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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 대처능력과 뜸들임의 지혜

신민형 | 기사입력 2015/01/25 [09:20]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라’

임기응변 대처능력과 뜸들임의 지혜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라’

신민형 | 입력 : 2015/01/25 [09:20]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 주어졌을 때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대개 임기응변식 처방에 그치고 자칫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는다. 순간적인 감정과 욕심, 욕망에 따르기 때문이다.
 
▲ 박지웅 화백의 종교만평     ©매일종교신문

일이 막막하거나 꼬이는 상황에서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라’는 부처님 말씀대로 잠시 현실을 벗어나 뜸을 들일 수 있어야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한다. 삶이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분노하거나 좌절 않고, 오히려 그동안 주어졌던 삶에 감사하며 잠시 뜸을 들이면 모두에게 좋은 순기능적 대처방안이 생길 것 같다.
 
성경은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며 근심하지도 말라’ 했는데 당장 절실한 아픔에 젖은 사람에게는 가혹한 것 같지만 임기응변식 대처보다는 뜸들임의 지혜를 가지라는 말씀일게다. 걱정근심할 힘이 있다면 기도할 힘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감사해야 할 생명이 주어진 것 아닌가.
 
이런저런 궁리와 상념을 하다가 꿈을 꾸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꿈이다. 동해 바다에 몇몇 친구들과 가 있었는데 영화 ‘해운대’에서 본 쓰나미가 양쪽에서 덮쳐오는 순간이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를 부르는 등 동분서주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은 길었다. 대개 죽음을 맞이하는 꿈에서 이게 ‘꿈일 수도 있다’며 눈을 확 떠 버리면 벗어났었는데 이번 꿈은 절실하게 다가왔다.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참 즐겁고 보람있게 사랑하며 살았습니다”라고 읖조렸다. 쓰나미가 나를 덮쳤어도 의외로 편했다. 재삼 이게 ‘죽음이구나’하고 느끼는 순간 ‘아직도 나를 한없이 의지하고 살아가는 아내’가 떠올랐다. 이를 아파하며 죽어가다가 깨워났다.
 
눈을 뜨고 꿈을 후회했다. 차라리 아내가 나만 의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애들, 주변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길 기도하고 믿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착과 욕망이 괴로움과 후회를 만들었다. 집착과 욕망이 죽음 이후에도 남아있을 사랑의 DNA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살면서, 그리고 떠나면서까지 세상의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람 아닌가. 살아있을 때 눈앞의 집착과 욕망을 멀리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를 염두에 두며 임기응변 대처능력보다는 뜸들임의 지혜를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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