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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자와 종교의 관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1/31 [08:54]
상승세 美 대선후보 샌더스, 유대인이란 점이 주는 영향은?

미국 대선 후보자와 종교의 관계

상승세 美 대선후보 샌더스, 유대인이란 점이 주는 영향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1/31 [08:54]


종교보다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샌더스, 오히려 유대인은 경쟁자 힐러리 지지

 
버니 샌더스(사진)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바짝 추격하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미국 대통령 후보 역사상 첫 유대계 후보가 된다.
 
역대 최고령이자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 후보이라는 새로운 기록보다 더욱 관심을 끌 사안이지만 아직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가 종교보다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대인으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미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에 가장 근접했던 유대계 정치인은 민주당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이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런닝메이트였던 리버먼은 2004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퇴장했다.
 
그런데 샌더스의 진보적 입장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과 달리,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은 아직까지 별다른 관심거리가 아니다. 샌더스는 1920년대 폴란드에서 뉴욕 브룩클린으로 이주한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유대교식 교육을 받았고, 60년대 초반에는 키부츠(협동농장) 운동에도 몸담았다. 그의 외모나 특유의 브룩클린 억양도 그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를 유대계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유대교 사원 티페레스 이스라엘의 랍비인 스티븐 에델만-블랭크는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에 “이 곳에서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샌더스의 종교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식 석상에서 “신을 믿는다”고 밝히면서도, 종교적 관습과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편이다. 스스로 “제도화된 종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밝힐 정도이다. 샌더스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유대계 풍속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신을 믿는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도 그렇다”고 말했다.
 
유대계라는 뿌리를 먼저 언급하는 일도 적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내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할 뿐이다. 다만 이 때도 유대인이으로서 받은 종교적 영향보다 정치적 영향이 더 크다고 밝힌다.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종교를 가져오는 것이다.
 
때문에 유대계 미국인 사이에서도 샌더스에 대한 지지가 열렬하지는 않은 편이다. 리버먼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일부 시온주의자들이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오히려 경쟁자인 힐러리를 지지하는 유대인들이 더 많다.
 
이와 같은 샌더스의 비종교적 입장은 미국 정치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사뭇 이례적이다. 특히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종교는 항상 뜨거운 쟁점이었다. 종교가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잦았다. 미국의 첫 가톨릭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가톨릭이나 교황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 위해 노력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도전장을 내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정통성이 약한 몰몬교도라는 논란이 따라다녔다.
 
또한 대부분 대선주자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종교를 적극 활용해왔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침례교 목사라는 경력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오바마 역시 틈날 때마다 독실한 신앙을 고백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힐러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유권자들과 가진 만남에서 “나는 감리교인이고, 감리교인으로 교육받았다”며 “가정과 교회에서 받은 가르침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대선 주자들 중에서 가장 종교적이지 않은 후보로 꼽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도 종교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일요일 아이오와주의 한 교회 예배에 참석해 ‘겸손’을 주제로 한 설교를 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샌더스가 종교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 진보 성향 지지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본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샌더스의 정치적 기반인 버몬트주는 유대계 인구가 워낙 적기 때문에 특별히 정체성을 부각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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