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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영화와 숫자● <묵시록>에 등장하는 4명의 기사

이경기 | 기사입력 2015/01/15 [16:18]
7개의 봉인 뜯자 ‘백마’ ‘적토마’ ‘흑마’ ‘황색 말’ 등이 출현

종교 영화와 숫자● <묵시록>에 등장하는 4명의 기사

7개의 봉인 뜯자 ‘백마’ ‘적토마’ ‘흑마’ ‘황색 말’ 등이 출현

이경기 | 입력 : 2015/01/15 [16:18]

▲ 화가 에달 안톤 레프트로프가 그린 ‘그리스 정교회가 언급한 묵시록 풍경’.     © 매일종교신문
▲ 1518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요한이 천사장을 통해 ‘계시록’에 대한 전갈을 받는 장면을 묘사한 유화 그림.     © 매일종교신문
▲ 러시아 정교회 건물에 단골로 장식되고 있는 ‘묵시록’ 풍경을 묘사한 16세기 작가 미상의 그림.     © 매일종교신문
▲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잔혹한 본능은 지옥의 아수라장처럼 묘사해 공감을 받았던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 매일종교신문

『묵시록』혹은 『계시록』 6장에서는 그리스도가 두루마리에 감겨 있는 7개의 봉인 중 처음 4개를 뜯자 4명의 기사(騎士)들이 등장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4명의 말 탄 기사들은 세상의 평화로운 질서를 흔들어 놓을 파괴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이다. 그들의 출현을 묘사한 장면을 인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백마를 탄 기사는 전쟁: 흰 말을 탄 자는 활을 소지했고 면류관을 받고 나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한다.

2. 적토마를 탄 기사는 학살: 붉은 말을 탄 자는 큰 칼로 서로 죽고 죽이는 짓을 자행해 이 땅에서 평화를 없애려고 한다.

3. 흑마를 탄 기사는 흑사병: 손에 거울을 든 말 탄 자는 ‘하루 품삯은 밀은 한 되, 보리는 석 되이다. 올리브와 포도주는 손상 시키지 말라’는 속삭임을 듣는다.

4. 황색 말을 탄 기사는 죽음: 황색 말을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며 그의 뒤는 저승이 뒤따른다. 

『신약』의 마지막 권인 『계시록』은 로마의 도미티아누스 황제 치하에서 기독교인들은 혹독한 탄압을 받을 당시 팻모스 섬에 유배된 사도 요한이 로마 황제를 숭배하느라 차라리 순교를 택하겠다는 기독교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의도로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시록』6장 8절에는 ‘4명의 기사들은 세상의 종말을 재촉할 전쟁의 결과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지배자들은 모두 죽음을 당할 것이며 순교자들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고 언급하고 있다. 
‘봉인된 7개의 두루마리’는 『구약』 ‘에스겔서’ 2장 9절과 14장 21절에서 처음 등장하고 있으며 후에 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 소재로 활용된다.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는 4명의 기사의 모습을 간담이 서늘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형 목판화를 남긴다. 

1916년 스페인의 빈센트 블라스코 이바네즈(Vicente Blasco Ibanez)는 『묵시록의 4명의 기사 Los Cuatro Jinetes del Apocalipsis』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사회주의 지식인이자 알콜 중독자인 체르노프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친구 4명을 기사로 만들어 전쟁터로 보낸다. 이들 4명은 정복, 전쟁, 기근, 사망을 뜻한다고 풀이 받았다. 

원작은 렉스 잉그램+케빈 브라운로우 공동 감독에 의해 <묵시록의 4명의 기사 The 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1921)로 영화화 된다. 영화는 흥행 요소를 위해 많은 부분을 부분 수정해서 각색했다. 

아르헨티나 목장주인 마다리아가는 2명의 딸을 두고 있다. 장녀는 프랑스인, 차녀는 독일인과 각각 결혼한다. 할아버지가 된 마다리아가는 프랑스 손자 훌리오를 편애한다. 마다리아가 사후 막대한 재산은 훌리오와 장녀가 분할해서 상속 받는다. 훌리오는 화가로 활동하다 유부녀 마게리트와 사랑에 빠진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마게리트의 남편은 참전했다 눈 부상을 당해 그만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애국심과 마게리트의 환심을 얻기 위해 훌리오도 전쟁에 참전한다. 
전쟁터에서 훌리오는 이모의 아들과 적대적 관계로 만나 서로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 운명에 빠진다는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 인기 스타였던 루돌프 발렌티노가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겨준 훌리오 역을 맡고 있으며 그와 사랑에 빠지는 마게리트 역은 앨리스 테리가 출연하고 있다. 

이 소재는 1962년 글렌 포드가 주역을 맡아 다 시 한번 리메이크 된다. 

봉인된 두루마기 신화는 스웨덴의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제 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1957)으로 극화한다. 영화는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기사(막스 폰 시도우)가 두건을 쓴 죽음과 목숨을 담보로 한 내기 장기를 둔다. 

신에게 삶,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안토니어스 블록(막시 폰 시도우)의 심리를 드러내 주려는 듯 죽음, 마녀, 승려, 교회 화가, 대장장이 편자공 등이 등장하고 있다. 
페스트가 창궐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시종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는 암울한 분위기로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북유럽 예술 영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다. 

『묵시록』에서는 ‘세상의 종말’을 비롯해 ‘아마겟돈의 싸움’ ‘바빌론의 멸망’ ‘머리가 7개인 용의 패배’ ‘최후의 심판’ 등 세상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긴박하고 암울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묵시록』에서 언급한 ‘세상의 파국’이 도래하지 않자 종교 지도자들은 수많은 예시를 들어 비유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바다에서 666마리의 짐승이 일어날 때 종말이 다가오며 미국의 종교 지도자 윌리엄 밀러는 1844년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구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배우 출신 미국 대통령 로날드 윌슨 레이건 Ronald Wilson Reagan은 이름이 모두 6자씩으로 구성돼 악마적인 숫자를 연상 시켜 주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작가 겸 문예 비평가 해롤드 블룸은 ‘묵시록에서 언급한 내용은 단테, 밀턴, 브레이크 등 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자비나 지혜는 찾아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피터 예이츠도 ‘실용적인 내용이 있다고는 해도 터무니없고 돼지처럼 불결한 존재’라고 동조했다. 

프란시스 F. 코폴라 감독이 조셉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을 극화한 것이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1979). 베트남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즈음. 윌라드 대위는 캄보디아 정글에서 신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전직 그린베레 간부를 처형하기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 
즉흥적인 인명살상을 자행하는 전쟁광 길고어 대령(로버트 듀발). 전쟁을 빙자해 드러나는 인간의 여러 잔혹한 본능은 지옥의 아수라장을 떠올려주는 풍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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