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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락쉬타 법사의 법통과 후계구도⑦(마지막회)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05 [04:30]
신종교운동(불교)⑽

상가락쉬타 법사의 법통과 후계구도⑦(마지막회)

신종교운동(불교)⑽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05 [04:30]
▲ 삼보 불교종 교주 상가락쉬타 법사(가운데)가 후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신종교 가운데 불교에 뿌리를 둔 영국 삼보 불교종과 창립자 상가락쉬타 법사를 소개하면서, 영국이니까 이런 불교의 변형이 가능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아시아권인 일본과 한국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일본의 창가학회(SGI)를 비롯한 군소 단체들과 한국의 신종교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이제 삼보 불교종 소개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야할 것 같다. 삼보 불교종이 하나의 신종교로서 법통(法統)과 후계구도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삼보 불교종의 교세가 신장되면서 영국 내에서부터 우선 언론과 일반인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가 상가락쉬타 법사의 법통문제이다.
 
이 법통문제는 모든 종교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슈라고 생각된다. 특히 불교에 있어서는 더욱 이런 법통문제가 아주 중요하게 부각된다. 전통적으로 남방 상좌부 전통에서는 계맥(戒脈)을 중시 여긴다. 율장(律藏)에 근거하여, 비구계를 제대로 받았느냐가 핵심이 된다. 불교가 인도에서 남.북방으로 확장(擴張)되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비구계를 중심으로 한 계맥의 전승을 부처님 승가(僧伽 Sangha 공동체)의 연속으로 봤다. 상좌부가 실론에서 동남아시아로 전파될 때, 이 계맥의 전승이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실론(스리랑카)이 한 때,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로 인한 비구계(구족계)의식을 집전할 비구가 없어서 태국과 버마(미얀마)에서 계맥을 이어올 정도로 율맥(律脈)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반면에 버마나 태국은 실론에서 계맥이 전수되어 왔지만, 실론에 비구계맥을 다시 이어 주었다.
 
대승권인 중국 한국 일본도 서북인도-중앙아시아(서역)로 이어지는 법장부(法藏部 담마굽타카)의 율장인 사분율(四分律)에 의거해서 비구계를 전수해 왔다. 중국에서는 다양한 종파가 출현했지만, 종파(宗派)의 종지(宗旨)와 상관없이 승가는 이 사분율에 의거해서 구족계(비구계)를 전승해 왔다. 현재 일본은 국가의 개입으로 이런 전통이 무너졌고, 중국과 한국은 아직도 이 전통은 이어가고 있지만, 상좌부에서 생각하는 계맥전통과는 다른 개념이다. 동아시아 불교권인 중국 한국 일본은 계맥 보다는 법맥(法脈)을 더 중시 여긴다. 어떤 스승의 법을 이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티베트불교 전통은 인도에서 근본설일체유부(根本說一切有部)의 율장에 의거해서 빅슈(비구)계를 받는다. 하지만, 현재 티베트 불교전통은 계맥이나 법맥 보다는 논맥(論脈)을 중시 여긴다. 티베트 불교가 인도 날란다 대학 등의 학통(學統)을 이어갔기 때문에, 티베트의 어느 사원대학 출신인가에 따라서 빅슈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티베트 불교 각 종파는 ‘툴쿠’란 전세영동(轉世靈童) 또는 전세활불(轉世活佛)에 의한 각파 수장의 법통을 이어가고 있다.
▲ 상좌부 전통에 의한 우빠삼빠다(구족계) 수계식(미얀마).     © 매일종교신문
▲ 티베트의 한 사원대학에서 논강(論講) 시험이 열리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중국의 한 사원에서 대불 낙성식을 봉행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이상과 같이 불교의 3대 전통에서는 각기 계맥 법맥 학맥을 위주로 법통의 근거를 삼고 있다. 이런 원칙에 적용하면, 상가락쉬타 법사는 어느 전통에도 의거할 수 없다. 처음에는 버마(미얀마) 승가에서 비구계를 받았지만, 초종파 범불교 내지는 신종교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가사를 벗었고, 대승불교를 수업하고 선불교를 접했지만, 어느 특정한 스승으로부터 법맥을 전수 받은 적이 없고, 인도에서 티베트불교의 고승들인 린포체나 학승들로부터 비의(秘意)나 영감을 받았지만, 논강(論講)이란 시험을 통과해서 사원대학의 학맥을 잇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영국에서 삼보 불교종을 시작하면서 이 3대 전통의 고승들을 초청해서 증명법사로 인증(認證) 장면을 연출했지만, 그 자체가 불교 전통의 어떤 법통계승은 아니라는 관전자들의 논평(論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가락쉬타 법사의 법통문제가 대두되고 긍정 부정, 또는 비판까지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불교의 전통적인 관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불교를 뿌리로 한 신종교의 개념으로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당사자인 상가락쉬타 법사는 이런 부정 긍정의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자신과 삼보 불교종의 조직의 이념에 의해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보 불교종에는 이른바 성직자 그룹인 법사제도가 있다. 이 성직자를 담마차리(Dharmachari 法師)라고 부른다. 여성은 담마차리니(Dharmacharini女法師)라고 부르는데, 법의 스승이란 의미이다. 삼보 불교종의 법사들은 결혼을 해도 되고 독신으로 일관해도 되는 본인의사에 따르며, 다만 출가자인 아나가리카(집 없는 자의 뜻)는 독신으로 일관해야 하며, 전통불교에서의 비구. 비구니와 같은 신분이다. 상가락쉬타는 법사 신분이며 독신주의를 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독신이냐 결혼을 하느냐 출가자인 아나가리카에 대한 선택은 본인의 의사에 따르고, 독신법사, 결혼법사와 아나가리카(出家 집 없는 자)는 각기 지키는 계율이 있다. 조직의 체계와 활동을 위한 내적 통제는 불교고유의 율장정신에 근거해서 계율에 의해서이다.
 
삼보 불교종 교주 격인 상가락쉬타 법사는 법통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전통적인 법통설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고 독창적인 방식에 의한 수계의식과 후계구도에 의해서 조직의 연속성을 이어가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제자들 가운데서 담마차리 수부티( 법명Dharmachari Subhuti, 본명은 Alex Kennedy 1947-)법사를 후계자로 지명하여 삼보 불교종을 이끌어 가도록 하고 있다.
▲ 후계자 담마차리 수부티 법사 저,《서구에 불교를 가져오다》     © 매일종교신문
▲ 삼보 불교종 상가락쉬타 교주 후계자 담마차리 수부티 법사.     © 매일종교신문

사실상의 차기 교주로 지목되어 활동 중인 수부티 법사는 1973년부터 삼보 불교종에 입문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는 삼보 불교종이 기반을 구축하는데 상가락쉬타 법사를 도와서 42년간 최선을 다해왔고, 누구보다도 상가락쉬타 법사의 불교에 대한 사상과 철학을 계승한 수제자이다. 그는 상가락쉬타 법사에 대한 저술을 통해서 상가락쉬타 법사의 사상과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서구에 불교를 가져오다》란 저서를 통해서, 스승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삼보 불교종의 종지와 활동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종교단체에서의 후계자란 자리는 그냥 얻어지는 위치가 아니다. 쉽게 계승하는 자리는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에 공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전임자의 사상과 철학에 정통해야하며, 사제로서의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신념과 활동과 조직을 이끌어 갈 지도력이 있어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이런 객관적 조건에 부합하고, 무엇보다도 상가락쉬타 교주로부터 신임을 얻은 분이 바로 담마차리 수부티 법사이다.
 
하나의 신종교를 창립해서 반석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7회에 걸쳐서 삼보 불교종의 전반에 관하여 소개했고, 상가락쉬타 법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삼보 불교종이 하나의 신종교로서 영국과 유럽과 북미 등, 서구사회에서 정착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교주 상가락쉬타 법사의 종교적 신념이었다고 생각된다. 종교가로서 종교적 성공을 거둔 분들을 보면,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는 어떤 종교적 신념이 아닌가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상가락쉬타 법사는 청소년기에 벌써 종교(불교)적 신념이 확실했고, 전연 불교적 풍토가 아닌 영국에서 불교를 그것도 신종교 형태로 변형해서 실험을 했다는 것은, 마치 기독교를 아시아에 뿌리 내린 초기 선교사들과 마찬가지의 선교신념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상가락쉬타 법사는 과감하게 2천 5백년이 넘게 지켜온 불교의 전통적 모습을 영국이라는 기독교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게 한 종교적 실천가이다. 상가락쉬타 법사를 리서치해서 소개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외형적으로 보면 노란가사를 입은 상좌부의 비구로 출발했지만, 말년(90세)의 모습을 보면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모한 그의 인생행로이다. 그렇지만 그의 내면의 종교(불교)적 신념에는 전연 바뀐 것이 없다. 2천5백년 불교사에서 수많은 스승들이 명멸한 가운데, 상가락쉬타 법사와 같은 행적(行蹟)은 보기 드문 시대와 풍토에 적응하여 프로테스탄트적인 변용과 개혁을 과감하게 실행한 전범(典範)이라고 하겠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이런 유형의 종교가를 만나기도 참으로 어렵다고 본다. 삼보 불교종 창립자인 교주 상가락쉬타 법사는 비록 불교의 전통적인 사자상승(師資相承=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이란 법맥계승(法脈繼承)에 의한 법통에 대한 파격은 있었을지라도, 불교의 전통에서는 독각(獨覺)에 의한 무사승(無師僧) 전통 또한 불문율로 인정되고 있다. 이런 문맥에서 삼보 불교종은 불교역사상 하나의 파(派 sect)로 역사가 되고, 상가락쉬타 법사 또한 열전(列傳)에 이름을 올리는 전통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상가락쉬타 법사가 영국에서 불교전통으로 뿌리를 내려 하나의 신종교로 성공한 사례는 먼 훗날 전설이 되리라. (해동불교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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