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대화 단절, ‘3포 세대’의 ‘인생 멘토’로
“출구 없는 20-30, 점술과 관상에 빠져들었다”세대 간 대화 단절, ‘3포 세대’의 ‘인생 멘토’로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의 3포 세대, 이에 더해 취업과 주택구매까지 포기했다는 ‘5포 세대’라고 불리는 20-30의 젊은이들이 점술과 관상에 빠져들었다. 세상을 근심케하는 종교, 대화가 단절된 윗세대에서 삶의 위로와 지혜를 배우기보다는 부담없은 스스로의 멘토로 점집을 찾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21일 이러한 20-30 새대의 현장을 르포 형식으로 취재해 관심을 끌었다.
신문은 '점괘 중독자'도 소개했다. 심각한 진로 선택부터 사소한 연애사까지 멘토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곤 하는 강소라(25ㆍ가명)씨의 사례이다. 그는 1년 전 친구를 따라 우연히 타로 점집에 갔다. 그 때만해도 미신을 믿는 친구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잘 맞았다. “남자친구가 언제 생길까요?” 라는 물음에 “당분간 안 생겨”라는 답이 돌아와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데 정말로 수개월이 지나도록 안 생겼다. 오기가 생겨 다시 그 곳을 찾았다. 애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움직였다. 강씨는 그 후 7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점집을 찾아갔고, 정말로 남자친구가 생겼다. 다음은 취업. 번번히 시험에 낙방하자 다시 점집을 갔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번에는 단가를 높였다. 타로를 넘어 사주와 관상까지 보러 다녔다. 가격부담이 커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강씨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대학생 김윤지(26ㆍ가명)씨는 지난해 쌍커풀 수술을 받았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 성형을 하면 관상이 달라져 운명까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상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당장 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관상쟁이은 말은 얼굴에 칼이 들어올 상이니 먼저 칼을 대면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것. 김씨는 "등골이 오싹했다"며 "그날로 바로 성형 상담을 받고 그 주에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관상을 보는 한 관상가는 "요즘은 관상성형이 대세"라며 "그냥 예쁘게만 고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고쳐야 운이 좋아 지고 면접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또 어디를 고쳐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지 등을 물으러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역술가는 "요즘 20~30대 중에는 고3 수험생보다도 방향을 못 잡은 경우가 많다"며 "아예 '저한테 어울리는 직업이 뭔가요' '제가 로스쿨에 가도 될까요' '저 회사 옮겨도 되나요' 를 묻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정말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그는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기가 약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곳에 모든 걸 의존하려 하는 건 잘못됐다"며 "점괘는 '참고사항'일 뿐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사주, 관상에 푹 빠져 아예 직접 배워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청년들도 있다. 묻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석까지 해보겠다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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