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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계 천주교가정대회 공연서 ‘가정의 중요성’ 역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9/28 [10:37]
미국 마지막 방문지 필라델피아서 "아동 성추행에 책임 묻겠다"

교황, 세계 천주교가정대회 공연서 ‘가정의 중요성’ 역설

미국 마지막 방문지 필라델피아서 "아동 성추행에 책임 묻겠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9/28 [10:37]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밤 마지막 방문지인 필라델피아에서 1만8000명이 넘는 신자 가족들을 상대로 가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이날 세계 천주교 가정대회 기념 공연이 열린 필라델피아 벤저민 프랭클린 파크웨이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가는 대신 즉흥 연설로 청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무대에 오른 교황은 "하느님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서로를 사랑하는 가정을 보는 것, 가족이 자녀를 잘 키워 믿음과 선함, 아름다움의 사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가정을 '희망의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당신은 결혼한 적이 없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많은 가정이 '십자가를 짊어진다'"며 가족 간 다툼과 시어머니, 장모에 대한 언급으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교황은 "이러한 어려움들은 모두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절대 화해하지 않은 채 하루를 마감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당초 교황청이 사전에 배포한 교황 연설 자료에는 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다소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준비된 연설문에는 "가정생활을 위한 여유를 남겨두지 않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 가정을 보호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나라엔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를 그대로 읽는 대신 부드러운 즉흥 연설을 택한 것이다.
 
워싱턴과 뉴욕에 이어 이날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교황은 공연에 앞서 인디펜던스홀 연설을 통해 이민자들에게 "어떤 어려움과 곤경을 만나더라도 낙담하지 마라"고 격려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에서 2400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성 마르틴 성당에서 가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이 더는 비밀에 부쳐져서는 안 된다"면서 "어린이들이 성추행에 노출되지 않도록 열심히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어린이 성추행과 관련된 모든 성직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주교들과의 만남에 앞서 교황은 성 찰스 보로메오 신학대학에서 성추행 피해자 5명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이날 교황의 발언은 이전보다 강경한 것으로, 그동안 성추행 성직자에게 관용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성추행과 관련 있는 성직자를 처벌하기 위한 재판소 신설에 동의했지만, 성추행 성직자 처벌과 성추행 근절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23일 워싱턴DC에서 주교들을 만나 "성추행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후에도 '성추행을 당한 생존자 네트워크'는 교황이 사제들을 감싸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교황이 성추행 성직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필라델피아는 1980년대 미국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이 만연했던 도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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