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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택규火澤睽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1/17 [08:43]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우리

화택규火澤睽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우리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1/17 [08:43]

불[火]은 위로 타 올라가고 못[澤]의 물은 적시어 아래로 내려가니 서로 어긋난다. 보통 사람은 서로가 같은 것을 직접 보면서 같다는 것으로 인해 서로 친숙해진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것 때문에 어긋난다. 성인은 사물의 이치는 본래가 같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어긋남을 화합하게 한다. 하늘과 땅은 어긋나지만 하는 일이 같아 만물이 나온다[天地睽而其事同也]. 남자와 여자도 성질이 다름으로 서로 어긋나지만 서로의 뜻이 통하므로 혼인하여 아이를 낳는다[男女睽而其事同也]. 만물이 만 가지로 어긋나있기 때문에 만물이 될 수 있다[萬物睽而其事類也]. 모두가 공기를 호흡하고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립이 화해로 화하여 생명의 창조와 번식의 작업을 한다는 경이로움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규를 이용하는 시기와 쓰임이 큰 것이다[睽之時用大矣哉].
 
달리 말하면 물과 불 두 요소가 같이 있을지라도 섞이는 것이 아니고 제 본성을 견지하는 것을 보면서, 군자는 같으면서도 다른 것[同而異]을 알게 된다. 병이(秉彛) 즉 본래의 도를 지키는 것은 도에 뜻을 두고 도를 추구하는 의도는 같으나 처세하는 방법과 견해의 차이, 가치관등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같아서 서로 화합하고 포용하여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그러나 좋다고 마냥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和而不流].
대동(大同)을 못하는 자는 도리를 어지럽히고 이치를 어기는 사람이고, 홀로 자신의 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자는 세속을 따라 나쁜 습관에 물든 사람이다.
❋睽어긋날 규, 類같을 류, 秉잡을 병, 彛떳떳할 이
 
처음 얻은 양효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할 때가 있다”
 
이 효는 위의 넷째 효와 정응은 아니나 같은 부류여서 친한 사이다. 그런데 타고 갈 말을 잃어버렸으니 당장은 그를 만날 수가 없다. 그러나 말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잃어버린 그 말이 다시 돌아온다[喪馬 勿逐自復]. 이럴 때 그 말을 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 봐야만 허물이 없다고 했다[見惡人 无咎]. 여기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은 셋째 효인데 넷째 효를 만나러가는 도중에 지키고 서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을 꼭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서로 반목하는 시기에는 서로 친한 사람도 만나면 혹 잘못될까 걱정되는 차에, 싫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혹시 뒤에 원망이나 보복을 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함이다.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넘고 가야하는 과정인 것이다. 대립과 불화의 시대에도 허물없는 자세를 취하여 후회가 없도록 해야 한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양화(陽貨)를 만난 일이 사례가 된다.
 
양화는 노(魯)나라 계손(季孫)씨의 가신으로 계손씨를 몰아내고 국정을 제맘대로 휘두르면서 공자를 만나기를 원했다. 공자는 찾아가지 않았다. 그러자 양화는 공자가 없을 때를 틈타 공자의 집으로 돼지고기를 보냈다. 이에 공자는 양화가 없는 때를 골라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양화와 마주쳤다. 그는 피할 수 없어 담소를 나누며 몇 마디 주고받았다. 이로써 공자는 무사할 수 있었다[󰡔논어󰡕 「양화」17].
 
악한 사람을 만나지 않고 피해를 당하는 것 보다는 만나서 허물을 면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喪잃을 상, 逐쫓을 축, 復돌아올 복
 
둘째 양효 “임금님을 후미진 골목에서 만나다[遇主于巷 无咎]”
 
이 효는 신하이고 위의 중심 효는 인군이다. 어긋나는 시절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만나지 못하고 남의 눈을 피해 후미진 곳에서 만나야 허물이 없다. 평상시라면 예에 어긋나는 일이다. 군신 사이의 친함을 과시라도 하는 듯이 만나면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오해와 의심을 품고 가만히 두지를 않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어긋나는 시기인지라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다.
❋遇만날 우, 巷골목 항
 
셋째 음효 “수레를 당기고 소뿔을 받치며 방해한다”
 
이 효가 맨 위에 있는 위 효를 만나러 수레를 타고 간다. 그런데 둘째 효가 수레바퀴가 구르지 못하게 뒤에서 잡아당긴다. 만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도 끌고 가는 소를 이번에는 위에서 넷째 효가 소의 뿔을 받친다[見輿曳 其牛掣]. 이 효가 위 효에게 가는 데 위아래에서 방해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만나려고 발버둥치다가 죄에 걸려 코를 베이고 머리를 깎이게 된다[其人 天且劓]. 이 효는 심한 고초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어렵게 만날 사람을 만나게 된다[遇剛].
처음엔 어려움도 많고 아무 성과도 없지만 끝은 결과를 본다는 뜻이다.
❋輿수레 여, 曳끌 예, 掣부딪칠 체, 且또 차, 劓코베일 의
 
넷째 양효 “믿음이 제일이다”
 
이 효는 위아래 두 음효 사이에 끼어 있어서 외롭다. 착한 지아비인 처음 효를 만나야 한다[睽孤 遇元夫]. 지금은 규리(睽離)의 시절이라 모두가 불신하고 있으니 더욱 더 믿음으로 사귀어야 불신이 없어진다[交孚 厲 无咎]. 두 양이 지성으로 서로 합하면 어떤 위험인들 구제하지 못하겠는가. 믿음으로 서로 결속해야 한다. 제 짝인 처음 효를 만나서 이 어긋남을 해결하고자 하는 뜻이 행동으로 옮겨지므로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交孚 志行也].
❋孤외로울 고, 元착할 원, 孚믿을 부
 
중심 음효 “살코기를 씹듯이 순조롭다”
 
이 효는 둘째 효를 만나게 되어 후회가 없다. 둘째 효를 만나려는 데 그가 순순히 잘 응해 주니 그의 연한 살을 씹는 것처럼 부드럽게 잘 먹혀들어간다는 것이다[悔亡 厥宗 噬膚 往 何咎]. 둘째 효가 딱딱하게 굴거나 불친절하게 만나주지 않았다면 힘들텐데 환영하고 만나주니 다행인 것이다. 이 효와 둘째 효의 만남은 중요한 사람들의 대담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되어 화합하면 온 나라의 경사가 된다[厥宗噬膚 往有慶也].
❋厥그 궐, 宗일가 종, 噬씹을 서, 膚살 부, 慶경사 경
 
위 양효 “비가 내려 진흙돼지도 귀신수레도 다 씻겨내린다”
 
어긋남이 극도에 달하여 홀로 외로운데다가 의심이 쌓이고 망령스럽기까지 하다. 이 효에게 오고 있는 셋째 효의 모습을 보고 ‘험상궂은 돼지가 진흙까지 짊어지고 온다’, ‘귀신을 실은 수레가 오고 있다’는 등의 공연한 의심을 품는 것이다[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이 효는 셋째 효가 이렇게 험한 모양으로 올 뿐만 아니라 자기를 해치려 온다는 의심까지 품는다. 그는 해치러 오는 사람이 아니고 청혼을 하려고 오는 사람이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의심을 풀고 만나게 된다[匪寇 婚媾].
 
이 효가 셋째 효를 만나는 것을 비를 만난다고 표현하는 것은 양이 음을 만나기 때문이다[遇雨]. 남자가 여자 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고 첫날밤을 자는 것을 우우(遇雨)라고 한다. 비가 내리면 의심이 다 풀리고 서로 화합이 되는 것이다. 서로 헐뜯고 의심했던 감정들이 다 풀린다. 비온 뒤에 먹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로 되는 것처럼[往 遇雨則吉].
❋豕돼지 시, 負질 부, 載실을 재, 鬼귀신 귀, 寇도둑 구, 媾혼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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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睽)는 대립과 불화로 인해 서로의 유대가 깨져 혼자 남게 되었다가 작은 성공들을 쌓아서 새로운 공동성과 유대를 찾게 된다는 괘이다. 지금은 어긋나 있지만 언젠가는 서로 기꺼이 만날 때가 온다는 것이다.
 
처음 효는 어긋난 시기의 초기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나지만 만나고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싫은 사람도 만나 주어야 한다는 장애물 경기가 가로놓인다. 둘째 효는 만나야 할 사람을 남의 눈을 피해서 으슥한 곳에서 만나야 한다. 셋째 효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 온갖 고초를 다 겪은 뒤에야 간신히 만난다. 넷째 효는 외롭게 지내다가 진실한 방법으로 만나는 길을 찾아 뜻을 이룬다. 중심 효는 비교적 순조롭게 만나서 기쁘고 중요한 사람들의 만남은 나라에도 경사를 가져 온다. 위 효는 의심과 오해로 뒤틀리다가 결국은 만나서 모든 것을 풀어 화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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