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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되어도 좋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7/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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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되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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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7/24 [08:53]

顔闔將傅衛靈公太子, 而問於?伯玉曰: 「有人於此, 其德天殺. 與之爲無方, 則危吾國, 與之爲有方, 則危吾身. 其知適足以知人之過, 而不知其所以過. 若然者, 吾奈之何?」 ?伯玉曰: 「善哉問乎! 戒之, ?之, 正汝身也哉! 形莫若就, 心莫若和. 雖然, 之二者有患. 就不欲入, 和不欲出. 形就而入, 且爲?爲滅, 爲崩爲蹶? 心和而出, 且爲聲爲名, 爲妖爲?. 彼且爲?兒, 亦與之爲?兒? 彼且爲無町畦, 亦與之爲無町畦? 彼且爲無崖, 亦與之爲無崖? 達之入於無疵.」
 
노나라에서 현인으로 대접받았던 안합顔闔이 위나라 영공靈公의 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다. 그 태자의 천성은 태어나면서부터 각박했다. 그는 덕이 없었고 도리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무도한 인간을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고, 올바르게 이끌어 보려고 한다면 먼저 안합 자신이 위태로워질 것이 뻔했다. 그의 지식 수준은 남의 과실을 알아내는 데는 예리하면서도 자신의 과오를 알지는 못했다. 안합은 참으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위나라 대부인 거백옥(?伯玉)을 찾아가 이 같은 사람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거백옥이 말하였다.
 
“좋은 물음이요, 충분히 경계를 해야 할 것이오. 무엇보다도 당신의 몸가짐을 조심하기 바랍니다. 겉으로는 그를 따르는 것이 좋겠고[形莫若就], 마음은 태자와 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心莫若和]. 그러나 염려되는 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를 따르더라도 아주 하나로 동화되어 휩쓸려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마음으로 친하게 되더라도 그를 교화하려는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게 해야 합니다. 겉으로 따르다가 그 쪽에 빠져 들어가게 되면 안합 같은 현인이 무도한 태자로 돌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폭군의 간신으로 전락되어 현인의 위상은 굴러떨어지고 뒤집히고 부서지고 무너지고 엎어지고 맙니다.
다른 한편 마음으로 친해지다가 그를 감화하려는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면 그 때문에 소문이 납니다. 폭군의 수모를 참아가며 그를 구제하려 했다는 명성이 나면 불길한 재앙이 따라올 수도 있습니다. 태자는 그러한 당신을 해치려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도한 태자를 무서워할 것은 없습니다. 그를 대처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태자가 어린애처럼 철없이 굴면 그와 함께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그가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하면 당신도 그를 따라 그렇게 하고, 그가 터무니없이 방탕하면 함께 방탕한 행동을 하면서 은연중에 서서히 그를 결점이 없는 경지로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방법은 참으로 오래 참고 견디어야 합니다.”
 
 
衛靈公太子(위령공태자): 위령공의 태자는 훗날 莊公(장공)이 된 ??(괴외)로 폭정을 저지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伯玉(거백옥): 위나라 賢人(현인)으로 공자도 인정한 인물.
其德天殺(기덕천살): 그 덕이 천성적으로 잔인하다.
與之爲無方(여지위무방) 則爲吾國(즉위오국): 만약 그와 함께 무도한 짓을 저지른다면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與之爲有方(여지위유방) 則爲吾身(즉위오신): 그와 더불어 법도에 맞는 일을 실천하려고 한다면 내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形莫若就(형막약취): 겉모습은 그를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心莫若和(심막약화): 마음은 그와 화합하면서 인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就不欲入(취불욕입): 그를 따르더라도 자신이 빠져 들어가서는 안 된다.
和不欲出(화불욕출): 화합하더라도 그를 감화하려는 속마음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形就而入(형취이입): 겉으로 따르다가 빠져 들어가면.
爲顚爲滅爲崩爲蹶(위전위멸위붕위궐): 顚倒(전도)되고 멸망하고 붕괴되고 넘어짐. 상대와 同化(동화)되어 악을 저지름으로 자신이 상실됨을 비유한 표현.
心和而出(심화이출) 且爲聲爲名(차위성위명) 爲妖爲孼(위요위얼): 화합하려다가 속마음이 드러나면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兒(영아): 갓난아이.
無町畦(무정휴): 정휴는 밭두둑 경계의 뜻으로 절도없이 멋대로 행동함
無崖(무애): 규범을 따르지 않는 터무니 없이 방탕함.
入於無疵(입어무자): 허물없는 경지에 들어감.
 
태자 앞에서 ‘나는 현인이니까 나 하는 대로 따라 하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될 일은 하나도 없다. 거백옥은 지금 태자 보다 안합을 더 걱정하고 있다. 무도한 태자를 가르쳐 보려는 안합의 야심이 탈이 되어 안합 같은 현인이 무도한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자를 고쳐 보겠다고 큰 소리를 치다가 폭군 밑에 있는 간신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의 입질에 올라 현인 안합의 인격은 뒤집히고 무너지고 부서져 없어지게 되어 야릇한 화를 면치 못할 것이 아닌가? 충성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먼저 안합은 안합이고 태자는 태자인 것을 알아야 한다. 태자가 안합으로 바뀌는 것이 아님이 곧 만물의 자연이다. 사람이 사람을 지도하고 인도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본성을 따라야 한다. 사람의 본성이 곧 사람의 자연성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자연성을 거스르고 인위적으로 몰아가려고 하면 화를 입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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