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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법난 기념관’ 건립 놓고 공방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30 [08:41]
“혈세로 불교재산 증식”vs "공공적인 사업"

‘10·27 법난 기념관’ 건립 놓고 공방전

“혈세로 불교재산 증식”vs "공공적인 사업"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30 [08:41]
서울 종로 조계사 인근에 ‘10·27 법난 기념관’을 건립하는데 대한 교계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불교 기념관을 건립하고 불교에 귀속시키는 것은, 결국 정부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불교 재산을 파격적으로 늘려주는 형국”이라는 개신교계의 반발과 “기념관 건립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10ㆍ27 법난으로 피해를 입은 자와 불교계의 명예 회복을 위해 법령에 근거해 추진하는 공공적인 성격의 사업”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10ㆍ27 법난은 신군부가 1980년 10월27일 자행한 국가폭력으로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를 무참히 유린한 사건이다. 당시 신군부는 군인과 경찰 등 3만2000여 명의 공권력을 동원해 전국 5731개 사찰을 군화발로 짓밟고 2000여명의 스님과 재가불자들을 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하며 불교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로 인해 종단을 대표하는 ‘큰스님들’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파렴치범으로 낙인 찍혔다. 당시 종단을 이끌던 스님들이 대부분 연행돼 종단 종무행정이 마비된 것은 물론 불자들의 수도 감소하는 등 불교의 위상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1998년 당시 강영훈 총리의 공식사과와 2007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으로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2008년에는 ‘10ㆍ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되면서 30년 만에 아픔을 추스를 길이 열렸다.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사업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10ㆍ27 법난기념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건립불사의 첫 발을 내딛었다.

문제의 발단은 인터넷매체 조선비즈가 “정부가 전체 사업비의 90% 가까운 1,534억여원을 부담하면서 서울 한복판인 종로 조계사 인근에 ‘10·27 법난 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는 보도를 함으로써 불씨가 되었다,

교회언론회는 즉각 “이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종교편법’이 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 기념관의 전체 사업비는 1,687억원인데 이 중 90%를 정부가 부담하여 근처 토지를 매입하고, 그 위에 기념관을 지어 조계사에 넘겨준다는 것이 다종교 국가에서 가당키나 한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불교가 1980년대 신군부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은 것이 불교 법난이라는데, 대부분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일”이라고 법난 자체를 폄하했다. 이어서 “그럼에도 명예회복과 함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들여 기념관을 세우는 일은 국민들에게 막중한 짐을 지라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업계획에 들어간 대부분의 토지는 사유지로, 이를 국가와 불교계가 매입하면 그 안에 있는 서민들을 생업 현장에서 몰아내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면서까지 그곳에 불교 성지를 만드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타당한지, 먼저 국민들에게 물어보라”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이제라도 이런 계획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며 “정부의 노골적인 특정종교 밀어주기나, 서민들의 생활공간을 차지하면서까지 종교 기념관을 지으려는 불교의 횡포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비즈’(10월29일)의 보도가 나가자마자 10ㆍ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원회(위원장 정만스님)은 그날 오후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기사를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법난심의위는 “기념관 건립은 법령에 근거해 추진하는 공공적인 성격의 사업”임을 기념관 건립을 위한 부지를 조계사 일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법난 당시 신군부의 군작전명이 조계사가 종로구 견지동 45번지에 위치한데서 착안한 ‘작계 45’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10ㆍ27 법난의 상징적 공간이자 한국 불교의 중심적 위치”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가가 세금으로 전례 없이 특정종교에 땅을 사줬다는 주장과 관련 “기념관 건립에 대한 국가예산 지원은 단순한 종교단체 지원 사업이 아니라 특별법에 근거하여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특정종교에 대한 특혜지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기념관 소유에 대해서도 “기념관 부지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국가에 귀속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종단의 소유로 귀속된다 하더라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도, 교환, 대여, 담보의 제공이 금지되는 등 재산처분의 제한이 있으므로 민간의 자본증식을 위한 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기념관 건립 사업은 법난의 진실을 알림으로써 불교계의 명예를 회복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교훈의 장소이자, 미래지향적 국민화합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는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총무원도 해당 매체에 정정기사 보도를 요청하는 등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는 “10ㆍ27 법난의 역사적 의미와 기념관 건립 취지를 호도하는 악의적인 보도로 종단의 명예가 또 한번 실추됐다”면서 “종도는 물론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법난심의위원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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