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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덕목(德目)

김재홍 | 기사입력 2015/01/19 [12:06]
지구 다녀간 나그네 1,060억 명중 삶의 가치 자각한 사람은?

나그네의 덕목(德目)

지구 다녀간 나그네 1,060억 명중 삶의 가치 자각한 사람은?

김재홍 | 입력 : 2015/01/19 [12:06]

▲ 김재홍     © 매일종교신문
미국의 어느 통계학자가 상고시대上古時代부터 지금까지 지구를 다녀간 나그네들이 약 1,060억 명 이라고 추정하였다.
 
이 추정치의 정합성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다녀간 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 지구를 다녀간 수많은 이들 중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자각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었을까 생각이 든다.
 
불가佛家의 논리를 빌리자면 이 세상에 생명生命으로 태어나기가 어렵고, 그 생명 중에서도 특히 사람으로 태어나기란 억만 겁의 인연因緣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알고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의 생명이란 말할 수 없이 존귀尊貴함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 한번 오기가 그처럼 어렵고 소중한 인간의 생명이 얼마 안 가서 죽어야 하는 생명의 유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생명은 한 번의 태어나면 반드시 한번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축복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소중하고 유한한 시간을 의미 있게 그려가야 하는 것이 지구촌 나그네들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영원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는 무엇인가?
 
수많은 인생길의 나그네인 우리 모두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덕목에 대하여 성현聖賢들이 남긴 경전經傳중에서 주역周易에서 그 길을 묻고자 한다.
 
나그네는 여행길에서 성인聖人의 말씀에 순종해야 길吉하다.
 
주역周易의 화산여괘火山旅卦에서 여旅는 나그네, 방랑인, 손님으로서 지구상에 와 있는 시간時間 여행旅行의 나그네를 의미한다. 전체적인 의미를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나그네는 밝은 진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어지선至於至善의 경지에 나아가 머무는 것이 나그네인 여旅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괘卦의 괘사卦辭에서 “시간여행의 나그네는 성인지도聖人之道에 겸손하고 유순하게 순종해야 길吉하다,” 라고 말한다.
 
나그네는 진리의 집에서 성인聖人의 말씀을 자각하고 길동무를 얻어야 한다.
 
화산여괘火山旅卦 육이六二 효사爻辭에서는“노자를 품속에 간직하고, 마음이 곧은 어린 종을 얻는다.(六二, 旅卽次, 懷其資, 得童僕貞.)” 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구절은 나그네의 시간 여행에 필요한 3덕목德目인 즉차卽次, 기자其資, 동복童僕을 말하고 있다,
 
첫째, 성인聖人의 말씀이 있는 진리의 집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이 구절에서 말하는 즉차卽次의 즉卽은 진進의 의미로 나아감을 말한다. 다음으로 ‘차次’는 사舍(집 사)의 의미로서 나그네가 거처할 집(장소)을 의미한다. 즉 군자가 머무는 곳, 돌아갈 고향집(진리의 집), 성인聖人의 말씀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즉차卽次란 진리의 집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둘째, 성인聖人의 말씀을 자각하라고 말한다.‘회기자懷其資’란 문자적으로는 여행할 노자를 품고 있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구절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함의는 돈을 품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자각해서 가슴에 품어라는 뜻을 노잣돈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성인聖人의 말씀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길동무인 도반道伴을 얻어야한다는 것이다.‘득동복정得童僕貞’이란 바르고 사심私心이 없는 어린 종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 때 바르고 어린 종이란? 나그네의 시간여행 길에서 길동무, 도반道伴, 스승을 얻었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자孔子는 길동무로서 도반인“어린 종을 얻으면 근심이 없다.(象曰, 得童僕貞, 終无咎也)”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구절의 내용을 요약하면 시간여행의 나그네는 진리의 집으로 나아가 성인聖人의 말씀을 자각하고 길동무와 함께 나아가라고 권하고 있다.
 
나그네가 여행길에서 사소한 것에 억매이면 재앙을 초래한다.
 

주역에서는 나그네의 여행旅行길에서 진리에 대한 신념이 강건剛健하지 못해서 소인지도에 대한 유혹에 빠지거나 잡념에 치우친 언행言行을 한다면 이것을 이기적이고 천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괘旅卦 초효사初爻辭에서 “사소한 일에 얽매이니, 이것이 그 재앙災殃을 가져오는 바이다.(旅𤨏𤨏, 斯其所取災)” 라고 하여 이것은 나그네의 시간여행을 시작하면서 소인지도에 얽매이면 그 결과로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경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그네가 여행길에서 인간적인 욕구와 교만을 버려야 천명天命이 얻게 된다.
 
또한 나그네가 교만驕慢하면 “자기 숙소(居所)를 불태우고, 도반, 동반자까지 잃어버려 위태롭다.(旅焚其次, 喪其童僕貞, 厲)” 라고 한다. 이것은 나그네가 교만으로 타락한 소인小人의 세계, 향락의 세계에 들어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밝은 진리의 상징인 꿩을 쏘아잡기 위해서는 화살 하나를 없앰이라, 마침내 명예와 명(爵命=命福)이 있을 것이다(射雉一矢亡, 終以譽命)” 라고 말한다. 이것은 타락한 세상을 벗어나 진리의 밝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를 버려야 밝은 하늘 볼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반면에 교만을 버리지 못하고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 잡혀 있다면 어찌 성인聖人의 말씀이 가슴 안에 들어 올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주역周易에서는 “새가 제 집을 불태우니, 나그네가 처음에는 웃고 나중에는 울부짖음이라, 흉凶하다.(鳥焚其巢, 旅人 先笑後號咷 凶).”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의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교만을 버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참된 진리를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기時機가 지나면 잘못되었음을 알고 후회後悔하며 울부짖고 몸부림치게 된다는 것을 주역에서는 간절히 경고하고 있다.
 
여괘旅卦는 이 땅에 하나의 나그네로 와서 인생人生을 살다가 가는 나그네의 여정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내일이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좀 더 절박감을 가지고 하늘이 준 이 축복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안간힘의 노력을 더하지 않을까 한다.(철학박사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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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15/01/25 [15:30] 수정 | 삭제
  • 오랫만에 들어보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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