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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20-30, 점술과 관상에 빠져들었다”

최정미 기자 | 기사입력 2015/01/22 [09:19]
세대 간 대화 단절, ‘3포 세대’의 ‘인생 멘토’로

“출구 없는 20-30, 점술과 관상에 빠져들었다”

세대 간 대화 단절, ‘3포 세대’의 ‘인생 멘토’로

최정미 기자 | 입력 : 2015/01/22 [09:19]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의 3포 세대, 이에 더해 취업과 주택구매까지 포기했다는 ‘5포 세대’라고 불리는 20-30의 젊은이들이 점술과 관상에 빠져들었다.
 
세상을 근심케하는 종교, 대화가 단절된 윗세대에서 삶의 위로와 지혜를 배우기보다는 부담없은 스스로의 멘토로 점집을 찾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21일 이러한 20-30 새대의 현장을 르포 형식으로 취재해 관심을 끌었다.
 
▲ 세상을 근심케하는 종교, 대화가 단절된 윗세대에서 삶의 위로와 지혜를 배우기보다는 점술과 관상을 멘토로 삼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
신문은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값비싼 돈을 내야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점집들도 이제 '양지'로 나왔다. 오히려 젊은 층의 '힐링'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고민이나 자신의 미래를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마음 속 얘기를 털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라며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 세대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서울 방배동 번화가에서 타로 사주를 점치는 한 역술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신문은 '점괘 중독자'도 소개했다.
심각한 진로 선택부터 사소한 연애사까지 멘토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곤 하는 강소라(25ㆍ가명)씨의 사례이다. 그는 1년 전 친구를 따라 우연히 타로 점집에 갔다. 그 때만해도 미신을 믿는 친구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잘 맞았다.
“남자친구가 언제 생길까요?” 라는 물음에 “당분간 안 생겨”라는 답이 돌아와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데 정말로 수개월이 지나도록 안 생겼다. 오기가 생겨 다시 그 곳을 찾았다. 애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움직였다. 강씨는 그 후 7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점집을 찾아갔고, 정말로 남자친구가 생겼다.
 
다음은 취업. 번번히 시험에 낙방하자 다시 점집을 갔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번에는 단가를 높였다. 타로를 넘어 사주와 관상까지 보러 다녔다. 가격부담이 커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강씨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대학생 김윤지(26ㆍ가명)씨는 지난해 쌍커풀 수술을 받았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 성형을 하면 관상이 달라져 운명까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상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당장 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관상쟁이은 말은 얼굴에 칼이 들어올 상이니 먼저 칼을 대면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것. 김씨는 "등골이 오싹했다"며 "그날로 바로 성형 상담을 받고 그 주에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관상을 보는 한 관상가는 "요즘은 관상성형이 대세"라며 "그냥 예쁘게만 고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고쳐야 운이 좋아 지고 면접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 또 어디를 고쳐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지 등을 물으러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역술가는 "요즘 20~30대 중에는 고3 수험생보다도 방향을 못 잡은 경우가 많다"며 "아예 '저한테 어울리는 직업이 뭔가요' '제가 로스쿨에 가도 될까요' '저 회사 옮겨도 되나요' 를 묻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정말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그는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기가 약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곳에 모든 걸 의존하려 하는 건 잘못됐다"며 "점괘는 '참고사항'일 뿐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사주, 관상에 푹 빠져 아예 직접 배워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청년들도 있다. 묻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석까지 해보겠다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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