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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선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행로집 비교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6/05/04 [06:20]
조선 후기 조기진의 4권4책 시문집, 김현길 교수 고증 관심

고불선원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행로집 비교

조선 후기 조기진의 4권4책 시문집, 김현길 교수 고증 관심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6/05/04 [06:20]
조선 후기 조기진의 4권4책 시문집, 김현길 교수 고증 관심
고불선원 유일본‘幸老手隨方觀’은 서간문으로 시대상 알게 하는 내용 담아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3권 3책의 행로집이 충주 고불선원에서 또 다른 한권인 ‘행로수수방관(幸老手隨方觀)’이 발견됨으로써 4권 4책임이 밝혀졌다.     © 매일종교신문
 
행로집(行老集)은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이며, 흥선대원군(1820~1898년)의 사돈인 조기진(趙基晉 1778년~ 미상)의 시문집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3권 3책(天, 地, 人)의 필사본이 보관되어있는데 충주 고불선원에서 또 다른 한권인 ‘행로수수방관(幸老手隨方觀)’을 포함한 4권 4책의 원본이 발견되어 충주대학교박물관장을 지낸 김현길 명예교수가 그 비교분석을 하여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판본을 기준으로 할 때, 권1에 잡저 37편, 품목 8편, 서발(序跋) 3편, 권2·3에 시 611수, 만사 7수, 행장 1편, 제문 6편, 서(書) 72편, 기(記) 15편, 서(序) 6편, 발 3편, 명(銘) 4편, 찬(贊) 3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잡저에는 일상생활 중에 신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한 것이 많다. ‘야신진퇴구배(夜神進退俱拜)’는 밤에 출입을 할 때는 신이 중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중해 배행하고 돌아오는데, 작별할 때는 꼭 절을 해 경의를 표시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고불문답(古佛問答)’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점에서 부처와 성리·인생·시운 등에 대해 문답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접과목(接果木)’은 과일나무를 접목한 뒤 그 원리의 오묘함과 기술의 신통함을 과학적으로 기록한 것이며, ‘죄필자징(罪必自懲)’은 죄를 지은 사람은 국가나 다른 사람이 벌을 주지 않아도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스스로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호서소관품목(湖西所關稟目)’과 ‘토산현감징록절목(兎山縣減徵錄節目)’은 토산현감으로 있을 때 주민의 생활상을 살핀 뒤 개정해야 할 사안과 시행해야 할 사안을 적고, 토산현에서 종래의 폐정을 개선해 주민의 부담을 경감한 상황을 보고한 기록이다.
 
시는 운율이 청아하고 격이 높다. ‘상원야(上元夜)·전춘(餞春)·중양(重陽)’ 등은 계절의 변화하는 모습을 읊은 것이다. ‘송별(送別)’과 ‘객정(客情)’은 이별의 쓸쓸함과 나그네의 적막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서(書)는 주로 당시 고관이나 친지들과 안부를 전한 내용의 서찰이다. ‘인릉도감일기(仁陵都監日記)’는 인릉도감의 조성 때 문서의 책임을 맡아 공사의 시행 과정, 공사의 진도, 인부의 수, 상부의 지시, 주의 사항 등을 기재한 일기이다.
 
고불선원에서 발견된 ‘행로수수방관(幸老手隨方觀)’은 기존에 발견된 3권 3책을 정리한 보충집으로 현재의 수필집으로 볼 수 있다.(이상 한국정신문화백과사전 참조)
 
▲ 고불선원 소장의 행로집 4권4책 원본.     © 매일종교신문
 
고불선원의 원본은 천, 지, 인, 수수방관 등 총 4권으로 되어 있으며 특히 수수방관에는 그 당시 고급관리들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글과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서간(편지글)등 아주 소중한 역사적 자료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김 교수의 연구분석에 따르면 “저자 행로선생이 60세를 전후해 문집을 1차 정리해 2질을 만든 후 1질은 저자의 손을 떠나 현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는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1질은 그 후 새로운 작품을 수록해 보완했는데 이것을 고불선원 소장본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수록된 부분이 60세 이후로 보여지기 때문에 실질적 원본이라는 것.
 
고불선원본의 3책 머리 부분에 ‘行老集序를 홍우길(洪祐吉)’이 쓰고 계해(癸亥.1923)년에 유택동(柳宅東)의 ‘행로선생 詩集序’(2책 말미에도 있음)가 있다.
 
중앙국립도서관 소장본을 해설해놓은 한국정신문화백과사전에는 총 611편으로 소개되었으나 실제 597편으로 확인했으며 2책의 고불선원본에는 도서관본에서 빠진 시들이 있어 그 합계는 두 책을 아우른 수이다.
 
행로집은 내용은 앞에 소개한 바와 같으며 고불선원의 유일본인 4책 행로수수방관은 도서관본 3책 중 ‘書’ 72편에다 추가된 같은 종류의 서 320여 편을 합한 390 여편을 엮었다. 친지진족간, 그리고 친분있는 당시 관료들 간에 오간 사안 등의 서간문으로 시대상을 알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4책의 시와 서 대부분은 저자의 생활 속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가감없이 표현한 작품들로 글제를 보아도 매우 정감이 간다” 고 평가한다. 일기로 쓸 소재를 시로 표현한 것으로 당 시대의 사회상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보와 자서(自序)의 내용은 자신의 관계뿐 아니라 관련된 상황까지도 기록하고 있어 행로선생이 관직에 있었던 관계로 당시의 정관계 일면도 알게 되는 자료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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