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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달성되지 않은 굿, 위안 얻었으면 사기 아니다”

매일종교 뉴스1팀 | 기사입력 2016/08/16 [19:50]
법원 판결, “상대방 속인 뒤 부정한 이익 취해야 사기죄”

“목적 달성되지 않은 굿, 위안 얻었으면 사기 아니다”

법원 판결, “상대방 속인 뒤 부정한 이익 취해야 사기죄”

매일종교 뉴스1팀 | 입력 : 2016/08/16 [19:50]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얻는 마음의 위안·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해도 무속인이 요청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속인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상대방을 속인 뒤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단독(임지웅 판사)은 16일 이같은 판결문을 내고 무속인 B씨가 무속 행위를 하며 굿 값 등으로 챙긴 4억5천876만원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A씨는 지난 2006년 말 집에 놀러 온 무속인 B(62·여)씨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2002년 미국에 이민을 가 사는 친구 C(53·여)씨 가족사진을 본 무속인이 C씨의 둘째 아들이 단명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은 A씨는 고민 끝에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했다.
 
A씨는 "잘 아는 용한 무당이 그러는데 작은 아이가 오래 살 운명이 아니고, 시댁의 돌아가신 조상들이 아이를 힘들게 한다더라, 궁금하면 전화하라고 하더라"라며 무속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줬고, 친구는 찜찜한 마음에 무속인에게 전화했다.
 
무속인은 C씨와 통화를 하며 "둘째 아이가 단명한다.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야만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자녀에게 큰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한 C씨는 2008년 3월 6일 방생 기도비 명목으로 80만원을 보냈다.
 
이때부터 2014년 8월 8일까지 6년여 동안 무속인 B씨는 C씨 가족에게 닥칠 우환·액운 등을 운운하며 굿 값과 제사 비용, 방생기도비, 초 구입비 명목으로 모두 148차례에 걸쳐 4억5천876만원을 받았다. 한차례 309만원가량이다.
 
무속인 B씨는 또 "내 딸이 서울에서 가게를 여는 데 개업비용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 달라"며 2014년 4월 16일 1천만원을 비롯해 모두 3차례에 걸쳐 3천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C씨 가족은 결국 지난해 12월 고소를 했고, 경찰은 "굿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닥칠 것처럼 수시로 현혹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의 굿값을 요구한 경우 사기성을 인정해 처벌한다"며 이 무속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딸 개업비용으로 받아 갚지 않은 3천5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무속인 B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무속에 의지해 보려는 생각에서 B씨의 적극적인 속임 행위가 없었음에도 지속해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B씨의 무속 행위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굿 값 등 비용이 무속 행위 규모나 횟수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통상의 범주를 벗어난 이례적인 고액이라거나 너무 자주 굿을 시행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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