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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풍항雷風恒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21 [13:11]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뇌풍항雷風恒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21 [13:11]

택산이 기운을 통하는 것은[澤山通氣] 남녀가 만나는 것이고, 우레와 바람은 서로 크게 움직이며 함께 일한다. 천지 사이에는 우레와 바람이 함께 휘돌면서[雷風相與] 천지살림이 이루어지고, 인간사회는 장남[震=雷]과 장녀[巽=風]의 성숙한 만남이 부부가 되어 가정을 꾸리어 살림하며 살아간다.
 
항괘는 장녀(바람)는 공손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장남(우레)은 밖에서 힘차게 활동하니[巽而動], 부부가 협력하고 화합해서 항구한 가정을 이루는 데 손색이 없다. 이 괘는 음과 양의 효들이 모두 상응하여 결속력이 좋아 항의 기능을 가졌다[剛柔皆應]. 처녀 총각 시절을 끝내면 부부로써 새 운명이 시작된다. 종즉유시(終則有始)야 말로 진정 항구한 것이다. 종은 시를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利有攸往 終則有始也]. 처녀와 총각이라는 미혼의 시절을 마감하고 결혼이라는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항구한 도는 부부가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아니다. 저 해와 달이 하늘에 자리를 잡아 밤낮으로 오래 비출 수 있고[日月得天而能久照], 사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속 변화하면서 오래도록 진행하고 있다[四時變化而能久成]. 성인이 그 도를 오래 간직하므로 천하가 성인의 도를 본받아 감화된다[聖人久於其道而天下化成]. 그러므로 항구한 것을 보고 천지만물의 모든 것이 항을 존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항구적인 것을 좋아하고 남녀간의 사랑에도 시랑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부부가 가정을 이루었으면 나무가 그 자리에서 꽃피고 열매 맺듯이 부부도 영구하게 일심동체가 되어 가정을 지키자고 한다. 맹서한 것을 바꾸면 안된다고 한다[立不易方]. 도전이 아니고 안정을 바라는 것이다.
 
❋剛굳셀 강, 柔부드러울 유, 皆다 개, 應응할 응, 震진동할 진,
巽괘이름 손, 공손할 손, 照비칠 조 
 
처음 얻은 음효 “철석 같이 믿고 싶었다”
 
이 효는 정적인 음으로서 항구함을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갔다. 위의 넷째 효에게 일방적으로 마음을 주었다. 그 남자가 동적인 양의 성질이 강하여 밖으로만 발동하는 것을 모르고 철석같이 믿고만 있는 것이다. 여자는 정고한 점이 장점이지만 남편의 사랑에 문제가 생긴 줄도 모르고 자기만 잘하면 된다고 고집한다[浚恒 貞 凶]. 처음부터 무작정 믿고 상황을 살피려 하지도 않았다. 세상은 변화하고 사람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 않는데, 자기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결국 퇴보이다. ❋浚팔 준
 
둘째 양효 “중도(中道)가 정도(正道)보다 우세하다”
 
이 효는 재질이 강하여 이 자리가 불편하다. 가정살림을 하는 데 후회스러운 일이 많지만, 그런 후회가 모두 없어진다. 그야말로 중도를 지키는 힘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자신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를 유지하는 힘이 오히려 정도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욕을 피하고 현상을 유지하면서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는다[悔亡 能久中冶].  
 
셋째 양효 “진득하지 못하다”  
 
자신의 강한 기질만 믿고 항구하지 못한 짓만 하고 다닌다. 사람이 진득하지 못하면 어떤 직업에서도 견뎌내지 못한다. 더욱이 부부가 인연을 맺어 가정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항심이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외도까지 하다가 수치를 당하게 된다. 용납할 길이 없다[不恒其德 无所容也].
 
넷째 양효 “사냥을 해도 새 한 마리 못 잡는다”  
 
중도를 지키지 못하여 제 위치를 잃었다. 자기를 믿고 있는 순진한 아내(초효)를 배신하고 밖에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 사냥을 한다는 일은 가정 살림에 필요한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인데, 먹을거리를 얻지 못하니 생활비도 대주지 못하면 기본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田无禽]. 오래도록 중도를 벗어났고, 제 자리도 지키지 못하니 소득이 있을 리가 없다[久非其位 安得禽也].
 ❋田사냥할 전, 禽새 금 
 
중심 음효 “고개 숙인 남편”  
 
아내가 열심히 일하여 한 가정의 경제력을 쥐고 있으나 남편은 무능하여 할 일이 없다. 부인은 한 남편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정생활은 바르고 길하다[恒其德 婦人貞吉 從一而終也]. 그러나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고 체면이 서지 않아 살아도 사는게 아니다[夫子制義 從婦 凶冶]. 남편은 아내와 자식에게 존경을 받고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부인한테 그 자리를 빼앗겨 허황하게 산다. 남편으로서의 법도를 잃었다. 고개를 떨군 남편의 모습이다.
 
음효 “가정이 파탄나다”
  
과도한 변화를 요구하여 격렬하게 몸부림치는[振] 상황이 그동안 지켜왔던 가정을 힘없이 무너뜨린다[振恒 凶]. 가정생활은 하찮은 듯한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일은 가족을 위해 필요한 부지런함이다. 안정된 가정을 이끌어 가는 데 격렬한 변화를 요구하는 몸짓은 위험한 자세이다. 한 줌 남은 항심으로 끝까지 버텨왔으나 순간으로 끝나버리고, 그동안 살림살이 한 공은 하나도 없게 되었다[振恒在上 大無功也]. 헛되게 살았다.
 
▼▲▼ 
항괘는 부부의 가정생활을 설명해 준다. 처음 효는 아내가 지나치게 남편만 믿고 있다가 외도하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둘째 효는 중심을 바꾸지 않고 항상심을 유지하여 가정을 꾸려간다 셋째 효는 전혀 안정성 없이 부끄러운 짓만 하고 다닌다. 넷째 효는 밖으로만 떠돌며 가정경제가 엉망이다. 중심 효는 부인이 야무지게 가정살림을 꾸려가고 남편은 무력하다. 위 효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가정이 파탄난다.
 
❋부부가 가정을 꾸려가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효마다 굽이굽이 나쁜 일이 많으니 한심스럽다.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적인 요구가 치열한 요즈음에 항(恒)의 세계 안에 가정이라는 도덕을 억지로 맞추어 넣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가정도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구호라도 외치면서 개혁의 기치를 들어야 마땅한지도 모른다. 아내가 일을 하는 편을 훨씬 좋아하는 현실적 남편에게는 중심 효(오효)의 ‘흉하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여 가정을 이루는 일은 자연의 행위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안에서 살림한다는 가정의 분업이 요즈음처럼 직업이 다양화 되어가는 시대에는 변화하고 있다. 아내가 능력이 있어서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할 경우 남편은 집안일을 협조해 주어야 한다. 특히 여자가 강하게 나가니까 남자가 점점 무능해진다는 식의 생각은 시대에 맞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부부는 경쟁자가 아니다. 상호 협조자이다. 경제능력을 가진 아내는 더욱 겸손하고, 남편은 가정 안의 아내의 빈자리를 도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살아내는 맞벌이 부부가 더 많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어느 편에서든지 변화를 원하면 시원스럽게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식으로 역(易)도 변해줘야 한다. 역은 변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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