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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타락의 원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1/05 [23:52]
“自省과 認定없는 종교는 사악해진다”

종교타락의 원인

“自省과 認定없는 종교는 사악해진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1/05 [23:52]

▲ 이옥용 발행인     © 매일종교신문
◈ 5년여 모든 종교를 다루는 신문을 만들며 각 종교의 교리와 현실상황을 접했습니다. 교리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종교심과 취지를 확인한데 반해 돈과 권력으로 인한 타락·부패, 종교간·종교내 갈등, 사이비를 비난하며 자신도 사람들을 미혹하는 사이비로 전락하고 마는 종교현실 또한 자주 접했습니다. 종교다운 종교 모습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뉴스가 오히려 뜻밖의 화제와 미담이 되는 현실이었습니다.
 
◈ 많은 종교지도자도 만났습니다. 각자 독실한 믿음을 갖고 있는 그들의 신앙심과 생활 면면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최근 만난 유교의 수장인 서정기 성균관장의 말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는 지난 9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한국 종교지도자로서 만났는데 간담회 때 ‘사과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천주교인을 박해하고 순교케 한 것에 앞장 선 유림을 대표한 사과였고, 고맙다는 것은 가톨릭이 유림사상의 근간인 조상 제사를 허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척화(斥和)는 유림으로선 뿌리깊은 신앙이었지만 그로 인한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한 것입니다. 또한 가톨릭이 우상숭배라고 터부시했던 조상제사를 한국적 전통으로 인정하고 허용한 것에 감사를 표한 것입니다.
 
자성(自省)과 인정(認定)이 종교간 평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한 불교지도자는 “교황은 천주교 탄압을 앞세워 병인양요를 일으키고 무차별 방화와 대량의 서적·보물을 약탈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하라”고 강변했지만 이 역시 ‘개신교인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사과했듯이 충분히 자성과 인정이 이루어지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 정치·사회는 물론 모든 종교가 절대적·맹목적일 때 그 진정성을 잃고 타락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것만이 최고·최선이라며 절대시할 때 상대와 부닥치게 되며 목적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더욱 맹목적인 이데올로기가 형성됩니다. 평화를 해치고 갈등과 분열, 전쟁을 유발시킵니다. 지상보다 천국만을 생각게 하고 기복신앙에 빠지는 등 미망과 현혹에 휩싸이게 됩니다. 자기합리화로 인해 자신에 대한 반성과 타인에 대한 인정은 점점 사라집니다. 화해와 용서의 종교적 미덕은 멀어지고 사조직폭력조직처럼 단순화되고 이익집단화됩니다.
 
◈ 한 신흥종단의 원로급 신자와 대화중 “누구든지 내가 절대적으로 믿는 교주에게 욕하는 자는 가만 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날 자기가 믿는 교주에게 욕하는 사람을 혼냈다는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늘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교주에게 신세졌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한곳의 신흥종단에서는 본지에 그 종단의 마음에 들지 않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자 ‘조직을 동원해 쳐 들어오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했습니다.
 
신앙보다 의리· 인정이 앞서는 이익집단화한 종교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자기종교가 절대적이라 할지라도 그 종교를 믿고 행하는 사람이 맹목적이거나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을 한다면 오히려 자기 종교와 교주를 욕되게 하고 믿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종교는 절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타인을 인정할 때 종교가 부흥하고 마침내 종교의 목적을 이루는 것입니다.
 
◈ 종교가 정도(正道)를 지키지 않으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세(勢)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한 종단의 지도자는 세계평화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끈질기게 참석을 요청하는 교단이 있었는데 주최자의 과시용으로 이용돼  애꿎은 신도들을 유린하는 것 같아 거부했다고 합니다. 타 종단의 지도자를 ‘얼굴 마담’으로 이용해 주최자의 위상을 높이고 세력을 키우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멋모르는 외국인 종교지도자가 종단을 방문하여 ‘집회에 왜 참석하지 않으냐’고 해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니 항공비 호텔비 지원으로 등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며 난감해 했다고 합니다. 종교가 정치판의 권모술수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그러다보니 믿음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에 불신과 의심이 쌓여갑니다. 종교화합을 주도하는 단체의 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범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룬다’는 저희 신문에 대해 ‘어떤 종단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것인가’, ‘어떤 사적 욕심이 있는가’ 하는 의심을 했다고 합니다. 일단 진정정을 의심하고 보는 습성이 종교계에서도 몸에 밴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용당하기 쉽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종교의 타락이 만연해진 것입니다.
 
◈ 이글을 쓰면서 침례교 목사로 하버드 대학에서 이슬람 연구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찰스 킴볼(웨이크포리스트 대학 종교학 교수)의 말이 떠 오릅니다.
 
그는 ▲절대적인 진리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건설 ▲목적이 모든 수단 정당화 ▲성전(聖戰)을 선포하는 것을 ‘종교타락의 징후 다섯가지’로 거론했습니다.
‘씨알의소리’를 발행한 사학자 함석헌 역시 그와 일맥상통하게 ▲특정한 정치 경제이념에 예속된 이데올로기 ▲경전과 교리를 절대화 하는 것 ▲땅을 경시하고 하늘만 중시하는 천국직행 ▲무한성장 축복론과 거인숭배 ▲실질적 돈 숭배에 빠져든 것 등을 다섯가지 우상으로 꼽았습니다.
 
자신의 것만 절대적으로 여기고 自省과 認定이 없는 종교는 결국 타락하고 사악해진다는 교훈을 줍니다. 종교의 진정성을 가꾸기 위해 종교지도자, 신자 등 모든 종교인들이 음미해볼만한 교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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