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동화주의에서 다문화주의 모델로 옮겨가는 미국의 정책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29 [08:56]
선진국의 다문화사회 정책과 변모 양상(1)

동화주의에서 다문화주의 모델로 옮겨가는 미국의 정책

선진국의 다문화사회 정책과 변모 양상(1)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29 [08:56]

1. 다문화사회의 개관
 
지구상에는 많은 나라가 다문화사회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들은 각자의 나라마다 다문화사회를 이룬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정책 또한 각자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문화사회가 이루어진 배경, 추세, 방향, 내용이 다르고, 각자 자기 나라의 당면 환경에 맞추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얻기 위하여 여러 다문화국가들 중에서, 처음부터 다문화국가로 출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인종사회라는 도전에 익숙했던 미국과 캐나다를, 반면에 단일문화국가에서 다문화국가로 변하는 과정을 경험한 나라들 중에서 영국과 독일을 선정하였다.
 
이들 국가를 중심하고 외국인 이민자를 관리하는 다문화사회 관련 정책은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자기 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이민자들의 대상과 규모를 어떻게 적절하게 통제하느냐 둘째,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어떻게 정착시키고 기존 사회와 관계를 설정하여 사회 질서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셋째, 외국인 이민자가 불러온 문화의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여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켜나갈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 반이민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해마다 100여 만 명 가깝게 외국인이 이민해 오는 세계 최대의 이민국가이다. 사진은 2010년 애리조나의 가혹한반 이민법 제정에 대한 반대 시위 모습.     ©
 
2. 국가별 다문화사회 형성과 정책 분석
 
2-1 미국

미국은 백인 이외의 소수 인종이 총인구(2014년 현재 318,892,103명)의 34.1%나 될 정도로 세계에서 대표적인 다문화사회 국가이다.
 
미국 독립 직후인 1790년에 불과 400만정도 밖에 안 되었던 인구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자체적인 인구증가가 있지만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이민자 수의 증가 덕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다문화정책의 골격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이민자로부터 선호국인 관계로 수많은 나라에서 이민자가 많이 몰려들고 있는데, 이민자 유입규모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이민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이미 들어온 이민자들을 기존사회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통합정책이라 할 수 있다.
 
2-1-1 다문화사회 형성
미국 다문화사회의 형성과정과 진행의 역사는 미국의 이민정책과 그 괘를 같이하며 이러한 이민정책은 국가 내부의 정치 환경과 경제 상황에 따라 촉진과 억제를 반복해 왔다.
건국 초기에는 절대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이민자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었고 따라서 이민자들이 자유로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다가 1862년 연방의회의 입법에 의해 최초로 이민을 규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에도 외국의 범죄자, 매춘부 등 문제 인물들의 통제가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이 꾸준히 유입되었다.
 
19세기 말, 미국 서부의 금광개발과 대륙횡단 철도 건설이 본격화 되면서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건설사들이 중국인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중국인 이민들이 미국 서부 지역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1882년 유색인종 배척운동이 거세지자 의회는 중국이민을 막기 위해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을 제정하였다.
 
그 후 1907년에는 당시 중국인 이민자 못지않게 많았던 일본인 이민자까지 금지시키더니, 1924년에는 ‘할당법(割當法: Quota Act)' 제정을 통해 아예 아시아인 모두를 금지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새로운 세계 변화에 맞추어 1952년에 ‘이민·국적법(메카란-월터법)’을 제정하였으나, 이것은 종래 귀화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던 아시아인의 귀화를 허용하면서도 아시아 각국에도 입국 할당을 유지하는 것으로써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차별 대우는 계속 이어졌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시민들의 인권운동이 활발해지자 미국정부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여 1965년에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를 수정하게 되었다. 이 수정 이민법은 평등 원칙을 적용하여 거의 40여 년간 유지해 오던 나라별 할당제를 폐지하였다. 이에 따라 연간 서반구(남북아메리가)에서 12만 명, 동반구(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17만 명을 이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1896년에는 ‘이민개혁과 통제법(Immigration Reform and Control Act) 제정을 통해, 멕시코계 이주민의 불법 이민통제를 강화하고, 불법체류자를 피고용인으로 사용하는 고용주에 대한 제재강화, 취업증명서가 없는 장기 체류자에 대한 자진 신고기간 마련 등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히려 이민자들이 가족을 불러들여 연쇄이민을 초래하거나 불법이민자들의 본국으로의 귀환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만 초래하였다.
 
이와 같이 여러 시도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국 정부는 1990년에 ‘반이민법(Proposition 187)을 통해 불법이민·불법체류자를 모두 사면해 주는 대신 이민 허가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하여 몰려드는 이민을 통제해 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남아메리카계 이민의 증가를 막지 못해, 미국의 전체 인구 중에서 히스파닉계 인구비중이 크게 늘어나 2000년 초반부터는 흑인종을 앞지르게 되었다.
 
2001년도에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폭발 테러를 계기로 불법이민에 대한 조치가 더욱 강화되고 입국심사도 한층 엄격해졌으며, 특히 2004년부터는 모든 입국자에게 사진과 지문을 요구하는 등 입국 문턱을 크게 높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해마다 100여 만 명 가깝게 외국인이 이민해 오는 세계 최대의 이민국가의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백인의 인구비중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2-1-2 다문화사회 정책
미국의 주류사회는 미국 초창기에 이민을 와서 미국 건국을 주도했던 WASP(백인계+앵글로+색슨족+개신교도인)라도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다문화사회정책은 바로 이 WASP가 중심이 되는 주류사회로 이민자들을 통합하는 동화정책으로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 왔다.
 
미국으로 이민 온 모든 소수 민족들은 주류사회에 녹아 흡수되어 하나의 사회로 통합된다는 소위 용광로(Melting Pot)전략은 1950년대 까지 미국의 사회통합의 기본철학이자 담론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이민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1929년 대공항 약탈폭동, 1935년 뉴욕 할렘폭동, 1965~68 LA 등 전국 슬럼가 폭동, 1968년 킹 목사 암살로 125개 시에서 폭동발생, 1880년 마이애미 폭동, 1992년 LA 폭동 등과 같이 인종간의 충돌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용광로이론은 미국사회를 담고 있는 ‘실상’이 아니라 ‘허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은 이러한 비판과 반성을 토대로 자신들의 사회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미국사회는 차이나타운(Chinatown)이나 코리아타운(Koreatown)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용광로가 아닌 잘 버무려진 셀러드 바울, 즉 소스에 의해 버무려는 졌으나 여전히 자신들의 본래의 모양과 맛을 그대로 갖고 있는 재료들을 담은 그릇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고래를 들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성찰을 토대로 미국의 다문화사회 정책은 동화주의 모델에서 다문화주의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사회통합 정책은 동화주의 모델의 토대로 ‘인종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시각을 ‘문화의 다양성’에 맞추기 시작하였다.
* 이재영, <우리나라 다문화사회 정책의 새 패러다임 구축 방안> 참조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