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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약자를 위해 쓸 때 빛나

이승주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5/01/20 [09:16]
삶의 향기

돈은 약자를 위해 쓸 때 빛나

삶의 향기

이승주 논설위원 | 입력 : 2015/01/20 [09:16]

얼마 전 산책하다가 우연찮게 앞서 가던 두 여인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한 여인이 “우리 친정 식구들은 없이 사는 사람은 아예 사람 취급 안 한다.”고 말하자, 다른 여인이 “그거, 참 못됐다.”고 대꾸했다. 왜, 부자들은 가진 것이 없으면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동물사회에는 더러 서열이 정해져 있어 강한 녀석이 약한 녀석을 꼼짝 못하게 짓누른다. 인성이 없는 인간들은 이런 동물들처럼 재력이나 권력 등으로 약한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아무 잘못 없이 모욕을 당하자, ‘괴로워서 살 수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1994년 김기환을 두목으로 한 ‘지존파’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해 우리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가진 자들에게 멸시 당했던 분함이 응어리져 있었다.
 
돈이란 참 묘한 것이다. 사람을 너그럽게도 하고, 노여움에 휩싸이게도 한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돈이 있으면 힘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맥이 풀린다. 돈은 힘과 정비례함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많으면 자신감이 붙어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도 거침이 없어진다. 명심보감은 ‘세상인심은 돈 있는 곳으로 향하고, 가난한 곳에는 사람의 정도 끊긴다’고 적고 있다.
 
우리네 삶은 오로지 돈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그러나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돈을 많이 벌려면 치열한 경쟁 대열에 서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비인간적인 행동도 불사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 교육에 목을 매는 이유도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얻어 남보다 잘 살게 하기 위함이다. 현대인들의 물질중심의 사고방식은 자본주의 영향이 크다. 물질 위주의 자본주의 문화는 사람들의 눈을 밖으로 향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돈과 권력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동물인간의 길로 몰고 가지 않나 의구심이 들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진 자는 계속 더 큰 부자가 되고, 가지지 못한 자는 자꾸 더 가난뱅이가 되니 양극화가 좁혀질 턱이 없다. 소외계층은 기득권층을 증오하며, 이러한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 반란을 꿈꾼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의 마음을 모른다는 데에 있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더불어 살자고 하면, ‘내가 돈 벌 때 너는 뭘 했느냐’고 힐난한다.
 
돈 많은 사람은 탐욕이 더 많다. 따지고 보면 이들도 불쌍한 사람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발버둥치고,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이중의 힘을 쏟는다. 적게 가진 자보다 스트레스도 더 많이 쌓일 터이다. 이를 두고 신은 공평하다고 표현해도 될까.
 
진정한 행복은 마음에서 온다. 마음이 기쁘면 물질적 부족함을 넘어서지만, 마음이 고통스러우면 억만금이 있어도 기쁨이 생기지 않는다.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은 자승자박이다. 아무리 급해도 찬찬히 여유 있게 가야 사고를 면할 수 있다. 남이 질주한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죽 값 정도밖에 못 벌면 죽 먹고 사는 데 만족해야 한다. 누구 눈치 볼 것 없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온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돈은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어렵고 중요하다. 돈에 대한 공개념(公槪念)이 요구된다. 소외된 사람이나 약자를 위해 쓸 때 그 돈은 빛이 나고, 큰 사람으로 대접 받는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궁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배 고파본 사람은 맛없고 거친 음식도 고맙게 여기며,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안다. 굶주린 이웃을 보면 저절로 긍휼한 마음이 우러나온다. 궁핍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인성이 되살아 난 것이다. 자식에게 중요한 교육은 돈 버는 방법보다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인격을 배양시켜주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만 아는 동물이 아니다. 뭇사람의 아픔을 알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느끼며 사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으뜸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 없는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돈을 자기만을 위해 쓸 때 보잘것없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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