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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군사작전, 이슬람 종파 전쟁으로 확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3/27 [09:15]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 시아파 이란 지원 후티 반군 공격

예멘 군사작전, 이슬람 종파 전쟁으로 확대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 시아파 이란 지원 후티 반군 공격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3/27 [09:15]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이슬람 수니파 왕정 국가들이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를 상대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예멘 쿠데타 사태를 촉발한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는 사우디의 '숙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지목되는 상황이어서 자칫 예멘 사태가 역내 국가들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예멘의 합법적 정부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니파가 시아파를 상대로 군사적 대응을 하는 양상이다. 예멘 사태가 중동 전체의 이슬람 종파 전쟁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6일 예멘의 수니파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아파 반군 ‘후티’를 격퇴하기 위해 전투기 100대, 지상군 15만명을 급파하며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중동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수년간 외교적으로 대치해왔다.
중동의 수니파 아랍국들도 일제히 사우디 지원에 나섰다. 사우디 국영 방송 알아라비야는 이날 속보로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이 전투기를 지원했으며, 이집트·파키스탄·요르단·수단은 지상군 파병을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 등 수니파 아랍국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군사작전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 “전투는 예멘 정부가 회복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6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감행한 것은 접경국이자 동맹국인 예멘이 적대국인 이란의 수중에 넘어갈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는 지난 1월 쿠데타를 일으켜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계속 남하(南下)해 25일 정부 주요 인사가 대피한 제2 도시 아덴의 턱밑까지 진격했다. 아덴이 후티에 함락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이날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모처(某處)로 피신하며 도움을 요청하자, 최우방인 사우디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가 후티 격퇴를 위해 파병한 지상군 15만명은 사우디 전체 병력의 80%에 육박한다. 사우디가 이번 예멘 사태를 동맹국의 지원 수준을 넘어 국가 안보의 위기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멘은 지리적으로 사우디의 남쪽 국경 약 1000㎞를 맞댄 국가이자,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연대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예멘 정권이 시아파인 후티에게 넘어갈 경우, 사우디는 국가 3개 면을 시아파 국가에 둘러싸이게 되는 지정학적 고립에 처한다. 특히 사우디의 동남부 지방엔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는 시아파 세력이 있어 이들이 자칫 주변 시아파 세력과 연대해 사우디 왕권에 대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막강한 후티 병력을 제압하기 위해선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등 수니파 걸프 산유국의 주요 해상 수출로 홍해(紅海)의 ‘문지기’인 예멘을 이란으로부터 사수하려는 의지도 이번 공습에 깔려 있다고 국제 정세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전했다.
 
이집트·수단·요르단 등을 비롯해 카타르 등 걸프국가가 사우디의 ‘후티 격퇴전’에 전면적인 군사 지원을 하는 것도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제지하기 위해서라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아랍 국가는 아니지만 수니파 국가인 파키스탄이 지상군을 파병하며 ‘후티 격퇴전’에 참전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태가 ‘수니파 대 시아파’ 구도의 ‘이슬람 종파(宗派)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보여준다. 파키스탄은 수니파 국가 중 유일한 핵무기 보유 국가로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우려하는 사우디와 강한 안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 비핵 국가인 사우디는 이란 정권이 1979년 혁명으로 친미에서 반미로 전환된 이후 지역 패권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의 대규모 군사 작전이 개시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예멘은 산유국이지만 그 생산량이 매우 미미해, 지난 수개월간의 정국 불안에 빠져있었음에도 그간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비롯 걸프 산유국들이 대거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 작년 말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하락하던 유가가 반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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