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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손重風巽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4/01 [11:07]
진리 앞에 무릎을 꿇다

중풍손重風巽

진리 앞에 무릎을 꿇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4/01 [11:07]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그 자체에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그만 고개 숙여 자기를 잊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몰입될 때 자신은 아주 작아져서 한 줌으로 돌아간다. 이제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내 맡기는 마음이 될 때 진정 겸손을 배우게 된다[重巽 以申命 剛巽乎中正而志行 柔皆順乎剛 是以小亨].
 
하늘은 바람을 통해서 명령을 내린다. 바람은 사시사철 계속 불어 바람 따라 하늘의 명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행하여진다[隨風 巽 君子以申命行事]. 잠시도 쉬지 않고 명은 내려오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르다. 바람은 불어 스쳐지나가는 것 같지만 계속 불기 때문에 인간사회 굽이굽이마다 풍속을 이루어 주고, 바람의 힘은 세월이 지난 뒤에 밝혀진다.
❋重거듭 중, 申거듭 신/펼 신, 命명할 명, 巽공손할 손, 隨따를 수
 
처음 얻은 음효 “무사 정신으로 나가라”
 
음효가 최하위에 있어 지나치게 겸손하다. 행동에 자신이 없어서 나아갈지 물러날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무사처럼 정고해야 일을 관철시킬 수 있다. 일에 진퇴의 곡절이 있으므로 무인처럼 직선적으로 강고(强固)하게 밀어붙여야 일이 이루어진다[進退 利武人之貞]. 과감하게 나가지 못한 것은 그 뜻에 확신이 서지 못한 것이고, 무인처럼 정고해진다는 것은 의심을 없애고 뜻을 다스려서 결단력이 섰다는 것이다[進退 志疑也 利武人之貞 志治也].
❋進나아갈 진, 退물러날 퇴, 武무사 무, 疑의심 의
 
둘째 양효 “지나친 공손은 귀신에게나 통한다”
 
이 효는 겸손이 지나치다. 평상 밑에 납작하게 엎드려 공손하니 이 공손은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귀신에게 하는 게 좋다. 한 쪽에서는 사(史: 점치는 사람)를 불러 점을 치고, 한쪽에서는 무(巫: 무당)를 불러 굿하기를 시끌벅적 요란하게 하면 길하고 허물이 없다[巽在牀下 用史巫紛若 吉无咎]. 사와 무를 어지럽게 해야 신명(神命)이 오르므로, 비는 것도 지극히 빌면 그 신명이 감동하여 귀신이 감동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자문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 모아 자문을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牀평상 상, 史역사 사/점칠 사, 巫무당 무, 紛어지러울 분
 
셋째 양효 “자주 꾸벅거린다고 공손한 것은 아니다”
 
주변 모두가 공손하여 이 효도 공손하려고 하지만 공손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겉으로 공손한 척 하지만 남들이 다 그 거짓됨을 모를 리가 없다. 자주 공손하려고 하니 오히려 궁색해진다[頻巽之吝 志窮也].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려다가, 거듭 실수하여 사죄하는 일까지 생긴다.
❋頻자주 빈, 志뜻 지, 窮다할 궁
 
넷째 음효 “공손함의 표현은 선물이다”
 
이 효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높은 지위에서 일하고 상관의 신임도 받는다. 공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정성으로 윗사람을 모시니, 사냥을 나가서 삼품을 얻는다[悔亡 田獲三品]
삼품의 일등품으로 짐승의 머리를 쏴서 잡은 것은 제사지내는 데 쓰고, 배를 쏴서 잡은 것은 임금의 수라상에 놓고, 다리를 쏴서 잡은 것은 외국에서 오는 귀빈들을 대접했다고 한다. 공손함이 지극하다는 것은 물질적인 선물을 무시할 수 없다. 삼품을 바쳐서 공손을 표현하는 것이다.
❋悔뉘우칠 회, 田사냥할 전, 獲얻을 획
 
중심 양효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성대하다”
 
공손의 도는 끝까지 길하고 후회도 없고 불리함은 더욱이 없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성대하며, 신중하게 어려움을 헤아리니 길하다. 공손한 행동은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하여 선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주 계속하다보면 차츰 마음을 바꾸어 선한 마음으로 되니 결과가 좋은 것이다. 배우고 깨닫고 뉘우치고 개과천선해서 본성을 회복하여 선한 사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貞吉 悔亡 无不利 无初有終].
경(庚)은 변경의 시작이다. 모든 일의 변화는 시초를 근원으로 하여 끝은 마무리하니, 변경하기 전에 신중히 하고, 변경한 후에 잘 헤아린다는 것이다[先庚三日 後庚三日 吉].
❋先먼저 선, 更천간의 일곱 번째 경/바꿀 경
 
위 양효 “재물과 권력을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린다”
 
공손함을 지나치게 하는 자이다. 이 효는 공손하다 못해 비굴해져서, 아랫사람에게 납작 엎드린 지경이 되어버렸다. 실은 지금까지 모은 제물과 권력도 온갖 비굴한 짓을 다하여 얻은 것이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은 노자와 도끼를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린 것이다. 지나친 아첨을 떨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아무리 바르게 해도 믿지 못하니 흉한 꼴이다[巽在牀下 喪其資斧 貞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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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효는 유약하여 과감하지 못하여 결단력이 없다. 둘째 효는 공손함이 지나쳐 귀신에게 엎드려 굿을 바치니 길하다. 셋째 효는 겉으로 공손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넷째 효는 공손하고 능력도 있어 윗사람에게 선물까지 바치니 공손함의 실천이다. 중심 효는 공손함이 좋은 마음으로 바뀌어 마무리까지 잘한다. 위 효는 아첨으로 욕심을 채우다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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