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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나눔과 우물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05 [13:37]
우리는 우물물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는가?

진리의 나눔과 우물

우리는 우물물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는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05 [13:37]
오래전 시골 마을에 가면 대분분 공동 우물이 마을 입구의 길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우물은 온 마을의 사람들의 식수食水 공급원이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밤새 마을 사람들의 소식을 주고받는 장소이며, 생활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길가는 나그네들의 귀중한 휴식처이기도 하였다.

우물 물은 온 마음사람들이 퍼 먹어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서 우물의 물을 더욱 더 맑게 해준다. 그리고 우물의 물은 항상 일정량을 유지하고 있다. 즉 많이 길러 먹어도 우물물은 줄어들지 않고, 장마가 와서 많은 비가 내려도 우물물은 갑자기 늘어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우물이 과過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현상을 두고 중용지도中庸之道의 귀감으로 삼아 왔다. 도학道學적으로는 우물의 물은 군자의 영양소인 성인지도이다. 그리고 이 진리의 샘물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맑고 깨끗한 우물이 된다는 것이다.
 
우물은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상징이요, 진리의 샘이다.

이러한 우물의 이치에 대하여 『周易주역』의 수풍정괘水風井卦(
)에서 소상히 밝히고 있다. 『周易주역』에서 음식飮食은 인격적 생명을 함양시켜나가는 영양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양소는 성인聖人⋅군자君子의 말씀을 통하여 얻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를 목도木道라고 하여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의미한다.

정괘井卦()는 우물과 인간의 관계를 말한다. 우물은 땅속을 파서 나무로 정井자를 만들어 그 위로 돌을 쌓아서 우물로 사용했다. 물로 만물萬物을 양육하듯이, 진리眞理의 상징인 우물의 물과 하늘의 섭리를 상징하는 목도木道인 나무로 만든 두레박으로 진리의 물을 퍼서 사람들의 인격적 생명을 양육하는 것이다. 즉 수신修身과 교화敎化를 말한다.
 
정괘井卦() 『괘사卦辭』에서 “우물은 고을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못하니, (우물은) 잃는 것도 없고 얻음도 없다 하며, 오고 가는 이가 우물을 우물로 쓰나니(내 우물을 먹으니), 거의 이르러도 또한 우물에 끈을 드리우지 못함이니, 그 두레박을 깨뜨리면 흉하니라.” 라고 하였다.
 
이 말은 첫째, 고을의 문물제도文物制度는 변화시킬 수 있지만 우물에 지하수(성인지도聖人之道)를 모아 먹는 방법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물의 덕德은 불변不變이기 때문이다. 군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그 덕德이 변하지 않듯이, 우물에 물을 모아 먹는 나누어 먹어도 우물의 덕德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공時空을 초월한 불변不變의 진리眞理이다.

둘째, 우물의 물이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물물은 아무리 길러 먹어도 마르지 않고 더 좋은 물이 나오며, 또한 그냥 두어도 넘치지 않는다. 중中의 상태를 의미한다.

셋째, 우물의 물은 오가는 사람들이 내 것같이 먹는다. 또한 먹을수록 더 좋은 물이 나오니 진리의 나눔이 더욱 빛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두레박줄이 우물이 이르렀는데 물을 퍼 올리지 못하고 도리어 두레박이 깨졌으니 흉凶하다고 한 것은 덕이 있는 사람이 없으면 이것을 두레박으로 성인지도聖人之道인 물을 퍼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 굳지 못하여 진리의 물을 떠 마시는 일을 중도中途에 그만 두면 그 결과가 흉凶하다고 말한다.
 
공자孔子는 정괘井卦 「대상사大象辭」에서 “나무위에 물이 있는 정괘의 상을 본받아서 임금은 백성을 위해 일하고, 도움이 되는 책력冊曆이나 농법農法을 널리 권하라”라고 한다. 이것이 왕도정치원리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실천의 방법 중에 하나가 조선시대의 향약鄕約이라고 할 수 있다.
 
향약鄕約은 조선시대 향촌 사회의 자치규약이며, 사회질서 확립을 위한 유교적 도덕적 사회규범인 향약鄕約과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향약의 4대 덕목德目은 ①덕업상권德業相勸은 선행을 권장하고, 잘못은 고쳐주는 것이다. ②과실상규過失相規는 나쁜 행실은 서로 규제하는 것이요, ➂예속상교禮俗相交는 서로 사귀는 예의를 지키는 것이며, ④환난상휼患難相恤은 어려운 일을 서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전한다.
 
버려진 우물에는 천사가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물을 오래 동안 퍼 먹지 않거나, 청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우물의 맨 아래에서 미세한 진흙(소인지도)일어나 우물물이 흐려져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은 소인지도小人之道로 인해 진리의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됐으니 그 마을 사람들이 천명天命을 깨우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동안 버려진 우물은 하늘의 천사들인 새들도 먹으로 오지 않는다. 즉 하늘의 은택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정괘井卦에서는 유순柔順한 마음으로 우물을 새롭게 수리하고 고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물을 수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수양自己修養을 말한다. 우물을 고쳐 물이 다시 깨끗하게 된다는 것은 자신의 성찰과 변화로써 어느 정도의 공부가 이루어 진 것을 의미한다.
 
맑고 시원한 진리의 샘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맑은 샘물은 끊임없이 샘솟아 흐르는 진리를 의미한다. 이 진리의 물을 만민萬民 먹여 일깨우고, 널리 이롭게 하라고는 것이다. 이것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이다.
 
『周易주역』에서는 거듭해서 말한다. 맑고 찬 샘물은 군자君子의 인격적人格的인 영양소인 성인지도聖人之道이며, 중정지도中正之道이다. 이것으로 물질만능과 향락에 젖어있는 온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우물물을 기러내고 덮개로 덮지 마라
 
정괘井卦에서는 진리眞理의 말씀을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크게 길하다고 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우물을 길러먹고 덮개를 덮지 말라는 것은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왕래정정往來井井의 도道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眞理는 샘물과 같아서 나누어 사용할수록 빛나기 때문이다. 이는 道通의 경지를 말한다. 이로서 진리의 말씀이 공간에서 크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진리를 함께 나누기 위해 사람과 새도 또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맑고 찬 우물을 나누어 모두를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수리하며, 우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두레박을 깨트리거나, 우물물이 고여 섞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하늘의 이치 중에 하나인 달을 가리켜야 하는데 혹시 내 손가락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우물물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는가? 누구나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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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랑 2015/11/11 [07:54] 수정 | 삭제
  • 좋은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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