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자비심? 不法옹호?’ 진퇴양난 조계종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1/19 [20:42]
조계사 피신 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 수용

‘자비심? 不法옹호?’ 진퇴양난 조계종

조계사 피신 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 수용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1/19 [20:42]
조계사 피신 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 수용
지혜로운 길 모색은 결국 사회적 찬반논란 속 현상유지?  
조계사로 몰려든 보수단체, 국회로 항의방문한 스님들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의 중재요청에 대해 조계종이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결국 사회적 찬반논란 속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태도라는 시각이다. 즉 종교의 자비심인가? 불법옹호인가? 하는 진퇴양난의 선택에서 지연작전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 공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온 것과 관련해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 종교단체로서 자비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모두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들"이라며 "오늘 회의는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숙의의 과정"이라고 전했다. 즉, 고민과 숙의의 과정이 시간을 끌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수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6일밤 조계사로 피신하면서 조계종은 그의 거취와 시국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고심했다. 한 위원장은 18일 조계사 부주지인 담화스님과 면담에서 "항상 사회적 약자 문제에 고민하면서 앞장서 온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한다"며 신변보호와 화재위의 중재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화쟁위는 이날 오후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위원 12명이 참석, 긴급 회의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2010년6월 출범한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위원장인 도법스님이 주축이 돼 승려 7명과 교수·변호사 등 일반인 재가자 8명 총 15명이 참여하는 기구다.
 
그간 4대강사업, 쌍용차 해고 노동자문제, 밀양송전탑 사태 등 갈등이 심한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중재활동에 나섰다. 지난 2013년 철도 민영화 문제로 노조가 파업했을 당시에도 조계사로 은신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받아들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철도노조 파업 사태 등 과거 개입 사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화쟁위가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제기되고 있다.
 
철도 파업 당시에는 민영화 문제를 놓고 노측과 사측이 대립한 가운데 사측의 대화 거부로 양측의 교섭이 중단됐던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중재를 해야 할 당사자가 누구인지, 어떤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계사로 몰려든 보수단체, 국회로 항의방문한 스님들
 
한편 한 위원장에 대한 거취논의가 진행중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 위원장의 체포를 촉구하고 나서는가 하면 서청원 의원의 은신 관련 발언에 대한 항의를 위해 스님들은 국회를 찾아나섰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7개 보수단체 회원 1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폭력집회의 사실상 배후 세력인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은 즉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계사에 한 위원장의 즉각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조계사는 지난 4월 세월호 관련 불법 집회와 5월 노동절 집회 때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 출석 요구에 불응해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범죄자 한상균을 은닉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계사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지만 불교계를 대표하는 장소라는 특수성 때문에 중요 수배자들이 은신처로 삼아왔다"며 "조계사가 계속 한상균을 은닉한다면, 경찰은 즉각 조계사로 들어가 한 위원장을 즉각 체포하고 조계사 주지 자승과 관련자들을 범인 은닉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대변인 일감스님 등 조계종 스님들은 서 의원의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조계종은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서 최고위원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한 위원장의 조계사 내 진입에 대해 종단과 조계사 대중들은 매우 고심하며 신중히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 종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인들을 폄훼하고 나아가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은 종교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정치권력이 종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