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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

신민형 | 기사입력 2015/02/21 [11:34]
더 이상 우롱당하지 않는 국민과 종교인

종교와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

더 이상 우롱당하지 않는 국민과 종교인

신민형 | 입력 : 2015/02/21 [11:34]

▶사람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고,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종교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그들이 사는 사회를 정화시켜 왔다. 그리고 인간생활의 조화·협동을 가꾸어온 사회는 씨족-부족-국가사회로 진화하며 도덕과 종교적 심성만으로 이룰 수 없는 질서체계를 잡아 왔다. 이른 바 정치(政治)이다.
 
▶종교와 정치는 모두 인간의 삶과 사회를 유지·발전시켜왔다는 의미에서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신탁(神託)을 받은 무당이나 족장이 사회를 이끌며 정치를 했다. 통치자가 신 또는 신의 대리자로 간주되어 절대적 권력으로 인민을 지배하는 신권정치(神權政治)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해졌다. 신정일치(神政一致)는 인류역사상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으며 현대 이슬람국가에서도 그 흔적이 남아왔다. 국민을 위주로 하는 정치 이념인 민본주의(民本主義), 민주주의의 발전의 역사는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역사만큼 극히 짧다.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가 현대의 최고가치인 민주주의를 떠 받쳐 세상을 밝고 평안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오랜 역사의 관성에 젖어 종교와 정치가 인간의 삶과 사회를 위해 있다는 확신에 찼던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과 확신이 허물어지고 있는 변화의 시대가 된 듯하다. 정치를 위한 정치, 종교를 위한 종교일 뿐이지 사람을 위한 정치·종교가 아닌 현실상황이 눈에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SNS 등에 의한 확산으로 정치·종교에 대한 불신은 점점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불신에 따른 새로운 혁명적 이념·사상이 민심을 읽는 선각자에 의해서 대두될 지도 모르겠다. 종교와 정치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와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와 정치도 스스로 이를 인정한다.
 
▶한 종교포럼은 ‘사회가 걱정하는 종교’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2월 말부터 매달 9차례에 결쳐 진행되는 이 포럼은 한국 종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불교 깨달음 지상주의, 개신교 배타주의·가톨릭 권위주의’ 등 각 종교가 성역시하는 영역에 메스를 댄다. 그만큼 종교의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을 걱정케하는 종교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보고서는 10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종교인 비율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0년 전보다 4% 포인트 감소한 50%였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가 그렇다고 답해 30년 전 68%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또 종교단체가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응답이 63%였고 대부분의 종교단체들이 참 진리 추구보다는 교세확장에 더 관심이 있다고 대답해 종교단체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종교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종교조직에 염증을 느낀다는 증거이다.
 
▶최근의 종교편향 논란도 종교단체에 대한 식상감을 느끼게 한다. 방송수상 소감발언, 크리스마스 트리와 연등 설치를 놓고 종교편향이라며 공방전을 벌이더니 3월 28일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 역 중 봉은사역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천년이 넘는 역사적 전통고찰의 이름을 다는 것도 개신교 단체들이 말하는 ‘종교 편향’이라면 지난 2008년 칼빈(칼뱅) 탄생 500주년 기념사업회가 강남구 삼성로에 ‘칼빈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여줄 것을 요청한 것은 무엇인가.
 
한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신교계 모임에서 “하나님의 뜻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종교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고 불교언론은 보도했다.논란을 일으켜 보자는 의도도 담긴 듯 하다. ‘하나님의 뜻’이란 말도 종교편향일까? 툭하면 ‘종교편향 논란’이라고 거론하는 종교계의 모습에 대다수 사람들과 종교인이 곤혹스러 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자신의 종교와 종교단체를 위한 것이지 국민과 시민, 순수한 종교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 아닌 정치단체나 정치지도자를 위한 정치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에 사람들은 현혹되어 왔다. 조삼모사의 연말정산 산정방식, ‘증세없는 복지’의 허구 등으로 우롱당함이 종교의 행태보다 더 심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빈부를 막론하고 눈앞의 노인기초연금, 무상급식을 마다할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성 아닌가. 그를 이용하는게 정치이고... 그러나 그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우롱당하지 않겠다’는 민심이 들고 일어날 때는 정치는 끝장이고 사회는 분열되며 길을 잃고 헤맨다.
 
국민건강증진이란 명분의 담뱃값인상으로 서민에게 폭탄세금을 퍼붓더니, 증세가 아니고 금연정책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경고그림제도를 도입하고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식 거리금연정책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것이 아니고 분명히 세수확대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하는 ‘저가담배’를 앞뒤 못 살피고 들고 나오니 철저히 정치와 정치인에 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물론 저가담배 생산이 서민과 노인들을 위해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와 정치단체에게 다시 표가 되돌아가리란 생각은 금물이다. ‘우롱당하고 있다’는 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가담배를 만들지 않으면 그들의 반감은 더욱 높아질테니 자업자득, 진퇴양난이다.
 
▶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정치와 종교에 현혹되거나 우롱당하지 않는다. 미망에 빠져든 세력을 더욱 규합하여 그 위상을 유지한다면 사회 분열은 가속되며 세상의 걱정만 증폭시키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공멸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진정한 민본주의로 돌아와야 한다. 종교는 우리의 전통 사상인 ‘홍익인간’이나 ‘인내천(人乃天) 사상 뿐 아니라 모든 현대종교가 추구하는 ’인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정치는 인본주위와 일맥상통하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정치의 기본을 회복해야 한다. 기본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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