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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 십자군전쟁의 업보, IS 성당테러로 드러나나?

매일종교 뉴스2팀 | 기사입력 2016/07/27 [21:50]
십자군 처형법으로 신부 참수, IS의 ‘종교전쟁 구도’ 우려

1000년 전 십자군전쟁의 업보, IS 성당테러로 드러나나?

십자군 처형법으로 신부 참수, IS의 ‘종교전쟁 구도’ 우려

매일종교 뉴스2팀 | 입력 : 2016/07/27 [21:50]
▲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 기념비에 IS 테러범들에게 희생당한 자크 아멜(86) 신부의 추모소가 마련돼 꽃다발과 추모글 등이 놓여져 있다.    

십자군 처형법으로 신부 참수, IS의 ‘종교전쟁 구도’
우려
 
11세기 말-13세기 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원정이 십자군 전쟁이다. 그 잔인한 행위의 업보가 1000년 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끔직한 테러로 나타나는 것일까. 십자군전쟁을 핑계로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이슬람극단주의 의도의 불순함에도 불구하고 십자군전쟁의 악업에서 연결되는 것이며 그 반복의 역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 2명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성당을 침입해 신부 한명을 살해한 사건은 그동안 관광객이나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하던 것과 다르게 '종교시설'에 침입했다는 점에서, 종교전쟁으로 비화되는 듯 하다.
 
성당에서 미사를 집도중이던 신부를 과거 중세 십자군 전쟁때 처형법으로 살해했다는 점에서 이슬람 성전인 '지하드'로 몰고가려는 IS의 의도가 엿보인다. 유럽 국가들을 '십자군 동맹'으로 지칭하며, 성당 테러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종교전쟁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IS는 그간 오랜 기간 가뒀던 포로를 참수한 적은 있지만, 일반 성직자를 범행 현장에서 흉기로 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질로 잡혔던 한 수녀는 “테러범들이 하멜 신부를 강제로 무릎 꿇린 뒤 제단에 올라가 아랍어로 설교했고 이후 흉기로 그의 목을 길게 그어 살해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테러범들은 신부를 ‘이단자’로 칭하며 죄수처럼 다뤘고, 성당에서 아랍어로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도 전해졌다. 수녀는 “한 테러범이 이 모든 과정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녹화했다”고 전했다. 이슬람교에서 참수는 이단자나 배교자에게 행하는 굴욕적인 행위다.
 
IS가 중동에서 기독교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한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유럽에서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직접 테러를 벌인 일은 전례가 없다.
 
IS가 이번에 프랑스 성당을 공격해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대립을 부각시킨 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국 주도의 연합군 공격으로 중동에서 세력이 약화되자 서방과의 대결을 성전이라는 구도로 재편하기 위해 서방의 종교시설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IS는 각종 선전물에서 연합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일컬어왔다. 이번 프랑스 성당 공격을 통해 연합군을 1,000년 전 이슬람을 공격했던 십자군으로, IS를 핍박받는 이슬람의 수호자로 각각 이미지화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IS세력의 결집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반면 기독교인이 다수인 유럽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켜 무슬림을 소외시키고 이를 통해 이들을 IS 추종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프랑스 전국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동안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 사례가 2014년에 비해 4배 이상 폭증했는데 이번 성당 테러가 이러한 추세에 더욱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성당 테러 발생 직후 규탄 성명을 내놓고 “프랑스 내 모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IS가 프랑스의 전통적 종교시설을 공격한 것은 프랑스 극우파의 반발을 부추기려는 의도이다”라며 “유럽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공존하는 ‘회색지대(grey zone)’를 제거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IS는 지난해 중순 프랑스어 홍보 잡지를 통해 “그들의 심장부에서 공포를 일으켜라”라고 선동하면서 테러 대상으로 삼을 프랑스 교회 목록을 공개했다. IS가 이번에 종교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테러에 나서면서 기독교인이 다수인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영국은 테러 발생 직후 자국 내 약 4만7,000개의 교회 시설 주위에 경찰력을 보강했고,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도 종교 시설들에 대한 테러 방비를 강화했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프랑스 정부는 이번 성당 테러를 계기로 안보를 위해 시민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이스라엘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내가 신부다', '내가 가톨릭교도다' 구호 퍼져나가
 
프랑스의 전통적 종교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IS가 극우파의 반발을 부추김으로써 서방에서 기독교인들과 무슬림이 공존하는 '회색지대'를 제거하려는 속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잇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유럽 극우주의자들의 반(反)무슬림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양쪽이 분열해 서로 공격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정교 분리의 세속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공식적으로 종교별 인구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무슬림 인구는 500만∼600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프랑스 인구 6천655만명 가운데 기독교도는 63∼66%, 무슬림은 7∼9%다.
 
프랑스 내 무슬림 대다수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모로코·튀니지 등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민자와 그 후손들이며 수니파가 다수다. 이번에 성당 테러를 저지른 2명 중 한명인 IS 추종자도 알제리계다.
 
디디에 르루아 벨기에왕립군사아카데미 연구원은 유로뉴스에 "지금은 종교 전쟁이 아니지만 그렇게 갈 것이다. 프랑스의 특정한 부분, 이제까지 공격당하지 않았던 프랑스 가톨릭을 도발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무슬림 이민자가 급증한 프랑스 사회를 종교적 대립으로 분열시키려는 의도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테러리즘의 이 같은 전략적 공포 유발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가 신부다(Je Suis Pretre)', '내가 가톨릭교도다'(Je Suis Catholique), '내가 기독교인이다'(Je Suis Chretien) 라는 구호가 퍼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등장한 '내가 샤를리다' 구호가 성당과 신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증오와 그에 따른 반격이 생겨나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라는 구호가 나왔듯이 ’나는 카톨릭교도·기독교인이 아니다‘라는 반대구호가 등장할지 모른다. 십자군전쟁, 종교전쟁이 반복되어 또 하나의 업보가 누적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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