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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작은 존재여! 사람이어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8/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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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작은 존재여! 사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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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8/31 [11:11]
??支離無?說衛靈公, 靈公說之, 而視全人, 其?肩肩. 甕瓮大?說齊桓公, 桓公說之, 而視全人, 其?肩肩. 故德有所長, 而形有所忘. 人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此所謂誠忘. 故聖人有所游, 而知爲?, 約爲膠, 德爲接, 工爲商. 聖人不謀, 惡用知? 不斫, 惡用膠? 無喪, 惡用德? 不貨, 惡用商? 四者, 天?也. 天?者, 天食也. ?受食於天, 又惡用人! 有人之形, 無人之情. 有人之形, 故群於人? 無人之情, 故是非不得於身. ?乎小哉, 所以屬於人也? ?乎大哉, 獨成其天. 
 
위나라에 등이 구부러진 곱추에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절름발이에다 입술까지 없는 언청이인 불구자가 있었다. 그는 인기지리무신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이런 사람이 한 때 위령공衛靈公에게 도를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영공은 그를 몇 차례 만난 뒤 매우 좋아하여 어느새 그의 모습에 친숙해졌다. 그의 험상스런 외모를 잊고 그의 덕을 곱게 여기는 바람에 그 때부터 신체가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그의 목이 삐쩍 야위고 길어 보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다른 얘기가 있었으니 목에 항아리만한 혹이 달린 옹앙대영甕?大?이라는 혹부리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에게 유세를 갔다. 제환공이 그를 무척 좋아했다. 그런 뒤에 환공은 몸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목이 야위고 가냘프다 하여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므로 덕이 뛰어나면 그 사람의 외모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고 만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연히 잊어버려야 할 것[外貌]은 잊어버리지 않고 잊지말아야 할 것[德性]을 잊어버리니 이러한 잊음을 참으로 잊어버리는 것[誠忘]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자유롭게 노닐고자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지식을 잉여물로 여기며, 사람을 구속하는 예의범절을 아교땜질 같은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결합으로 생각하고, 세속의 선행[德]을 사람과 교제하는 매개적 수단으로 여기며, 모든 기교와 기예는 상품화하여 팔기 위한 장삿속으로 생각한다. 성인은 본래 있는 그대로 살아가며 생각으로 일을 도모하지 않은데 어디에 세속적인 지식을 쓰겠으며, 순박함 그대로 깎아 다듬지 않으니 어디에 아교풀을 쓸 것이며, 본래의 도를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어디에 덕행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재화를 구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장삿속을 쓰겠는가.
 
이 네 가지는 자연이 길러주는 것이다. 자연의 양육이란 하늘이 주는 밥을 먹는 것이다. 절대 세계로부터 받은 생명의 양식으로 즐거운 생활을 하니 또 어디에다 인위적인 것을 쓰겠는가.
성인은 사람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만이 갖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없다. 사람의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지내는 것이요, 사람이기에 갖는 편벽된 감정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시비에 얽히지 않는다. 아득히 작은 존재이구나! 그도 사람이기 때문이고, 위대하기도 하다! 홀로 대자연의 본성을 실현함이여, 그도 사람이어라.
 
??支離無?(인기지리무신): 절름발이에다 곱사등이에다 언청이인 가공의 인물. ?(인)은 구부러지다. 無?(무순)은 입술이 없음.
說衛靈公(세위령공): 위령공에게 유세하다. 說(세)는 유세의 뜻.
靈公說之(영공열지): 영공이 좋아하다. 說(열)은 좋아하다.
其?肩肩(기두견견): 목이 가늘고 김. ?(두)는 목. 肩肩(견견)은 야위고 작은 모양.
甕?大?(옹앙대영): 항아리만한 큰 혹이 붙어 있는 가공의 인물. ?(영)은 혹.
德有所長(덕유소장) 而形有所忘(이형유소망): 덕이 뛰어나면 외형 따위는 잊어버림.
人不忘其所忘(인불망기소망) 而忘其所不忘(이망기소불망): 사람들은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린다는 뜻. 잊을 것은 外形(외형)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덕이다.
誠忘(성망): 정말 잊어버림이다. 덕을 가꾸는 일은 잊어버린 구제불능의 자기 상실에 빠졌음을 뜻함.
知爲孼(지위얼): 지식을 재앙으로 여김. 孼(얼)은 싹 중에서 곁으로 나온 것.
約爲膠(약위교): 사람을 구속하는 예의를 아교풀로 여김. 膠(교)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얽매는 인위적 강제를 의미함.
德爲接(덕위접): 세간의 도덕을 인간관계의 매개 수단으로 여김.
工爲商(공위상): 기술을 장삿속이라고 생각함.
不謀惡用知(불모오용지): 억지로 도모하지 않으니 어디에 지식을 쓰겠는가.
不?惡用膠(불착오용교): 깎아 장식하지 않으니 어디에 아교풀을 쓰겠는가.
無喪惡用德(무상오용덕):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니 어디에 덕을 쓰겠는가.
不貨惡用商(불화오용상): 팔지 않으니 어디에 장삿속을 쓰겠는가.
天?(천육): 자연이 양육해 줌.
天食(천사): 하늘이 먹여 줌. 食(사)는 먹여준다는 뜻.
惡用人(오용인): 어디에다 인위적인 것을 쓰겠는가.
有人之形(유인지형) 無人之情(무인지정): 사람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이 없음.
是非不得於身(시비부득어신): 시비의 분별이 몸에 침입하지 못함.
?乎小哉(묘호소재) 所以屬於人也(소이속어인야): 아득히 작은 존재구나! 인간에게 속한 것이여.
警乎大哉(경호대재) 獨成其天(독성기천): 놀랄 만큼 크구나! 홀로 자연의 덕을 이룸이여.
 
외모가 추한 불구자, 여기서는 절름발이에 곱사등이에 언청이까지 겸한 사람과 심한 혹부리를 등장시켜 이들이 영공靈公과 환공桓公같은 군주와 도를 이야기하고 삶의 철학을 논의했다. 왕들이 그들의 내면의 덕에 감탄하여 외형을 잊고 그들을 좋아한다는 점이 사뭇 감동적이다.
 
장자는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고 있다.”고 말한다. 뛰어난 덕 앞에서는 외모 따위는 잊어버린다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 세상 사람들은 외모와 재주만이 경쟁에서 이긴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덕을 가꾸는 일이란 깡그리 잊은 상태라면 이 모두 성망誠忘의 군상들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신체적 불구자인 그들은 형체를 초월한 세계 곧 세속적인 편견을 버린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소요하는 득도자의 경지를 다음처럼 설명하고 있다.
 
자기 내면에 빼앗기지 않는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모든 편견의 근원인 지적 분별을 잉여물로 생각한다. 인간의 활발한 생활을 제약하는 세속적 규범을 인공적인 강제로 생각하며, 상식적 도덕가치를 타협적인 허식으로 생각하고, 모든 기예와 기교를 자기를 세상에 내 보이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고 했다.
 
성인은 본래 있는 그대로 살기 때문에 아무것도 붙일 필요가 없으며 본래의 자기를 잃는 일이 없으므로 도덕 가치로 자신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없고 자신을 세속적인 매물賣物로 삼지 않기 때문에 기예나 기교로써 자기를 상품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길러 주는 것’ 곧 절대 세계로부터 받은 생명의 양식으로 즐거운 생활을 하니 속세에서 더 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사람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사람의 정은 없다고 했다. 속세의 정을 초월했으므로 시비是非, 호오好惡의 편견에 치우치는 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성인이 인간의 형체를 가졌다는 면에서는 작은 존재이나 세속인의 정을 초월하여 대자연의 근원적인 생명과 조화되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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