간주 하는 것이 옳다…. 기적이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고지식한 사람들만이 그것을 본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복음서는 아무도 본적이 없는 기적을 이야기 한다. 악마 유령 마법 점성술 등을 믿지 않듯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아직 우리는 생명에 관한한 정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들과 불가사의한 개인적 경험들, 그것을 과학적으로 풀기 위해서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그 자료는 거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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