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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제水火旣濟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4/22 [15:16]
이미 내를 건넜다. 더 할 일이 없다

수화기제水火旣濟

이미 내를 건넜다. 더 할 일이 없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4/22 [15:16]

이미 내를 건넜다는 것은 일이 완성되었음을 말한다. 이미 큰일을 해 내고 완성, 승리, 성공을 이룬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모든 효가 다 제자리[正位]를 얻고 있어 완성을 뜻한다. 음양이 이상적 조화를 이룬 괘가 기제 괘이다. 그래서 할 일이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형(小亨)인 것은 조화의 묘는 음양이 불규칙한데서 발휘되는 것이다. 완벽하게 제자리에 놓여진 것은 오히려 발전의 여지가 없다. 초기에는 길하다는 것은 일의 완성을 말하고, 종말에 혼란하다는 것은 일이 이루어진 뒤에는 또다시 혼란이 오는 것을 말한다[旣濟 亨 小 利貞 初吉 終亂].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기제이니, 불이 물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물이 불을 꺼버릴 수도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언제나 환란을 미리 생각하여 예방해야 한다는 경계를 한다. 이미 클 대로 큰 기득권자는 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지켜야만 이롭다[水在火上 旣濟 君子 以 思患而豫防之].
❋旣이미 기, 濟건널 제, 亂너지러울 란, 患근심 환, 豫미리 예, 防막을 방
 
처음 얻은 양효 “누릴 수 있을 때 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내를 건너려는데 가지 못하게 뒤에서 수레를 잡아당긴다. 여우가 물에 뛰어들었다가 꼬리를 쳐들면서 자신만만하게 건너야하는 것인데, 꼬리를 물에 적시고 말았다. 이 효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말을 이렇게 비유한 것이다. 이 효는 기제의 흐뭇함이나 즐기며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이룬 것을 유지하면서 이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曳其輪 濡其尾 无咎]. 수레가 굴러가야 하는데 굴러가지 못하도록 뒤에서 잡아당기며, 여우가 꼬리를 쳐들었으면 건너가는 것인데, 꼬리를 적셔서 가지 못하는 것이니, 애써 이루어놓은 기제를 가만히 누리면 허물이 없는 것이다.
❋曳끌 예, 輪바퀴 륜, 濡적실 유, 尾꼬리 미
 
둘째 음효 “ 맨 얼굴로 나갈 수 없다 기다려라 ”
 
이 효가 나들이를 하려는데 얼굴가리개를 잃어버렸다. 가리개가 없으니 외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효도 당분간은 일자리를 찾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집에 있으라는 것이다. 7일만 기다리면 가리개를 얻게 되니, 한 주기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안 나가는 것이 좋지만 영영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시기가 오면 만나러 가야할 일이 있다. 기제의 시대에는 정부가 한동안은 미지의 인재를 발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기를 알리는 방법을 찾아 돌아다니지 말고, 자신의 인격적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이 효는 중심 효와 뜻이 맞아 함께 일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婦喪其茀 勿逐 七日 得].
❋婦아내 부, 喪잃을 상, 茀가리개 불, 逐쫓을 축 
 
셋째 양효 “저항세력을 물리치고 다시 일어난다”
 
기제의 세상이 흘러가 다시 또 어지러워졌다. 밖으로부터는 그동안 억세진 오랑캐가 침략해 들어오고, 안으로는 이제까지 꼼짝 못하고 있던 저항세력이 반란을 일으켜 침범하니, 하는 수 없이 무력으로 물리쳐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은나라를 중흥시킨 고종에 비유했다. 고종(高宗)은 강력한 지도력이 있어 북방을 침범하던 오랑캐 귀방(鬼方)을 물리치고, 은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영웅이다. 밖으로는 오랑캐가 침략해 오고, 내부에는 음모와 도전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을 진압시키는 일이 간단하지 않아 3년씩이나 걸려야 이긴다. 그러나 다시 굳세게 일어서서 기득권을 수호하고 강화한다. 그 과정은 고달프고 쓰라렸다[高宗 伐鬼方 三年克之 憊也].
❋伐칠 벌, 克이길 극, 憊지칠 비
 
넷째 음효 “배에 구멍이 나서 물이 스며든다”
 
항해하는 배안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대로 두면 배는 자연히 가라앉는다. 헌옷가지를 준비하여 물구멍을 막아 종일 경계하라는 것이다[濡 有衣袽 終日戒]. 기제의 시대를 누리는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다. 세상일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항해하는 배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올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래서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항해가 끝날 때까지……
❋濡젖을 유, 袽걸레 여, 戒경계 계
 
중심 양효 “서쪽으로부터 대운이 오고 있다”
 
이 효는 중정하고 현명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효의 재질이 불선한 것도 아니고, 아직 기제시대의 권력도 가지고 있으나, 어느새 젊은 신흥세력의 도전을 받기 시작한다. 이 효의 동쪽 이웃은 때가 이미 기울어졌고, 둘째 효의 서쪽 동네에 때가 오고 있다. 말하자면 이 효는 동쪽에서 폭정을 하는 은나라의 주왕에 비유되고, 둘째 효는 서쪽의 문왕이 되는 것이다. 동쪽 동네의 제사는 소를 잡고 큰 제사를 지내도 별 소용이 없고, 서쪽 동네의 제사는 간략하지만 신세대의 분위기가 있어, 신이 복을 내려주는 모양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서쪽이웃의 시대가 오고, 천명이 바뀌어 실제로 문왕이 복을 받으며 크게 길운이 온다는 것이다[東鄰殺牛 不如西隣之禴祭 實受其福 吉大來也].
❋隣이웃 린, 殺죽일 살, 禴간략한 제사 약, 祭제사 제, 受받을 수
 
중심 양효 “서쪽으로부터 대운이 오고 있다”
 
물을 건너는 것은 모험이다. 기제의 끝에 이르니 머리까지 적신다. 물속에 빠져 들어가 버린 것이다. 위태하다. 기제 괘가 끝나는 마지막 효에서 성공으로 확보한 기득권이 무너지는 위험에 처해있다. 머리가 젖으며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오래 갈 수가 있겠는가[濡其首厲 何可久也].
❋首머리 수, 厲위태할 려, 久오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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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효는 뒤에서 수레를 잡아 끌 정도이니, 앞으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고, 둘째 효는 성공을 하고도 겸손하게 가만히 있으면 또 기회가 온다. 셋째 효는 외부의 침입 음모등 일이 터져 수습하는데 3년은 고달프다. 넷째 효는 항해는 순조롭지 않아 배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 중심 효는 성대하게 제사를 지내도 지는 해는 막지 못한다. 위 효는 항해의 배가 점점 침몰 당하듯이 기제의 세상도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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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nnim 2023/02/13 [12:29] 수정 | 삭제
  • 훌륭한 글들 뒤늦게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심 양효 “서쪽으로부터 대운이 오고 있다”라는 소제목이 두번 중복되네요. 마지막 효사에 대한 소제목이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습니다. 혹시 수정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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