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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여성 얼굴가리개 ‘니캅’, 캐나다 총선 승패 좌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07 [15:51]
착용규제 논란에 정당의 정체성 드러나

무슬림 여성 얼굴가리개 ‘니캅’, 캐나다 총선 승패 좌우

착용규제 논란에 정당의 정체성 드러나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07 [15:51]

캐나다 총선을 코 앞에 놔두고 무슬림 여성의 얼굴 가리개인 ‘니캅’이 승패를 결정할 논란거리로 등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니캅’이 각 정당의 정체성과 선명성을 부각하고 지지 정당을 가르는 상징 이슈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권 선서식에서 무슬림 여성의 니캅 착용을 금지한 보수당 정부의 규제 조치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가열된 논란은 6일(현지시간) 스티븐 하퍼 총리가 집권 시 모든 공직 종사자의 니캅 착용 금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층 증폭되고 있다.
 
하퍼 총리는 이날 C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대다수 캐나다 국민은 시민권 선서식에서 얼굴을 가리지 못하도록 한 정부 방침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직 종사자의 니캅 착용 금지에 대해 "우리가 앞으로 연구해 보려는 문제"라며 "퀘벡에서는 이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우리도 법규 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퍼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의 규제 조치가 위법이라는 연방 법원의 잇따른 판결에 대해 이를 정면으로 되받아치면서 한술 더 뜨는 방식의 대응으로 나선 것으로 비치고있다.
 
지난 2월 연방 법원은 한 무슬림 여성이 제기한 재판에서 정부 규제를 시민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고 정부가 항소한 2심 재판에서도 최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보수당 정부는 집권할 경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히면서 판결 효력의 잠정 중지를 법원에 신청했으나 지난 5일 법원은 이마저 기각된 상태다.
 
니캅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온타리오 주와 퀘벡 주 일부에서는 반 이슬람 정서가 고조되고 실제 전날 쇼핑몰에서 니캅을 착용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과 여론주도층에서는 니캅 문제를 선거 이슈로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각 정당에 이 공방은 서로에게 이로운 이슈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자유당 쥐스탱 트뤼도 대표는 이날 "하퍼 총리는 정말로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이 논란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거리에서 니캅과 히잡을 착용한 여성들이 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건 캐나다가 아니며 이런 류의 리더십과 분열의 정치는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또 신민주당(NDP) 톰 멀케어 대표도 하퍼 총리가 보수당 정부의 경제 실책을 호도하기 위해 허구의 논쟁을 유발해 시선을 돌리려 한다며 "나의 35년 공직 경험 중 니캅을 쓴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고 힐난했다.
 
정부의 니캅 착용 규제에 대해 캐나다 다수 여론은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특히 퀘벡 주에서는 주민의 90%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퀘벡에서 있었던 프랑스어 당 대표 토론에서 멀케어 NDP 대표가 시민권 선서식에서 니캅 착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하퍼 총리와 설전을 벌인 이후 지지도가 급락해 3당 중 뚜렷한 3위로 내몰리는 위기를 맞았다.
 
이날 하퍼 총리가 니캅 문제를 재점화, 확대한 것도 막바지로 치닫는 선거에서 보수 색채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방식으로 지지층 결속을 노린 의도라는 해석이다.
 
중도진보 성향의 자유당과 상대적으로 좌파 이념성이 강한 NDP 지지층과 달리 보수당 지지층은 충성도와 결속력, 투표 의지가 가장 강한 특성을 갖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퍼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경제"라고 규정하면서도 니캅 문제에 대해 보수당은 국민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며 "캐나다 국민이 이를 매우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캅은 이슬람교도 여성들이 외출을 할 때 얼굴을 숨기기 위하여 착용하는 얼굴용 가리개(face veil)이다. 히잡(hijab)은 얼굴은 드러낸 채 머리만을 가리는 데 쓰이는 스카프이지만, 니캅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용도로 쓰인다.
 
니캅은 눈 부위에만 망사 천을 대어 시야를 확보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인 부르카(burka)와 비슷해 보이는데, 이는 니캅을 착용할 때 머리와 몸 전체를 가리는 복장도 함께 착용하기 때문이다. 부르카의 경우 눈 부위조차도 망사로 가려 놓았다는 점에서 니캅보다 더 보수적인 의상이다.
 
유럽은 물론 이슬람권 국가 내에서도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사는 국가인 프랑스(총인구의 약 10%가 이슬람교도)는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권익신장, 사회통합 등을 이유로 들어 2010년 9월 공공장소에서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하였다. 또,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등지에서도 유사한 법안 도입이 검토되는 등 니캅 퇴출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니캅 착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이슬람계 이민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이 유럽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고 이슬람 질서만을 고집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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