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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과 소통의 지혜(2)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4/23 [16:16]
“우리들 스스로가 불통의 세상을 초래했다”

불통과 소통의 지혜(2)

“우리들 스스로가 불통의 세상을 초래했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4/23 [16:16]
주역周易에서 불통不通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천지비괘天地否卦)라면, 소통疏通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는 것은 지천태괘地天泰卦이다. 이때 태泰는 통通하는 것이다. 양쪽 물건物件과 사람이 잘 통通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기운氣運이 소통疏通되고 서로의 뜻이 통通하게 되면 서로의 관계가 편하게 잘 풀려 나간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사람을 포함한 만물萬物의 태泰이다. 다시 말하면 이 괘卦는 하늘의 기氣와 땅의 기氣가 서로 섞이고 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양陽과 음陰, 군주君主와 신하臣下,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남자男子와 여자女子 등 양쪽의 氣가 서로 통通하고 잘 조화調和되는 소통疏通과 천하태평天下泰平의 지혜를 밝히고 있다. 

지천태괘地天泰卦)를 구성하고 있는 괘상卦象을 보면 위에 坤땅(☷)이 있고, 아래에 乾하늘(☰)이 있다. 이것을 현상적으로 말하면 위에 있어야할 하늘이 아래에 있고, 아래에 있어야 할 땅이 위에 있으니 잘못된 것으로 생각 되지만 주역周易에서는 원리와 작용인 기氣로서 본다. 즉 하늘의 기氣는 땅으로 내려와서 땅과 통通하고, 땅의 기氣는 올라가서 하늘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기氣가 서로 통하고 화합和合하여 천지天地 만물萬物이 나고 자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천지天地 음양陰陽으로 본 지천태地天泰이며, 우리나라 태극기 만들어진 원리이기도 하다.
 
이것을 인사人事로 보면 건천乾天은 군주君主요, 곤지坤地는 백성이다. 위에 있는 군주君主의 은택恩澤이 아래에 있는 백성에게 통하고, 아래에 있는 백성의 상태狀態가 위에 있는 군주君主에게 통하여 천하天下가 태평太平하게 된다. 이것은 군주君主와 백성사이의 지천태地天泰로 본다.
 
또한 군주君主는 진심으로 신하臣下를 신임信任하고, 신하臣下는 성심誠心으로 구주君主를 섬기면 군주君主와 신하臣下의 뜻이 잘 소통된다. 이것이 조정朝廷의 지천태地天泰이다.
 
소인지도는 가고 대인지도가 오면 만사가 형통해진다.
 
그렇다면 지천태地天泰의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에 대한 해답을 대인지도大人之道가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 지천태괘地天泰卦의 「괘사卦辭」에서 “태泰는 소인지도는 가고 대인지도가 온다하니, 길吉하고 형통亨通하니라.”(泰 小往大來, 吉亨)’ 라고 말한다. 그리고 공자孔子는 이 구절에 대하여 “태泰는 천지가 사귀어 만물萬物이 통通하는 것이며, 위와 아래가 사귀어 그 뜻이 같음이라. 안에는 양陽이고 밖에는 음陰이며, 안으로는 강건剛健하고 밖으로는 유순柔順하며, 안으로는 군자君子요 밖으로는 소인小人이니, 군자의 도道는 자라나고 소인의 도道는 사라짐이라.”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먼저, 하늘과 땅의 기氣가 서로 섞여 화합和合하여 만물萬物이 막히는 곳 없이 술술 통通하게 되어 만물萬物들이 자라고 크게 된다는 것이다. 즉 천지天地의 소왕대래小往大來로 만물萬物이 나고 자라는 것이다. 인사적人事的으로는 상하上下가 섞여 그 뜻이 한 가지로 된다는 것은 군신君臣, 상하上下, 귀천貴賤, 남녀男女, 대소大小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섞여 뜻과 감정이 잘 소통되어 서로가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만사萬事가 형통함을 말하고 있다.
 
요컨대, 지천태괘地天泰卦는 하늘의 기氣와 땅의 기氣가 서로 조화되어 만물이 나고 자라는 것이며, 군신상하君臣上下의 뜻이 서로 통하여 협력하게 되어 천하의 태평을 이루게 됨을 말한다.
 
다음으로, 소인지도小人之道가 가고 대인지도大人之道가 온다는 것을 부부夫婦와 붕우朋友 관계 등 여러 가지 일에 해당시켜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위・아래의 뜻이 또한 너와 나의 뜻이 서로 잘 통하게 되면 일은 반드시 잘 풀려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하태평의 원인은 소인지도小人之道가 오느냐 혹은 대인지도大人之道가 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왕도王道이다
 
태괘泰卦에서는 “천지天地가 바뀌는 것을 태泰이니, 군자君子는 이를 본받아 천지天地의 도道를 이루고, 천지天地의 마땅함을 도와 이로써 백성百姓을 기른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은 군자는 천지지도天地之道로써 부족한 곳을 보태고 더하며, 지나친 것을 단절斷絶하여 문물제도文物制度를 완성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서로 잘 사귀고 조화되는 것이 태괘泰卦의 상象이다. 그러므로 제왕帝王은 이러한 태괘泰卦의 상象을 보고 그것을 본받아 천지天地의 도道에서 지나친 것이 있으면 알맞게 조절하여 만물萬物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며, 또 부족한 곳이 있으면 그것을 보충하여 천지天地의 화육化育을 돕는 것은 결국 만민萬民의 생활生活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왕도王道라는 것이다.
 
올바른 사람을 등용하라고 말한다
 
태괘泰卦에서는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올바른 군자를 등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군자를 등용登用하면 그 사람을 따라 여러 사람의 군자가 같이 따라오며, 반면에 한 사람의 소인小人을 등용하면 같은 소인小人들이 따라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착한 사람이 등용되면 같은 류類의 착한 사람이 같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많은 착한 사람이 세상에 나와 어지러움을 바로 잡으면 길吉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군자는 도道와 천하天下가 태평하기를 바랄 뿐 자기 한 몸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바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자는 포용력과 용기와 지혜는 갖추고 연줄은 없애야 한다
 
태괘泰卦에서는 소통疏通의 세상을 만들어 갈 군자君子의 덕목德目에 대하여 “군자는 거친 것을 포용해 주고, 큰 강을 맨몸으로 건너는 용맹을 쓰며, 멀리 있는 것을 버리지 않고 붕비(朋比)[붕당朋黨]을 없애면 숭상함을 얻고 천도를 행하면 크게 빛난다.” 라고 말한다.
 
첫째, 포항包荒이란? 거칠고 더러워진 것을 감싸주는 포용력이다. '황荒'은 잡초雜草가 무성한 거친 논밭, 난잡亂雜한 소인小人이나 말을 잘 듣지 않는 잡다한 사람등 을 말한다. 즉 거친 것을 감싼다는 것은 도량度量이 넓어 거칠고 더러워진 사람들을 남김없이 다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이다. 천하태평天下太平을 위해서는 군자君子를 등용登用하는 것도 어렵지만 소인小人을 교화敎化하고 빈민貧民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소인小人과 빈민貧民은 무성茂盛한 잡초雜草와 같은 것으로 단속과 규제보다는 관대寬待하게 포용包容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둘째, 용빙하用馮河란? '빙馮'은 맨발로 건널 빙이다. 이것은 과단성과 용기를 의미한다. 배나 뗏목으로 물을 건너지 않고 맨발로 걸어서 강江을 건너려함이다. 이것은 위험危險을 무릅쓰고 결행決行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군자는 도량이 넓어 소인小人을 포용包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不足하다. 동시에 맨발로 큰 강을 건너는 과단성 있는 용기勇氣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셋째, 불하유不遐遺란? 멀리 숨어있는 자까지도 버리지 않고 다 헤아리는 총명과 지혜를 말한다.
 
넷째, 붕망朋亡이다. 붕망이란 연줄을 없애는 것이다. 공명정대公平正大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의 연줄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동창, 친구 또는 친한 사람 등 연줄에 따라 사사로운 정情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지도자는 천하天下를 태평하게 할 책임責任이 있다. 그러므로 널리 천하天下의 현인賢人을 등용해서 써야지 자기와 친한 사람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통疏通의 세상을 구현하고, 정의사회正義社會를 실현하기 위해서 연줄을 두지 말라는 간곡한 말이다.
 
결국 소통의 사회를 위해 지도자(군자)는 관대寬大하게 포용包容하는 도량과 과감하게 결행決行하는 용기勇氣(추진력)와 멀리 숨어있는 곳까지 비출 수 있는 총명聰明한 지혜知慧와 공평무사한公平無私한 덕德을 행하면 많은 백성들에게 숭상함을 얻게 되며, 나아가 천하태평天下泰平의 대업大業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막힘과 소통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순환하는 것이다
 
태괘泰卦에서는 모든 것은 끝없이 돌고 도는 것으로 ‘평탄한 것은 반드시 기울게 되며 저쪽으로 간 것은 꼭 이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 말한다. 즉 평평하지만 언덕은 있다는 것은 태평하지만 언젠가는 혼란이 온다는 의미이며, 지금은 가고 없지만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은 천지음양天地陰陽의 기氣의 변화에 대한 말이다. 지금은 음陰이 저쪽으로 가 있지만 언제 가는 순환循環해서 돌아온다는 말이다.
 
세상 만물은 성盛해지면 반드시 쇠衰하는 법이다. 태평의 세월도 오래 계속되면 마음이 풀어져 태만怠慢하게 된다. 태만怠慢해지면 안락安樂과 사치로 흐르고 도덕道德이 쇠하고 세상世上이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방심放心하면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그러므로 ‘간정무구艱貞无咎’라고 하여 어려울수록 곧아야 허물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안락安樂에 흐르지 않고 마음을 수고하며 바른 길을 굳게 지키는 것이다.
 
소통의 세상을 위해서 자기 마음을 비우고 진심으로 현인賢人들과 사귀고 가르침을 받는다면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낮추고(버리고) 진리와 소통함으로써 크게 길함을 얻는 것이다.
 
태괘泰卦에서는 막힘과 소통이 순환하기 때문에 막힘에 대하여 절대 근심하지 말고 도리어 이 어려운 난국을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진실한 마음으로 대처하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너무 걱정이 되어 사람의 생각으로 하지 말라고 말한다. 막힘의 세상에서도 지극한 정성으로 반성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소통의 세상인 지천태의 세계가 열리다고 단언하고 있다.
 
태평한 세월에 자만하고 안주하지 말라, 성城이 무너진다
 
태괘泰卦에서는 사람들은 태평한 세상 쉽게 길들여진다고 말한다. 즉 안일安逸을 즐기며 태만怠慢과 사치로 빠짐이라 인색吝嗇해진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소통疏通의 지천태地天泰의 세상이 불통不通의 천지비天地否의 세상으로 변하려는 때라는 것이다.
 
태괘泰卦에서 ‘성복우황城復于隍’이라 말한다. 이 말은 ‘성城의 귀퉁이가 무너진다.는 말이다. 이때 '황隍'은 성 밖에 둘래를 파놓은 물 없는 못을 말하며 이것을 해자垓字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성城'을 높이 쌓고 토굴을 파는데 그 때 파 올린 흙이 바로 성벽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태평성대에 자만自滿과 안일安逸에 빠져 성을 돌보지 않는다면 많은 세월이 지나면 결국 성벽의 흙이 무너져 내려 해자垓字로 돌아와 메우게 되는 현실을 설명하고 말이다. 달리 말하면 땅굴을 파고 그 흙으로 쌓아 올린 성벽이 무너져 내려서 파낸 구덩이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은 천명天命이 다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진 것을 의미한다. 천하天下가 어지러워진 다음에 다시 태평시대太平時代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疏通의 지천태地天泰 세상을 불통不通의 천지비天地否 세상으로 바꾸어 천하天下를 어지럽힐 악인惡人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작 우리들 자신 스스로가 태평한데 길들여지고 안일安逸을 즐기며, 태만怠慢과 사치로 흘러 천명天命을 어지럽게 함으로써 천하를 불통不通의 세상을 초래하게 만들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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