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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 넘보는 AI, 그 이용의 윤리적 문제도 논의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6/04/08 [10:50]
‘자율주행차 윤리세미나’서 판단 프로그램 선택 딜레마 거론

문학·예술 넘보는 AI, 그 이용의 윤리적 문제도 논의

‘자율주행차 윤리세미나’서 판단 프로그램 선택 딜레마 거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6/04/08 [10:50]
인공지능(AI)이 바둑은 물론 인간의 정서를 담은 문학과 예술 분야까지 넘보고 있는 가운데 그 사용가치의 윤리적 문제까지 논의하게 되었다.
 
대한서울상공회의소에서 7일 열린 ‘자율주행차 윤리 세미나’에서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공공의 편익을 최대화할 것인가 ▲자율주행차의 책임을 최소화할 것인가 등의 윤리쟁점을 논의했다.
 
“탑승자 보호가 우선인가 10명의 보행자 구해나 하나”
-윤리적 판단과 기준은 사회적 합의 통해 만들어야

 
뒤좌석에 사람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데 갑자기 10명의 보행자가 나타났다. 차를 멈추기엔 늦은 상태. 운전대를 꺾으면 탑승자가 벽에 부딪쳐 죽을 확률이 높고, 그대로 직진하자니 10명의 목숨이 위태롭다. 자동차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다수를 살리기 위해 탑승자를 희생하도록 프로그램이 된다면 자율주행차를 살 사람이 없을 것이고, 탑승자를 보호하자니 다수가 죽는다.
 
이 같은 딜레마 상황에 빠졌을 때 자율주행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입법ㆍ행정ㆍ사법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사고 직전 선택의 순간뿐 아니라 사고 후에 누가 책임을 지고, 그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일지도 논의의 대상이다. 주행은 기계가 하지만 결국 이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과 기준은 사람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 ‘인간들의 문제’이다.
 
자율주행차는 탑승자가 브레이크, 운전대, 가속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도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로 우리나라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및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택의 대상이 노인과 어린이일 경우, 1인과 다수일 경우, 차량과 동물일 경우 등 무수히 많은 상황이 존재한다”며 “정교한 선택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학전문가는 물론 윤리와 철학, 법학 등 인문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윤리선택의 방향성조차 합의가 안됐지만 인공지능과 접목해 여러 사례를 학습시키고 관련 정보를 많이 주입시킨다면 최적의 선택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란 주장(김민구 아주대 교수, 남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도 나왔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에만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이 있었지만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의 개입 정도가 달라지면 차량 제조사에 대한 책임 범위도 커질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험 운행하던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옆 차선의 버스와 충돌한 사고가 났을 당시 구글은 “우리 차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우리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며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제조사뿐 아니라 도로 등 주변환경도 중요해진다. 이중기 홍익대 법과대학장은 “도로 조명, 통신, 포장상태 등 도로환경도 중요해지기 때문에 도로관리자와 교통신호 관리자 역시 책임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책임을 중시하는 현재의 교통사고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보험법, 자동차관리법 등 수많은 법률을 정비하고, 필요하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애기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는 “완전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앞, 옆, 뒤차에 탄 운전자 정보와 위치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실시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도 중요 문제”라고 말했다.
 
빈센트 반 고흐, 렘브란트 화풍도 AI 학습
질감까지 재현, 그림 하나에 920만원에 달해

 
한편 증권분석, 기사작성 등 뿐 아니라 정보 감정을 담은 수필작성까지 가능해진 AI가 미술처럼 정서가 필요한 예술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네덜란드 기술자들과 공동 개발한 AI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한 그림을 그려냈다고 B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AI는 지난달 이세돌 9단을 4-1로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탑재했다.
 
이 AI는 먼저 렘브란트의 작품 여러 점을 입력해 분석하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들을 학습했다. 알파고가 지난 기보들을 통해 바둑 고수들의 특징을 학습한 것과 동일한 원리다. 개발팀은 15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렘브란트의 그림 자료를 3D스캔 기술로 정교하게 디지털화한 뒤 컴퓨터에 입력했다. AI는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그림 속 사물의 위치와 구도, 사용된 미술도구 등을 분석하면서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을 학습했다.
 
그 다음 개발팀은 이 인공지능에게 모자를 쓰고 하얀 깃 장식과 검은색 옷을 착용한 30~40대 백인 남성을 그리라고 명령했다. "렘브란트의 화풍으로 그리라"는 명령 외엔 아무런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았다. AI는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렘브란트와 똑같은 화풍으로 남자의 초상화를 그려냈다. 3D프린팅으로 인쇄된 이 그림은 유화의 질감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네덜란드 기술자들과 공동 개발한 AI가 그린 렘브란트의 화풍의 그림     ©
▲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한 구글의 AI가 그린 그림     ©
마이크로스프트와 네덜란드의 델프트과기대·렘브란트미술관 등은 2년 전부터 인공지능으로 렘브란트의 화풍을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여기에 '넥스트 렘브란트'란 이름을 붙였다. 이 프로젝트의 컴퓨터 기술을 총괄한 이매뉴얼 플로레스 기술 감독은 "우리의 목적은 렘브란트와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히며 "이런 작업을 통해 명작이 왜 명작인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AI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켜 유명 화가를 따라 하게 만드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딥 러닝 기술로 인공지능에게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화가의 화풍을 학습시키려 시도했다.
 
지난 2월엔 AI가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구글과 함께 이 전시회를 주최한 비영리재단 그레이에리어 파운데이션은 전시품 판매 수익으로 9만7600달러(1억1265만원)를 벌었다.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하나에 8000달러(92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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