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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나무가 큰 나무가 되었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7/29 [23:39]
장자 쉽게 읽기

쓸모없는 나무가 큰 나무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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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7/29 [23:39]

匠石之齊, 至於曲轅, 見?社樹. 其大蔽數千牛, ?之百圍, 其高臨山, 十?而后有枝, 其可以爲舟者旁十數. 觀者如市, 匠伯不顧, 遂行不輟. 弟子厭觀之, 走及匠石, 曰: 「自吾執斧斤以隨夫子, 未嘗見材如此其美也. 先生不肯視, 行不輟, 何邪?」 曰: 「已矣, 勿言之矣! 散木也. 以爲舟, 則?; 以爲棺槨, 則速腐; 以爲器, 則速?; 以爲門戶, 則液?; 以爲柱, 則?. 是不材之木也. 無所可用, 故能若是之壽.」 匠石歸, ?社見夢曰: 「女將惡乎比予哉? 若將比予於文木邪? 夫?梨橘柚, 果?之屬, 實熟則剝, 剝則辱. 大枝折, 小枝泄. 此以其能苦其生者也. 故不終其天年而中道夭, 自?擊於世俗者也. 物莫不若是. 且予求無所可用久矣! 幾死, 乃今得之, 爲予大用. 使予也而有用, 且得有此大也邪? 且也若與予也皆物也, 奈何哉其相物也? 而幾死之散人, 又惡知散木!」 匠石覺而診其夢. 弟子曰: 「趣取無用, 則爲社, 何邪?」 曰: 「密! 若無言! 彼亦直寄焉! 以爲不知己者??也. 不爲社者, 且幾有?乎! 且也, 彼其所保與衆異, 而以義喩之, 不亦遠乎!」
 
목수인 장석匠石이 제나라로 가다가 지신地神을 모신 사당[社稷壇]에 버티고 서 있는 엄청나게 큰 상수리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는 하도 크고 장관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상수리나무는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에 가릴 정도로 컸고, 둘레는 1백 아름이나 되었다. 그 높이는 열 길쯤 되는 높은 산을 내려다 볼 정도이고, 뒤편으로 쭉쭉 뻗은 가지는 배를 만들고도 남을 만한 것이 여남은 개나 되었다. 구경꾼이 시장 바닥처럼 모여 있어도 장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장석의 제자들이 구경에 정신을 팔다가 장석을 뒤쫓아가서 물었다. “저희들이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뒤따라 다닌 이래 이렇게 좋은 재목을 본적이 없는데, 선생님은 어찌 본체만체하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장석이 말했다. “그만 두어라. 그 나무에 대해서 더 말하지 말라. 그 나무는 쓸모없는 나무다. 그 나무로 배를 만들면 배가 가라앉아 버리고, 관을 만들면 금세 썩고, 그릇을 만들면 쉬 깨지고, 문짝을 만들면 진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기둥을 만들면 금방 좀이 슨다. 이는 재목이 될 수 없는 나무로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그래서 저렇게 수명이 긴 나무가 된 것이다.”
 
장석이 집에 돌아 온 후 그날 밤 상수리 나무의 사신社神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너는 나를 무엇과 비교하고 싶으냐? 너는 나를 문목文木(무늬가 좋은 쓸모 있는 나무)에 비교하려느냐? 대체로 아가위, 배, 귤, 유자 따위 열매를 맺는 나무는 그 열매가 익으면 사람들에게 잡아 뜯기게 된다. 큰 가지는 꺾이고 잔가지는 잘린다. 이는 좋은 맛의 열매를 맺는 그것들의 능력 때문에 자신의 삶을 고통스럽게 한 것이다. 그래서 천수를 누리지도 못하고 도중에 죽게 된다. 이는 쓸모 있음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가해를 받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이와 같다.
 
나는 쓸모없게 되기를 바란 지가 오래 되었다. 너(장석)의 제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재목감으로 알고 구경하는 순간 나는 거의 죽을 뻔 했으나, 자네가 나를 보고 쓸모없는 나무라고 말해 주는 바람에 비로소 나는 뜻을 이룬 셈이다.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되었음[無用之大用]을 확실히 알았네. 내가 만약 쓸모가 있었다면 이렇게 크게 자랄 수가 있었겠는가? 그리고 너나 나나 다 같은 하찮은 물건인데 어째서 나만을 몹쓸 물건으로 취급하여 헐뜯는가? 자네는 유능한 목수로서의 쓸모를 인정받아서 곧 죽어갈 하찮은 속인[散人]이 아니냐. 어쩌면 끝내 쓸모없는 나무[散木]인 나의 진가를 알기는 쉽지 않을 걸세!
 
너는 세속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자이므로 사지死地가 가까운 산인散人이고, 나 상수리나무는 재목감이 되지 못함으로 온전한 삶을 얻은 산목散木의 경지인 것을!!”
 
장석이 꿈에서 깨어 꿈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말하니 제자가 물었다.
“그의 뜻이 쓸모없기를 바라면서 어찌 사당의 나무가 되었을까요?”
 
장석이 말했다.
“무슨 말이냐, 쉿!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아라. 저 나무는 우연히 사당에 심어져 있을 뿐이요, 저 나무가 원해서 거기에 심어진 것이 아니다. 자기의 뜻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욕지거리를 받는 것은 바로 사당의 나무가 된 탓이긴 하다. 그러나 다른 곳에 심어져 있었어도 잘리어지는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 사회의 기준으로 상수리나무를 평가하려 하니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匠石(장석): 匠(장)은 工人(공인)의 통칭이고 石(석)은 기술자의 이름임.
?社樹(력사수): 社(사)에 심어진 상수리나무. 社(사)는 토지신에게 제사지내는 곳. ?(력)은 상수리나무로 여기서는 神木(신목)으로 심어진 것임.
蔽數千牛(폐수천우):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에 가릴 수 있다.
?之百圍(혈지백위): 둘레를 헤아려 보면 백 아름이나 됨. ?(혈)은 헤아림.
十?而後有枝(십인이후유지): 땅에서 열 길을 올라간 뒤에 가지가 뻗어 있음.
旁(방): 곁가지.
觀者如市(관자여시): 구경하는 사람들이 저잣거리처럼 많이 몰려옴.
匠伯(장백): 장백은 장석. 伯(백)은 工人(공인)의 長(장).
厭觀(염관): 싫도록 보다.
散木(산목): 쓸모없는 잡목, 文木(문목)과 반대.
液?(액만): 나무 진액이 흘러나옴.
果?之屬(과라지속): 과실과 열매. 果(과)는 나무에 열린 것이고, ?(라)는 땅에서 자라는 것.
大枝折(대지절) 小枝泄(소지설): 큰 가지는 꺽이고 작은 가지는 찢겨짐.
以其能苦其生(이기능고기생):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괴롭힘.
自?擊於世俗(자부격어세속): 스스로 세속 사람들에게 타격을 받음.
幾死(기사): 거의 죽을 뻔하다.
奈何哉(내하재) 其相物也(기상물야): 어찌하여 상대방을 사물로 대할 수 있겠는가. 상대의 유용, 무용을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
予(여): 나, 재목감이 안 되어 全生(전생)의 大用(대용)을 얻은 散木(산목)의 경지.
而(이): 너, 재능을 세속에서 얻은 死地(사지)가 가까운 無用(무용)의 散人(산인).
惡知(오지): 어찌 알겠는가
趣取無用(취취무용): 뜻이 쓸모없음을 취함.
密若無言(밀약무언): 쉿!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密(밀)은 조용히 하라는 뜻.
??(후려): 욕지거리와 헐뜯음.
以義譽之(이의예지): 인간사회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참다운 평가가 아니다.
 
장자는 목수의 입을 빌어 장자 자신이 아무 쓸모없기를 추구한 지 오래임을 말한다. 우리는 오로지 쓸모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나 쓸모가 있는 존재는 자신의 쓸모있는 능력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닦달을 받으며 고통의 틈바구니에 갇힐 수 있다.
 
장자는 일찍이 쓸모없음에 큰 쓸모가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추구했다. 쓸모있음을 따르는 길이 예쁘게 가꾸어진 꽃길이라면, 쓸모없음을 따르는 길은 거친 들길이다. 쓸모없음은 있는 그대로 둠이며 인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꿈속에까지 나타나서 장석을 비꼬아 준 상수리나무의 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쓸모를 추구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사람이 쓸모없는 나무[散木]의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쓸모있음의 쓸모는 잘 알지만, 쓸모없음의 참다운 쓸모를 아는 자는 드물다고 탄식한다. ‘진정으로 쓸모있는 것’이란 스스로가 자신에게 매기는 평가다. 이는 자기 본성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서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은 쓸모만이 가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그 쓸모를 위하여 평생을 노력하고, 쓸모 있는 기능을 보유하기 위하여 힘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쓸모가 인정되면서부터 자기 스스로가 주인으로서 사는 길을 포기해야만 한다. 주체를 상실하고 한낱 도구적 존재로 전락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마음이 번잡하게 두루 얽매여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물을 귀로만 듣고 마음으로 듣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고 마음의 눈으로 보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마음의 고요함을 잃어버린 탓이다.
 
쓸모를 강조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표면적으로는 쓸모가 없어 보이는 철학을 통해서만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아간다는 심오한 의미를 아마도 장자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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