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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함의 도리와 성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8/27 [12:01]
“취함에 정성다하고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반성”

취함의 도리와 성찰

“취함에 정성다하고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반성”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8/27 [12:01]
1980대부터 외쳤던 국가적인 구호가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이었다. 모두들 너무 잘 알듯이 준비가 있으면 우환이 없다는 말이다.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자는 말로 유행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국가안보에만 필요한 말이겠는가? 모든 일에는 사전에 대비가 필요하다. 갈수기渴水期를 대비하여 못에 물을 모우듯이 민심과 인재도 모우고, 지식과 기술을 취하고, 필요한 것을 모운다면 환란에 잘 대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지도자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태만한 마음으로 있다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자기반성 보다는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임시방편으로 모면만 하려는 기회주의적 언행을 일삼아 왔다.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죄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환란에 제대로 대비를 못한 지도자들이 다시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과 의원,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다시 출마하면 또 당선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과연 그들이 하늘과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겠는가 싶다. 모두 우리 국민 전체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

그렇다면 어려움에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취해야 하며, 어떻게 반선해야 되는 대한 바람직한 지혜를 주역(周易)의 택지췌괘(澤地萃卦)에서 묻고자 한다.
 
택지췌괘澤地萃卦()에서의 췌萃는 모일 췌이다. 그 의미는 모우는 것으로 모임과 단결의 문제이다. 유형별로 예를 들자면 첫째, 장차 닥쳐올 환란에 대비하여 인재와 민심을 모우는 것이다. 둘째, 흘러가는 물을 못에 모우는 것이다. 셋째, 군자君子의 인격함양을 위한 영양소인 성인지도聖人之道를 모우는 것이다.

이러한 택지췌괘澤地萃卦()의 괘상卦象을 보면, 상태上兌의 택澤는 그 성정(性情)이 기쁨이요, 하곤下坤의 지地는 성정(性情)이 순順이다. 이것은 기쁜 마음으로 순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땅위에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루고, 연못의 물은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문왕文王은 택지췌괘澤地萃卦()의 「괘사卦辭」에서 “췌萃는 형통亨通하니 왕이 사당(종묘)에 이르니, 대인大人을 보는 것이 이롭다 하니, 형통亨通하나 곧아야 이롭다 하니라. 큰 소를 쓰면 길吉하니, 갈 바가 있으면 이롭다 하니라.” 라고 말한다
 
이 「괘사卦辭」의 내용을 살펴보면 ‘제사’를 통하여 사람들과 회통하게 하고, 민심民心을 취합하고 중지衆志를 모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명天命에 대한 신념과 바른 도道로 모우면 길(吉)하다고 말한다.

취함에는 정성을 다해라
 
췌萃는 결실을 갈무리하기 위해 모우는 것이다. 군자의 학문원리로서 인격함양을 위한 영양소를 모우고 깨달음을 모우는 것이다. 그 결과 만물萬物이 분산되면 소멸消滅하고, 취합萃合하면 생성生成되므로 형통하다는 것이다.
특히 만물 취합하는 데는 성인지도를 만나 종묘宗廟에 제사를 지내듯이 정성이 중요하다. 그 결과로 형통亨通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물이 모이는 바를 보면 하늘의 뜻을 알수 있다.
 
공자孔子는 「괘사卦辭」를 풀이하여 “‘췌萃는 모이는 것이니, 유순柔順함으로써 기뻐하고, 강剛을 얻어 응應한다. 그러므로 모이는 것이다. 왕王(성인)이 종묘에 이르는 것은 효성孝誠을 다해서 제사祭祀지내는 것이요. '대인大人을 보는 것이 이롭다.‘ 고 하는 것은 정도正道로써 만물이 모이기 때문이요, '큰 소를 쓰면 길吉하고, 갈 데가 있으면 이롭다.' 는 것은 천명天命에 순응하는 것이니, 그 모이는 바를 보면 천지만물의 뜻을 가히 불 수 있을 것이다.” 고 하였다.
 
천도天道와 천명天命에 순종順從함으로써 기뻐한다는 말이다. 그 결과 만물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종묘宗廟의 제사祭祀에는 부모父母에 대한 효孝를 다함과 함께 민심을 모우는 의미를 내포內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왕王이 정성을 다하는 제사祭祀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비록 왕위王位에 있을 지라도 개인적인 효孝로써 사람됨을 만 백성에게 보여서 민심民心의 취합하게 됨을 말한다.
 
천명天命에 순응順應하며 올바름으로 취하고 경계해라
 
취함의 방법론은 바름으로써 모우고 취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마음속으로 감복하여 모여든다는 것이다. 천하의 민십民心이 취합聚合되는 것을 보고 효심孝心을 다하여 향사享祀와 정도正道로서 모이는 것과 천명天命에 순응順應하면 천지만물天地萬物의 뜻을 가히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자는 ‘못이 땅 위에 있는 것이 췌萃이니, 군자君子는 이를 본받아 병기를 손질하여 뜻하지 않은 변을 경계警戒한다.’ 라고 하였다. 땅위에 못이 있으므로 물이 많이 모인 상象이다. 물이 많이 모이면 넘쳐서 샐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제방을 쌓아 막아야 한다. 군자君子가 이러한 상象을 보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이견이 생겨 분쟁이 일 것을 예상豫想하여 경계警戒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췌萃는 주위의 물이 모여 못이 되었다는 것이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자각하여 무기武器를 손질하고 보존하여 유사시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미리 근심 경계하라는 것이다.
 
믿음과 정성을 가지고 근심하지 말고 나아가라
 
믿음과 정성이 있으나 그 진실함이 온전치 않으면 이에 어지럽기도 하고, 이에 모이기도 함이라. 만약에 울부짖으며 반성하면 사람들이 다 같이 웃을 것이니, 근심하지 말고 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성하면 제사를 상징한다. 제사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봄 제사(춘향春享)은 사(祀)이고, 여름제사(하제夏祭)는 약(禴)이다. 가을제사(추향秋享)는 상(嘗)이다, 겨울제사(동제冬祭)는 증(烝)으로 여릉제사인 하제夏祭를 제외한 나머지는 제수祭需는 풍성하게 올린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제사인 약(禴)은 여름에 지내는 종묘제사宗廟祭祀로서 여름에는 음식이 귀貴하고, 잘 상傷하는 때에 지내는 제사祭祀이니, 제수는 간략히 하되 정성은 많이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도中道에 대한 믿음과 정성으로 취하면 길吉하고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군자는 영원한 올바름으로 민심을 취할 수 있다.
 
군자는 민심을 취합하기 위해서 삼덕三德인 원영정元永貞을 해야 한다. 원元은 지극히 착한 것으로 원래부터라는 뜻이 있고, 영永은 영구永久히 변함이 없는 것으로 상常이다. 정貞은 정도正道로써 행行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군왕은 정성과 믿음과 덕德으로 민심民心을 취합해야하는데 권력勸力으로 취합聚合하면 그 뜻이 빛나지 못하고 민심을 취합하지도 못해서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민심을 취하지 못함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만일 지도자들이 민심의 취함에 실패한다면, 스스로 위태로움을 알고, 진심으로 회개함으로써 허물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취합이 되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 진심으로 탄식하고 슬퍼하면서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하는가? 하늘과 사람들에게 진정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에 직면한다고 말한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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