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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감의 지혜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9/02 [09:27]
목표와 결과만 보고 성급히 달려가지 말자

나아감의 지혜

목표와 결과만 보고 성급히 달려가지 말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9/02 [09:27]
대한민국과 북한의 긴박했던 군사적 대치 상황이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해결이 되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회담이 끝나자 말자 북한은 딴 소리를 하면서 무슨 속셈과 이유인지는 몰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는 그 동안 어떤 목표가 설정이 되면 꽤나 바삐 서두르는 편이였다. 뭐든지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달려오는 덕분에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급히 먹는 법이 체하는 법이며, 급히 서둘러 하는 공사가 어떤 백화점과 어느 다리가 무너지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특히 국가 안위와 관련된 남북대화는 북한이 서둔다고 따라가야 할 상황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주역周易 풍산점괘風山漸卦()에서는 나아감의 지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周易주역』풍산점괘風山漸卦() 점漸은 점점 점漸자로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요, 올라가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과 기러기가 날아가는 여러 유형에 비유하여 단계적인 점진漸進의 도道를 말하고 있다.
 
하늘의 시의성時宜性에 맞게 나아가라
 
『周易주역』풍산점괘風山漸卦()의 괘상을 보면 상괘上괘에는 손풍巽風이 있고, 아래 하괘에는 간산艮山이 있는 것이 풍산점괘風山漸卦()이다. 상손上巽은 겸손이며, 하간下艮은 머무는 것이라 겸손하게 멈추어서 하늘의 시의성時宜性에 맞게 나아가라고 말한다.

점괘漸卦 「괘사卦辭」에서 “점漸은 여자女子(군자)가 시집가는 데 길吉하니, 곧으면 이롭다.(점漸은 여귀女歸ㅣ 길吉하니 이정利貞이니라.)”라고 하였다. 『周易주역』에서 시집을 간다는 것은 군자가 성인聖人에게 시집가는 것이요, 여자는 군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성인聖人⋅군자지도가 하나 된다는 것이다. 곧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마음가짐을 항상 바르게 가지고 점진적으로 나아가라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漸은 형이상적인 ‘진보進步’를 의미한다. 군자인 여자女子가 성인聖人에게 시집가는 것이므로 희열이 있고, 또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라 길吉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절차에 맞게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 절차란 의례儀禮의 「사혼례士婚禮」에서는 육례六禮대 절차 - <1) 납채納采 : 신랑에서 신부 집으로 혼인婚姻을 구하는 의식 2) 문명問名 : 양가兩家의 성姓을 서로 아는 것 3) 납길納吉 : 혼처의 마땅함을 가족회의를 열어 가부를 결정하는 것. 4) 납징納徵 : 신랑 집에서 채단을 함에 넣어 신부 집으로 보내는 것. 5) 청기請期 :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사주단자를 보내고 택일擇日을 청하는 것. 6) 친근親近 :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서 신부를 맞이하여 오는 것.> - 대로 혼인의 예禮를 갖추어 바르게 하라는 것은 성인지도聖人之道와 하나가 되는 데는 혼례의 절차처럼 마음가짐을 항상 바르게 가지고 점진적으로 절차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 구절에 대하여 “점漸은 나아가는 것이니, 여자女子가 시집가는 데 길하다. 나아가서 바른 지위를 얻었으니 가면 공功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는 것을 바른 길로써 하니 나라를 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리는 군자지도로써 중도中道을 얻고 있다. (군자가 겸손하게)머물러서 유순柔順하니 움직여도 궁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바르게 나아가야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
 
점진적이고, 바르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여자가 시집을 가는데 육례六禮를 갖추어 점진적으로 하는 것을 귀歸(시집갈 귀)라고 하고, 예禮를 갖추지 않고 혼인을 하는 것을 분奔이라고 한다. 흔히들 과거에 정분이 났다고 할 때의 분奔이다. 군자는 육례六禮를 갖추어 단계를 밞아서 성인聖人과 혼인을 하는 것이 길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절차에 맞게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주부(군자)의 자리를 얻어 자녀를 두고 현모양처로서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름으로써 나아감으로써 수기치인修己治人, 수신제가修身齊家하여 그 결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는 유순柔順(손巽)의 덕德으로 머물고, 밖으로 겸손하게 처신하여 행하므로 움직임에 궁함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풍속風俗을 어진 덕德으로 선善하게 점진적漸進的으로 변화變化시킨다는 것이다.
점괘占卦에서는 점진적으로 나아감을 몇 가지를 당부하고 있다.
 
첫째, 미숙하고 위태로울수록 성인聖人의 말씀으로 바르게 해라.
어린이, 새끼기러기, 事物의 始初, 처음 시집온 신부는 미숙하여 위태롭고 근심이 되지만 성인聖人의 말씀을 간직해야 허물이 없다고 한다. 기러기가 물가에 나아감은 기러기와 같은 철새의 이동처럼 나란히 질서 정연하게 나아간다. 바름으로 질서정연하게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예부터 기러기는 질서와 믿음, 시의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점괘漸卦에서도 혼례, 남녀 간을 질서와 믿음의 상징인 기러기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둘째, 성인지도를 즐겨 자신을 수양해라
반석위로 나아감이니 음식(성인지도聖人之道)을 맛있게 즐기면 길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부인婦人(군자)가 밥을 지어 한갓 배불리 먹고자 함이 아니다. 군자의 인격적인 영양소인 좋은 음식(성인지도)을 제공하고, 성인聖人·군자지도를 계승하고 존속시키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성인지도聖人之道를 통해 자신의 심성心性을 닦았기 때문에 천명天命으로 생명력을 얻으니 배가 부른 것이다.
 
셋째, 나아감에 분분을 망각하지 마라
기러기는 수조水鳥로써 물가나 하늘에 있으면 편안하다. 그러나 뭍이나 나무위에 있으면 편안하지 않고 흉凶하다. 이것은 기러기 부부가 자신의 위피를 벗어나 본분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나쁜 곳에 마음이 쏠려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아내가 부정不貞을 하였기에 수태受胎를 하여도 아이를 낳아 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부 두 사람 모두가 부정不貞한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인욕人慾에서 오는 마음의 도적을 막고 중도中道에 순응하면 이롭다는 것이다. 조급히 움직이지 말고, 이치理致에 순응順應해서 순리順理로써 서로 보전한다는 것이다.
 
넷째, 하늘이 준 진리를 깨달아 점진적으로 나아가라
기러기가 나무에 않아 있는데 불안·불편하여 피곤하다. 왜냐하면 기러기는 수조水鳥로 발에 갈귀가 달려있어 나뭇가지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성인지도를 자각하면 성인의 말씀이 편안한 서가래의 역할을 해준다. 즉 하늘이 서가래를 얻게 해준다는 것은 군자가 천도天道에 순종順從하고 겸손하게 받아드리면 천도天道를 자각하게 하여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겸손하게 기쁜 마음으로 행하면 비로소 형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성인지도聖人之道로 나아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기러기가 언덕에 오른다는 것은 성인에게 시집감을 의미한다. 또한 오랫동안 受胎를 못하다가 마침내, 孕胎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인지도小人之道는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하는 것을 얻어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다.
 
성인지도聖人之道로 나아가면 천도를 자각할 수 있다.
 
기러기 무리처럼 질서 있고 바르게 나아간다. 기러기가 창공을 날아 이탈함이 없이 질서정연하다는 것이다. 여섯 단계를 거쳐 날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통의 경지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익羽은 천도의 상징인 십수十數를 말한다. 군자가 도道를 깨닫고, 지극한 선의 경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점괘漸卦에서 말하는 점진漸進의 도道이다.
 
기러기가 하늘의 마땅한 때를 따라 점진적으로 나아가듯이 우리의 인간사人間事도 점漸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목표와 결과만 보고 성급히 달려가지 말자. 목표를 향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절차는 더욱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진리에 순응하면서 순리대로 야무지게 나아간다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는 무너져 내려 않지 않을 것이고, 세월호는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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