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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에 마음을 맡겨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7/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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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에 마음을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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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7/16 [11:32]

丘請復以所聞: 凡交近則必相靡以信, 交遠則必忠之以言. 言必或傳之. 夫傳兩喜兩怒之言, 天下之難者也. 夫兩喜必多溢美之言, 兩怒必多溢惡之言. 凡溢之類妄, 妄則其信之也莫, 莫則傳言者殃. 故法言曰: 『傳其常情, 無傳其溢言, 則幾乎全.』 且以巧鬪力者, 始乎陽, 常卒乎陰, 泰至則多奇巧? 以禮?酒者, 始乎治, 常卒乎亂, 泰至則多奇樂. 凡事亦然, 始乎諒, 常卒乎鄙? 其作始也簡, 其將畢也必巨. 「言者, 風波也? 行者, 實喪也. 夫風波易以動, 實喪易以危. 故忿設無由, 巧言偏辭. 獸死不擇音, 氣息?然, 於是?生心?. 剋核太至, 則必有不肖之心應之, 而不知其然也. 苟爲不知其然也, 孰知其所終! 故法言曰: 『無遷令, 無勸成. 過度益也.』 遷令勸成殆事. 美成在久, 惡成不及改, 可不?與! 且夫乘物以游心, 託不得已以養中, 至矣. 何作爲報也! 莫若爲致命, 此其難者.」
 
“내가 일찍이 들은 바를 말해 주겠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교제란 서로 거리가 가까우면 믿음을 보여주며 서로 친근해질 수 있다. 그러나 서로 거리가 멀면 반드시 말로써 진실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말은 반드시 누군가가 전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 나라 군주가 다 같이 기뻐하고 다 같이 노여워하는 말을 전하는 일이란 천하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두 나라 군주를 모두 기쁘게 하려는 경우는 서로를 칭찬하는 말을 넘치게 하기 마련이고, 서로 싫어하는 경우는 상대방을 헐뜯는 말을 많이 보태게 마련이다. 대체로 넘치거나 보태는 말은 진실성이 없으니 사실과는 먼 거짓이다. 거짓을 말하는 신하는 믿음을 잃게 된다. 믿음을 잃으면 지나친 말을 전하는 사신은 벌을 받게 된다. 그래서 격언에도 ‘있는 그대로를 전하고 과장된 말을 전하지 않으면 우선 안전하다’고 했다.
 
또한 재주로 승부를 겨루게 되면 처음엔 밝고 즐겁게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꼭 꾀를 부려서 꾸미게 된다. 그것이 심해지면 괴상한 술수가 판을 치게 된다. 예의를 차리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처음에는 얌전하게 마시다가 끝에 가서는 난잡해지고 의식이 흐려져서는 기이한 환락에 빠진다. 대체로 모든 일이 이와 같아서 좋은 마음에서 시작하다가 항상 끝에 가서는 야비해지며, 그 시작할 때는 간단했던 일이 끝날 때는 엄청나게 커지고 만다.
 
말이란 풍파처럼 일정한 모습이 없고 행동에는 득실이 있다. 풍파는 변동하기 쉽고 득실은 위험에 빠지기 쉽다. 그 때문에 분노가 생기는 것은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간사하게 꾸미는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고 치우친 말이 올바름을 잃기 때문인 것이다. 짐승이 죽을 때는 아무 소리나 마구 지르며 숨이 헐떡거려 거칠어진다. 이때에 사나운 마음도 아울러 생기게 된다. 사람도 이처럼 너무 준엄하게 죄를 다그치면 반드시 나쁜 마음으로 대응하게 되고 그렇게 되는 걸 스스로 모른다. 그러니 그 누가 자기에게 돌아올 결말을 알 수 있으랴. 그러므로 옛말에 ‘임금의 명령을 변경하지도 말고 무리해서 성공시키려고 하지도 말아라’ 하였다.
 
정도가 지나치면 필요 없는 말을 덧붙이게 되고 명령을 고쳐서 무리하게 성공하려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일이 잘 이루어지자면 오랜 시일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므로 다시는 고칠 수 없게 된다. 신중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물의 변화에 따라 마음을 유유히 자유롭게 풀어 놓고[乘物以遊心] 부득이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머물러 중도를 지켜나가는 것[託不得已以養中]이 제일이다. 무엇을 이것저것 조작해서 보고할 필요가 있겠는가. 군주의 명령을 그대로 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그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近則必相靡以信(근즉필상미이신): 거리가 가까우면 반드시 서로 신의로 맺어야 함.
遠則必忠之以言(원즉필충지이언): 거리가 멀면 반드시 말을 통해서 서로 진실한 관계를 맺어야 함.
傳兩喜兩怒之言(전양희양노지언): 두 나라의 군주가 다 같이 기뻐하거나 노여워할 말을 전하는 일.
兩喜必多溢美之言(양희필다일미지언): 두 나라 군주를 모두 기쁘게 하려는 경우는 반드시 칭찬하는 말을 넘치게 하기 마련임.
兩怒必多溢惡之言(양노필다일악지언): 두 나라 군주를 모두 성내게 하려는 경우는 비난하는 말을 넘치게 하기 마련임.
溢之類妄(일지류망): 넘치게 하는 행위는 거짓임.
妄則其信之也莫(망즉기신지야막): 거짓을 말하면 군주가 믿어주는 마음이 없어짐.
莫則傳言者殃(막즉전언자앙) : 믿음이 없어지면 말을 전하는 사람은 화를 당하게 됨.
傳其常情(전기상정) 無傳其溢言則幾乎全(무전기일언즉기호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전해 주고 과장된 말을 전하지 않으면 우선은 안전하다.
以巧鬪力者(이교투력자): 기교로 힘을 겨루다.
始乎陽(시호양) 常卒乎陰(상졸호음):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다가 노여워하는 마음으로 끝남.
大至則多奇巧(대지즉다기교): 성낸 감정이 극에 이르면 정도에 어긋난 기교까지 쓰게 됨.
始乎治(시호치) 常卒乎亂(상졸호란): 처음에는 올바른 정신에서 시작하다가 항상 어지러워지는 상태로 끝남.
始乎諒(시호량) 常卒乎鄙(상졸호비): 처음엔 좋은 마음에서 시작하다가 항상 끝에 가서는 야비해짐.
其將畢也必巨(기장필야필거) : 마칠 때는 반드시 엄청나게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짐.
言者風波也(언자풍파야): 말이란 바람이 일으킨 물결처럼 일정한 모습이 없음.
行者實喪也(행자실상야): 행동에는 득실이 있음.
實喪易以危(실상이이위): 행동의 결과인 득실은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忿設無由(분설무유) 巧言偏辭(교언편사):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다른 까닭이 없고 교묘한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고 올바름을 잃은 데서 말미암을 뿐이다.
獸死不擇音(수사불택음) 氣息?然(기식불연): 짐승이 죽을 때는 마구 짖어대어 숨소리가 거칠어짐.
竝生心?(병생심려): 거친 마음이 아울러 생김.
剋核大至則必有不肖之心應之(극핵대지칙필유불초지심응지): 너무 준엄하게 다그치면 좋지 못한 생각으로 대응하게 됨.
無遷令(무천령): 임금의 명령을 멋대로 바꾸지 말아야 함.
無勸成(무권성): 억지로 일을 이루려고도 하지 말아야 함.
過度益<溢>也(과도익<일>야): 정도가 지나치면 넘치는 말이 됨.
惡成不及改(악성불급개): 나쁜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므로 미처 고칠 수 없음.
乘物以遊心(승물이유심):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을 유유히 자유롭게 풀어놓다.
託不得已以養中(탁부득이이양중):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몸을 맡겨두고 중도를 지켜가는 것이다.
此其難者(차기난자): 이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자고가 말하는 중도는 유가의 중용지도中庸之道와는 다르다. 장자의 무위로 가는 길목이다. 마음의 자연에서 우러나온 편암함인 것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이니 중도를 키워가라 함은 있는 그대로에 적응하여 피하지도 말고 더 보태지도 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들이 처음에는 순수하고 올바른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끝에 가서는 복잡하게 얽히며 처음 목적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는 까닭은 목적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자연의 도리를 무시하고 사욕에 흐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이 인간감정의 흐름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감정에 맡긴 채로 말과 행동을 하면 서로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사물의 변화에 따라 마음을 여유롭게 풀어놓아 필연의 도리대로만 따른다면[乘物以遊心]’ 거의 자신의 삶을 보존하는 방식이며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초왕楚王의 명령에 대처하는 섭공과 같이, 피할 수도 없고 초월할 수도 없는 냉엄한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의 필연성을 따르며 자신의 정신적 자유를 지켜가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유가에서 중요시하는 군주의 명령을 도가적 설명으로 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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