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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님의 선학원 강제경매를 통해 본 조계종-선학원의 갈등과 분열

신민형 | 기사입력 2016/05/02 [07:18]
법인관리법에 대한 입장 차이, 스님들과 신도들까지 황폐화

한 스님의 선학원 강제경매를 통해 본 조계종-선학원의 갈등과 분열

법인관리법에 대한 입장 차이, 스님들과 신도들까지 황폐화

신민형 | 입력 : 2016/05/02 [07:18]
▲ 조계종 합천 통도사 소속으로 백운선원의 분원장을 맡았던 징관스님이 선학원 측에 당한 피해에 대한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아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에 들어갔다.     ©

법인관리법에 대한 입장 차이, 스님들과 신도들까지 황폐화

 
대한불교 조계종과 조계종의 모태랄 수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과의 ‘재단법인법(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둘러싼 갈등·분열은 해결될 수 없는 것일까?
 
선학원은 불교중흥을 이룩하고자 만공(滿空)·용성(龍城)·혜월(慧月)·도봉(道峰)·석두(石頭)·남천(南泉)·상월(霜月) 등 고승대덕(高僧大德)들이 중심이 되어 1920년 설립한 것이다. ​1934년 재단 법인으로 변모한 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불교의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선학원과 조계종과의 갈등과 분열은 2014년 더욱 불거졌다. 조계종이 종단 내 법인을 두고 '법인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표면화됐다. 대표적인 선승인 송담 스님이 그해 9월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면서 파문이 일었고 조계종에서 독립된 위상을 가진 재단법인 선학원 역시 법인관리법에 반발하면서 조계종 총무원과 갈등을 빚었다.
 
불교정화 운동의 모태 재단법인 선학원,
‘조계종이 재산권 등 재단 권한을 빼앗는다’는 입장

 
종단 내 모든 법인의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관리법에 반발해 제적원을 제출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게 총무원은 그해 10월 승려의 신분을 없애는 최고 수위 징계조치인 멸빈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선학원은 '제2의 정화운동'을 선포하면서 조계종 집행부를 비난했고 “우리는 처음부터 조계종 아니었다”는 선언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조계종과 재단법인 선학원 설립당시 출자한 5개 사찰, 창건주 및 분원장 43명이 재단법인 선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의 첫 심리가 열린 지난해 9월에 그러한 선언이 노골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조계종에선 성매수, 상습도박, 혼인, 불법 금품거래 등은 전혀 죄가 되지 않으며 오직 법인관리법에 반대하는 것이 가장 큰 죄로 몰고 있다“는 조계종에 대한 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조계종은 선학원 이사회가 2013년 4월 11일 정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하여”라는 부분과 임원 선출 자격 중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서”라는 부분을 삭제한 데 대해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에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은 일정한 목적 하에 결합한 인적조직체인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구성원은 사찰, 승려, 신도로써 구성되어 있으므로 재단법인 선학원과 같은 불교관련 재단법인은 그 구성원이 될 수 없으며, 실제로 재단법인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으로 가입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과 같은 소속으로 알고 선학원에 사찰과 토지 등 재산을 증여한 스님과 신도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 서울지방법원이 선학원에 징관 스님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문한 판결문.     © 매일종교신문

통도사 소속 징관 스님, 분원장 맡아 역정 끝에 강제경매 신청까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가 스님·신도에 피해
 
 
이에 “종단과 선학원은 한 뿌리로 절대 분리될 없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명제를 갖고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그 해법은 난망하다.
 
조계종과 선학원의 재단법인법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다를 뿐 아니라 스님세계의 바탕정서에서도 각각의 입장에서의 불신과 원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수행에 전념하던 한 스님이 두 기관 사이의 갈등과 재단관리법에 의해 절에서 맨몸으로 쫓겨나 수행에 차질을 빚고 오랜 투쟁 끝에 급기야 자신에게 피해를 준 선학원에 대한 부동산 강제경매를 하게 된 한 사례에서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를 읽게 된다.
 
징관 스님(속명·김주신)은 지난 4월 재단법인 선학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00 여만원의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선학원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서울 종로구의 선학원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을 4월 14일 받아냈다.
 
그러나 한 스님에 의해 선학원 본부가 강제경매에까지 이르게 된 과정은 험난했으며 이는 결국 두 기관의 ‘재단법인법’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징관스님은 대한 불교조계종 합천 통도사 소속으로 2005년 1월 충북 괴산 백운사의 분원장을 맡았다. 2004년 창건주로 위임된 사람이 2008년 횡령죄로 징관 분원장에게 고소당하는 등 재산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었으며 2009년 선학원을 사고사찰로 지정하고 그해 새 재산관리인을 임명하고 분원장을 인계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2010년 부동산 퇴거명령과 함께 부동산 인도집행이 이루어졌다.
 
징관 스님이 소장했던 묘법연화경 3권 등 문화재급 유물과 집기 등 소유물들은 컨테이너 박스로 옮겨졌다. 다만 법원은 ‘채무자의 수취요청이 있을 때 즉시 인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신도회장이었지만 선학원이 임명한 재산관리인보다 실질적으로 관리, 운영을 맡았던 사람이 이를 소훼했고 법원은 선학원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지난 4월 내린 것이다. 법원은 “묘화법화경 등이 소훼됐을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만 그 확실성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2000만원에 소장이 발부된 이후 2년간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이러한 판결 배경에는 징관 스님이 백운선원에서 합동천도제를 지낼 때 이들 관리인이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한 것도 감안되었다.
 
징관 스님으로서는 자신의 귀중한 소장물과 소유물에 대한 피해는 법적으로 얻어내지 못하고 위자료로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조계종 종단법’을 무시한 선학원에 대한 분노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재단법인 선학원으로선 ‘사찰을 증여하면, 해당 사찰이나 스님은 법적 권한을 상실’하고 ‘사찰을 증여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증여자는 소송주체가 될 수 없다’는 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행과 포교에 전념해야 할 스님이 두 기관의 갈등과 분열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뿌리인 다른 한편의 기관에 대해 분노를 갖고 있는 것은 두 기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두 기관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스님들의 수행과 포교에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전통사찰 백운사는 황폐화되어 스님, 신도들 모두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종교가 인류의 구원, 국가·사회의 화합과 평화를 내세우기에 앞서 우선 자신의 종교 수행자들과 신자들이라도 마음 편하게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건은 요원하기만 하다.
 
▲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와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전국비구니회장 등 3자의 대표들이 조계종과 선학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동의서에 합의했지만 입장차이가 커 그 해결이 요원하다.     © 불교방송 캡쳐 사진
 
갈등과 분열 해결 움직임, 입장 차이 커 난망
인류 구원에 앞서 수행자·신자들부터 수행여건 마련해줘야

 
이러한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과 분열을 해결해보려는 움직임 일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이고 각자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와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전국비구니회장 등 3자의 대표들이 조계종과 선학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동의서에 합의했지만 선학원은 ‘법인관리법 폐지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또한 선학원 소속 승려와 도제에 대한 각종 권리제한을 해제하고 징계 받은 임원을 사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학원에 대해서는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조항과 재단임원 자격을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원상복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수계, 승려증 발급, 조계종 승적 포기각서 요구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함께 재단 임원 선출제도를 개선해 이사는 지역별로 분원장 추천을 받아 선출하고, 이사의 3분의 1은 분원장 중에서 총무원장이 추천하도록 하며, 분종 혹은 탈종하려 할 경우 각 분원의 창건주, 분원장,관련 도제들로 구성되는 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의 수백개 선학원 소속 분원을 순회하며 동의서에 동의를 얻어냄으로써 선학원 이사회의 입장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분원장과 스님들간의 입장의 차이가 커 또 다른 분란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선학원은 지난 4월 6일 ‘장로(니) 추대식 및 범행단 결성대회’를 개최해 원로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로 이뤄진 장로원을 구성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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