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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 없는 자연의 세계에서 노닐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2/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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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 없는 자연의 세계에서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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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2/30 [08:38]
無爲名尸, 無爲謀府, 無爲事任, 無爲知主. 體盡無窮, 而游無朕. 盡其所受乎天, 而無見得, 亦虛而已! 至人之用心若鏡, 不將不迎, 應而不藏, 故能勝物而不傷.     

명예의 주인이 되지 말며,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마라. 일의 책임자가 되지 말며, 지혜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 다함이 없는 도를 체득하여 흔적이 없는 무위자연의 세계에서 노닐어라. 하늘이 준 본성을 온전하게 하되 스스로 터득한 것이 있음을 드러내어 과시하지 말라. 오로지 마음을 비울 따름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곧 지인의 경지이다. 지인의 마음은 마치 거울 같다. 사물을 보내지도 맞이하지도 않는다. 비치면 비춰 주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이처럼 응하되 무엇 하나 간직하거나 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울은 온갖 사물을 다 비추면서도 전혀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無爲名尸(무위명시): 명예의 주인이 되지 말라. 尸(시)는 주인의 뜻.
謀府(모부): 모략의 창고. 꾀주머니.
體盡無窮(체진무궁) 而遊無朕(이유무짐): 다함이 없는 도를 완전히 체득하여 흔적이 없는 무위자연의 세계에 노닐다.
盡其所受乎天(진기소수호천): 하늘에서 받은 것을 극진히 함. 자연에서 받은 것은 인위로 손상시키지 않고 다 누린다는 뜻.
無見得(무현득): 所得(소득)한 것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것. 나 스스로 과시하지 않는 것.
亦虛而已(역허이이): 오직 마음을 비울 따름임. ‘虛(허)’ 한 글자로 앞의 내용을 총괄한 것이다.
不將不迎(부장불영): 보내지도 아니하고 맞이하지도 아니함. 私意(사의)를 품지 않는 것.
應而不藏(응이부장): 비추어 주지만 모습을 간직하지 않음.
能勝物而不傷(능승물이불상): 만물을 다 비추지만 다치지 않음.  
    

천하를 다스리지 않고 천하에 맡겨 두는 정치가 성인의 정치이다. 인위적인 지식으로 정책을 만들어 사람을 구속하는 통치는 도리어 인간을 파괴하는 비극을 야기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대도를 행하는 성인의 다스림은 사물에 그대로 맡겨 둠으로 사물이 각각 그 이름 만큼의 몫을 감당하므로 따로 명예를 위주로 하는 일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모나 책략을 짜내는 중심이 되는 일이 없이 각자가 스스로 도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서 사심이나 사욕 극복한 무위, 무심의 경지를 체득한 사람은 모든 대립적 장애를 초월한 사람이므로 더욱더 무궁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아무런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미 대자연의 근원적 본성을 체득하였으니 들어갈 안도 없고, 더 나갈 밖이 없다. 무엇을 드러낼 것이 있을 것인가? 확연히 통하고 열려 있을 뿐이다. 이러한 마음의 경지를 아무것에도 집착함이 없는 거울에 비유한 것이다. 이 무심은 사물에 장애 받지 않고 사물을 넘어서 있으므로 사물을 해롭게 하지도 않지만 한정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지혜를 가지고 천하를 구제하겠다는 세속적 지식인들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야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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