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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재수굿 문화공연’과 함께 열린 ‘합동 국운 발표회’ 논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2/02 [08:05]
“나라 망치는 무속행위” VS "이 시대 사명자들의 희망 메시지“

국회서 ‘재수굿 문화공연’과 함께 열린 ‘합동 국운 발표회’ 논란

“나라 망치는 무속행위” VS "이 시대 사명자들의 희망 메시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2/02 [08:05]
 
“나라 망치는 무속행위” VS "이 시대 사명자들의 희망 메시지“
 
-“힘이 없는 신앙에 대해서 배타시하는 것, 일종의 권력 가진 자의 폭력일 수도”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서 열린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과 북핵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원한다는 취지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 대해 개신교 등에서는 ‘무당굿으로 국운을 도모하는 굿판을 벌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역술인협회(회장 백운산)가 펼친 행사에서는 굿판이 아닌 ‘재수굿 공연’이 펼쳐졌고 김주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부위원장 이외에 역술인과 도인, 무속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굿은 국회 내부규정상 할 수 없어 취소했고 대신 문화한마당 차원의 민속공연이 잠깐 있었을 뿐인데 교셰신문인 문황리보와 단체 등에서 '굿판을 벌였다'며 비난을 하고 있는 것. 
 
발표회에 앞서 오민경 씨가 재수굿 공연을 하며 “병신년은 정치·사회적으로 시끄럽다. 큰 사고는 한두 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남북의 관계 회복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국운을 전했다. 
 
한국역술인협회는 “북한 핵실험으로 우리 안보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고, 4월 총선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새해 희망찬 새 출발과 함께 여기 이 시대 사명자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보고자 ‘제2회 2016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를 마련했다”는 뜻을 전했다. 사회를 본 김주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나라의 미래를 점치는 국운발표회를 열고, 재수굿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종교화합의 취지였다”고 밝혔다.
 
역술인 발표자로 나선 김민정 한국역술인협회 부회장은 병신년의 국운에 대해 침체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도기에 놓인 운이라 말했다. 그는 “혼란과 갈등, 작은 사안들을 때문에 상반기는 다소 우왕좌왕하는 시기지만 8~9월 접어 들어가면서 안정과 대안이 하나씩 생겨날 것”이라며 “경기의 안정과 국민의 정서 등이 한마음으로 자리 잡아, 성과를 이루어 가기 시작하는 대기만성의 해”라고 밝혔다.
 
도인인 김덕현 구세영우회 회장은 “국제 여론을 결집해서 한반도 내 비무장지대를 중심권으로 유엔 사무국을 유치하도록 해 통일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교인 이숙자(마고삼성 신당) 선생은 “병신년 올 한 해는 대한민국이 몹시 시끄럽다. 4년 만에 치르는 총선으로 상반기는 각 분야에서 갈등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7~9월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분주하고 시끄러우나 대통령이 꿋꿋한 리더십으로 잘 극복하리라 본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국운은 무난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국회에서 기독교의 기도회, 불교의 법회 등이 있어 왔다. 굿판을 벌인 것은 2010년 한민족정신지도자연합회(한정연) 주최로 열린 이후 처음이다.
 
이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1일 논평을 내고 “국회에서 제사상을 차려놓고 굿판을 벌인 새누리당 종교위원회는 구한말 궁궐에서 명성황후(민비)가 굿판을 벌이다 재정을 파탄시키고 나라를 망하게 한 사실을 모르는가”라고 개탄했다. 또 “2016년 병신년 국운을 위해 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속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또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하나님께 대한 기도로 시작됐다”며 “1948년 5월 31일 오후2시 제헌국회 제1차 회의 개회사에서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며 미신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개신교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갈등과 분열을 보이고 있는 정치와 국회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행사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의 정당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와 단체들도 뭔가 진정성이 있다며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정치 국회도 바뀐다는 것이다.
 
종교를 패러디한 종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교회’ 등도 미국에 이어 네덜란드서 정식 종교로 인정받는 세상에서 우리민족의 수천년 내려오는 전통을 부조건 배타시하고 악마시하는 것은 우리 정치사회의 화합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기독교가 배타시, 악마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해는 못하더라도 슬쩍 눈을 비켜 전통문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주의회 기도회에서는 “미국의 헌법 아래에서 시가 어떤 종교 집단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며 심지어 '사탄 종교'를 내세우는 신도들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가. 국가조찬기도회, 법회와 마찬가지로 포용할 수 있는 전통문화행사로도 볼 수 있다. 개신교가 법회를 보듯, 불교계가 국가조찬기도회를 대하듯 다양한 종교를 포용하는 국회의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있다.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기성 종교는 용인하면서 유독 힘이 없는 신앙에 대해서 배타시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을 가진 자의 폭력일 수도 있다. (이중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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