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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의 현재와 미래⑥(마지막회)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1/24 [00:10]
신종교(불교)운동-16

인도불교의 현재와 미래⑥(마지막회)

신종교(불교)운동-16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1/24 [00:10]
▲ 인도출신 비구들이 아침에 마을에 가서 탁발을 하고 있다(바이샬리).     © 매일종교신문

그동안 달리트(불가촉천민) 불교운동을 중심으로 인도불교의 모습을 인도사회의 카스트를 통해서 주마간산 격으로 대강 살펴봤다. 사실, 최하층 카스트로 지정된 달리트에 의한 신 불교운동이 전개되지 않았다면, 인도불교는 벵골과 아삼 그리고 라다크 지역의 극히 소수종교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게다가 19세기 후반, 실론의 인도불교부흥운동가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에 의한 대각회(大覺會)운동이 아니었다면, 인도 불교는 역사 속에서나 살아있는 종교로서 서구 종교(불교)학자들의 아카데미즘 불교로 존재하고 말았을 것이다. 다행하게도 인도사회의 최하층인 달리트들이 힌두에서 불교로 개종함으로써, 인도불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그나마 불교란 종교가 다시 소생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특히 달리트를 중심으로 한 불교운동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불교전통 승가 형태와 재가불교운동이다.
 
불교전통 승가란 부처님 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불교 고유의 공동체를 말한다. 이런 전통은 인도에서 남방과 북방으로 전해져서, 오늘날 남방 상좌부 불교라고 하는 실론 태국 버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 그대로 전승되어 유지되고 있다. 실론은 인도불교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종주국이라고 하겠다. 실론은 이런 인도의 원형불교를 버마에 전해줬고, 태국에도 전해줬다. 하지만, 버마에 전해진 인도의 원형불교는 실론에 불교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전해진 불교여서 어떤 면에서는 버마가 실론보다도 더 인도적이라고 할 것이다. 버마불교가 인도불교의 원형을 간직하게 된 이유는, 실론의 인도불교가 서구열강의 침입으로 약화되면서 승가가 허물어졌을 때, 자신들이 전해준 인도불교의 원형을 다시 버마와 태국에서 역수입해 온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실론 불교는 3개 종파가 있는데, 시암니까야(태국)와 버마에서 계맥을 이어온 아마라뿌라니까야(버마)와 라만나니까야(버마) 파가 그것이다. 현대 인도불교 역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달리트 불교운동의 비구들은 실론에서 계맥을 계승해 왔다. 이렇게 본다면 인도-실론-버마(태국)-실론-인도(네팔)로 계맥이 계승된 것이다.
 
북방으로 전해진 인도불교는 두 갈래로 진행되었는데, 기원전에 인도-간다라(카슈미르)-중앙아시아-서역(신강일대)-중국(베트남)-한국-일본으로 전해졌다. 7세기에는 인도의 후기 대승불교가 티베트로 전해져서 몽골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현재 세계불교는 3대 패밀리로 전개되었는데 남방으로 전해진 상좌부 불교,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동아시아로 전해진 대승불교, 이후 티베트와 몽골로 전해진 밀교(금강승)인 후기 대승불교로 대별할 수가 있다.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는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다시 회귀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의 옷을 입고 다시 본래 고향에 돌아온 것과 같은 과정을 밟은 것이다. 현재 인도의 달리트 불교운동을 주도하는 인도불교승가는 인도 전역에 퍼져있지만, 주로 불교개종운동의 시발지역인 서부의 마하라슈트라 주인 뭄바이 나가푸르와 불교성지가 집중되어 있는 비하르 주와 우타르푸라데시 주 등지이다.
 
▲ 인도출신 비구들이 보드가야 대탑 보리수 아래서 부처님성도절 행사를 봉행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버마출신의 명상스승에게 법문을 듣고 있는 인도의 재가불자들.     © 매일종교신문
인도출신 비구들의 숫자는 지난 40여년 사이에 수천 명으로 증가했다. 불교성지를 찾는 전 세계불교도들의 증가에 따라서 성지에 불교사원이 새로 건립되고, 인도국적의 비구로 하여금 사원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인도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출가비구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경제성장과 관광정책에 의한 불교유적지 개발과 보호에 의한 사원건립 또한 인도 출신 비구들의 수요를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달리트 불교운동에 의한 최하층 카스트로부터 탈출도 한 몫 하고 있다. 반면에 달리트 불교운동에 의한 재가불교운동을 하는 일반불자들은 대개 지성불교(知性佛敎)를 하고 있다. 카스트 상으로는 낮은 신분이었지만, 힌두에서 불교로 개종한 재가불자들은 거의가 교육받은 지성인들이 많다. 특히 교육계에 종사한다든지 엔지니어들 또한 상당수이다. 암베드까르 박사의 이름을 내건 대학들 만해도 인도 전역에 10개가 넘고 사상연구소 도서관 박물관 등이 인도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해서 활동하고 있다.
 
우타르푸라데시 주에서 주립대학교로 2002년에 설립한 고탐붓다대학교(Gautam Buddha University)는 캠퍼스의 규모가 5백 에이커(60만평)나 되고 학생 수 등에 있어서 인도 대학가운데 상위권이다. 고타마 붓다의 이름을 내건 대학은 인도 역사상 처음이다. 이름은 고탐붓다대학교이지만, 창교 이념은 암베드까르 박사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설립연도는 얼마 되지 않지만, 부처님의 이름을 직접 내걸어서 사용할 정도로 불교가 인도사회에서 수용되고 있다는 증좌이다. 브리티시 인도 시기에는 여러 대학에서 불교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고, 주로 유럽(영국)의 학자들이 교수와 연구를 주도했었다. 인도 독립 이후에는 다소 침체를 면치 못하다가 옛날 날란다 대학 부근에 나바(新) 날란다 대학을 설립하여 인도학(印度學)과 함께 불교학 연구가 시작됐으며, 마하라슈트 주 뿌나대학교에는 불교학부가 개설되어 빨리어와 불교학 연구의 개척 역할을 했다. 사실상 이런 불교학 연구를 달리트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델리대학교 와라나시의 힌두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불교학이 다뤄지고 있다.  

▲ 60만평부지에 세워진 고탐붓다대학교 캠퍼스.     © 매일종교신문
▲ 뿌나대학교에 개설된 빨리어.불교학부, 한 세미나에 참석한 필자(이치란 박사2013년).     © 매일종교신문
오늘날의 인도불교는 전적으로 암베드까르 박사의 지도로 개종운동이 일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달리트 개종운동 이전에는 벵골을 중심으로 한, 벵골불교 비구들과 불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라다크에도 티베트 불교전통을 따르는 라다크 불교가 있었고 아삼지역에는 버마불교와 가까운 불교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벵골불교도 지금의 방글라데시로 분리된 치타공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인도-유럽어를 사용하는 아리안 언어를 쓰는 불교도는 이른바 바루아 성(姓)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순수 정통 인도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달리트들이 불교로 개종하면서 인도불교는 활력을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인도 유럽어를 사용하는 실론 출신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와 그의 제자들인 실론 출신 비구들이 인도 불교성지에 대각회 운동을 벌이면서 인도에 불교를 다시 소생시키는 공로는 무시할 수 없었다. 브리티시 인디아 시기에는 실론 출신도 인도인과 다름없는 신분이었지만, 이들의 활동은 불교성지중심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인도가 독립한 이후부터는 국적이 달라서 그나마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공백을 달리트 불교운동이 대체했고, 1960년대 이후에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함으로써 티베트 불교전통이긴 하지만, 인도불교 지형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 몇 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무슬림들의 불교도와 힌두교도에 대한 잔악행위를 중단하라고 인도의 비구들이 데모 행진을 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지난 50년간 인도에서의 티베트 불교는 본토인 티베트 못지않게 교세를 형성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교학체계는 오히려 인도에 있는 망명 티베트불교가 티베트 본토보다도 더 왕성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티베트 불교를 인도 땅에서 재현하고 있다.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북부 히마찰프라데시 주의 다람살라라든지 인도남부의 티베트 사원대학들과 사르나트의 티베트중앙대학 등은 티베트 불교교육과 연구를 완벽하게 해 내고 있으며, 해외 티베트학 연구
까지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인도불교의 지형은 달리트 불교운동, 기존의 서벵골 불교, 아삼불교, 라다크 불교와 티베트 망명불교가 혼재되어 있으며, 불교성지를 중심으로 한 세계 각 나라의 불교 사원들이 건립되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버마에서 온 명상불교가 인도의 재가불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은 인도의 지성불교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힌두의 요가명상에 맞대응할 수 있는 불교전통의 위빠싸나(觀法) 수행법이 크게 어필되고 있다.
 
오늘날 인도불교가 소생되는 데는 달리트의 힌두에서 불교로의 개종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개종운동 이전에 불교개종의 씨앗이 되는 몇 가지 선행(先行)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가운데서도 간과할 수 없는 한 사람의 불교학자가 있었다. 그는 아차리아 D. D. 코삼비(Kosambi 1876-1947)이다. 20세기 초중반 인도의 가장 유명한 불교학자요, 빨리어 대가이다. 그는 현대 인도의 수학자이면서 마르크수주의 역사가인 D.D. 코삼비(1907-1966)의 부친이기도 하다. 코삼비는 인도 서남부 포르투갈 식민지 고아에서 태어나서 온갖 역경을 딛고 인도와 네팔 실론 버마에서 산스끄리뜨와 불교와 빨리어를 배우고 자이나교를 연구하여, 인도불교학 연구에 초석을 놓으신 분이다.  

▲ 부친 코삼비(1876-1947).     © 매일종교신문
▲ 아들 코삼비((1907-1966).     © 매일종교신문
코삼비는 암베드까르 박사의 개종운동에 이념을 제공하고 격려했으며, 간디의 소금 행진(사티아그라하)에도 참여하여 6년간 옥고를 치루는 등, 인도 독립운동에도 기여한 분이다.
 
▲ 마하트마 간디가 이끈 소금세 폐지 운동(1930년).     © 매일종교신문

코삼비는 불모의 인도의 불교학계에서 인도출신으로서 불교학과 빨리어를 연구하여 가르치고 저술을 남긴 분으로, 미국 하버드와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산스끄리뜨어와 빨리어를 가르치면서 불교철학서《위숫디마가 Visuddhimagga 淸淨道論》를 엮고 ‘부처의 일생’인《바가완 붓다Bhagwan Buddha》(1940)를 마라티어로 저술, 후에 영역했다. 이 책은 암베드까르 박사를 비롯한 달리트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개종의 이념을 제공한 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삼비는《보디삿드바 Bodhisatva》란 연극대본을 비롯해서 11권의 불교저서와 자이나교에 대한 저작을 남겼다. 이밖에도 일일이 다 예를 들 수 없지만, 달리트 불교운동이 일어나기 전, 일련의 학술적 선행운동이 있었기에 암베드까르 박사를 비롯한 추종자들이 개종이란 거사(擧事)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은, 이런 인도불교의 소생에 감로수(甘露水)를 뿌린 격이었다. 인도정부의 보호와 협력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인도 땅에서 재현하는데 심혈을 경주, 50년이 지난 지금, 티베트 불교는 인도에서 정착했으며, 인도불교의 소생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활동반경은 인도 亞 대륙을 넘어서 5대양 6대주를 자유자재로 다니면서 법음(法音)을 전하고 있다. 특히 세계평화 기후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 견해를 피력하고 주창하지만, 가끔은 중국을 향해서 정치적인 발언도 한다. 중국과 한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현대 인도불교에 끼친 영향과 공로는 너무나 크다고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망명인의 신분으로서는 한계도 있을 수밖에 없다.
 
▲ 델리에서 개최된 국제불교연맹(IBC)총회에 참석한 재(在)인도 티베트불교 2세지도자들. 左에서 두 번째, 제14세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 환생한 링 린포체, 사캬파의 후계자, 판첸라마의 환생 라마와 필자 이치란 박사(2011년).     © 매일종교신문

인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불교유적지보호에 법적조치를 취하고 불교성지 순례 객들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관광정책을 세우고 있는 추세이다. 인도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의 관심과 배려이겠지만, 인도 전체 종교인구 수치로 본다면 불교는 소수 종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2억 명 이상의 최하층 카스트는 불교인구의 증가를 위한 잠재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달리트 불교운동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최대의 관심사이다. 지금까지의 최하층 카스트의 불교로의 개종은 경제적으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교육받은 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카스트의 신분은 낮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서 주로 개종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직도 최하층 카스트들은 힌두교에 속해 있으며, 소수이긴 하지만, 시크교로 이적한다든지 해외이민을 통해서 신분세탁을 하는 인구도 다소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삼보종의 인도 지역 본부에서는 인도전역에 30개의 지부를 거느리고 있는 조직이다. 인도에서의 이 신 불교운동은 암베드까르 박사의 지도이념에 따라서 불교로 개종한 달리트 불교도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이다. 1979년 영국 삼보종 창립자 상가락쉬타 법사에 의해서 창립되었고, 그의 영국인 제자 로카미트라 법사가 이끌고 있는 단체이다. 또한 비영리자선단체인 카루나 트러스트(Karuna Trust)는 인도 네팔등지에서 40-50개의 로컬 프로젝트를 운영하여 매년 5만 명 정도의 최하층 빈곤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인도인들에 의해서 수많은 단체들이 암베드까르 박사의 지도이념에 따라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도불교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인도인들에 의해서 불교가 정착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된 승가회의 조직에 의한 행정체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도불교 발전의 장애요인이다. 인도인에 의한 인도불교가 지금까지는 암베드까르 박사의 지도이념에 따라서 힌두에서 불교로의 개종에 의한 달리트 불교운동 차원이었다. 그나마 승가형태를 유지했던 벵골불교 또한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인도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각종교부장관을 두고 있어서 불교도 각 주마다 불교부장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해동불교아카데미원장 www.haedongacademy.org)<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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