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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과 허욕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1/22 [22:48]
하늘소풍길 단상

의욕과 허욕

하늘소풍길 단상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1/22 [22:48]
‘최고의 무념무상의 경지-멍 때리기’ 예찬을 다시 읽으며
 
“멍 때리기 하기 좋은 일요일 오전. 나이들수록 많이 내려놓고 의연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해야할 일이 많다. 건강한 의욕일까? 내려 놓지 못한 허욕일까?
 
새벽에 이 시대를 풍미한 YS의 별세 소식이 괜한 상념을 일게 한다. 정치와 역사에 무심한듯 지내온 내게 그의 죽음이 그저 주변의 일상적인 상사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건전한 사고일까? 세상과 엮일 수 밖에 없는 사고의 한계일까.
 
생명이 있는 한 세속의 허욕, 관심사는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내일부터의 허욕, 혹은 의욕적인 일의 수행을 위해 법화산 숲, 멍 때리기 충전을 해야겠다. 신발 신고 나서는 것도 의욕이자 허욕일 수 있다.”
 
 
지난해 오늘 자에 쓴 ‘최고의 무념무상의 경지-멍 때리기’ 예찬을 읽으며 오늘 아침 법화산 숲속 산책을 하기 직전 올린 페북 글이다. 새벽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었다.
 
용인의 아늑한 낙엽 숲길을 지나며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댓글이 올라왔다.
 
“허욕이 우리네 삶을 발전시켜 왔음도 인정하다 보면 그것도 자연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랬다. 그래서 그 의욕인지 허욕인지, 덕분에 이렇게 숲속 하늘도 즐기고 있는 거 아닌가.
 
숲길 지나 천주교 묘지를 끼고 능선 따라 단국대 쪽으로 걸으면서 수많은 넋과 혼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답글도 달았다. 이렇게 생명이 있으니 ‘멍 때리기’의 예찬을 하며 생활의 충전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손녀가 돌 이후 태아적 면역력이 떨어져 병치레가 잦다. 산책 나올 때 손녀를 돌보는 아내는 아내대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아들과 며느리는 그들대로 파김치 상태였다. 그들에게 카톡방에 사진과 글을 띄웠다.
 
“서윤이가 어쩔 수 없는 성장통이니 할머니 비롯해 다들 나름의 심신건강법 챙겨야 서윤이 잘 돌보며 서윤 핵폭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숲길과 하늘 보며 내 나름 극복하니 모두 넓게, 멀리 생각하며 생활하도록 하자.”
 
답하는 메시지가 왔다. “저도 산에 올라가봐야겠어요!”
 
멍 때리기 숲길 산책은 효과가 있었다. 아들에게 산에 올라 심신건강을 챙기려하는 의욕을 주었으니 내 의욕은 허욕아닌 건강한 의욕이란 생까이 들었고 더불어 회의에 젖었던 많은 일에도 의욕이 생겼다.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고 마는 자전거인생이라 해도 좋고, 호랑이 등에 타고 올라 떨어지면 죽을 수 밖에 없으니 맹렬히 붙들고 있는 숙명이라도 좋다. 그게 가족과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면 과욕, 허욕은 아닐 것이다. 내 의욕을 잃어버리는 순간 나는 오히려 내 자신과 주변에 의욕을 잃게 할 것이다. 허욕이라 칭하는 것은 나의 책임회피이며 나태하고 싶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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