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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 시립희망원 의혹에 사과

매일종교 뉴스1팀 | 기사입력 2016/10/15 [22:30]
인권유린, 노동 착취, 시체유기, 부식비 횡령 등 각종 비리 터져나와

천주교 대구대교구, 시립희망원 의혹에 사과

인권유린, 노동 착취, 시체유기, 부식비 횡령 등 각종 비리 터져나와

매일종교 뉴스1팀 | 입력 : 2016/10/15 [22:30]

SBS '그것이알고싶다' 폭로 방영일에 대교구 인수한 매일신문은 1면 톱에 옹호기사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 교구장(대주교)이 13일 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대구시민과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근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희망원·박강수 원장) 인권 유린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조 대주교는 이 글에서 “희망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대구대교구의 교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구시민과 교구민에게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감사에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는 지난 8일 '가려진 죽음-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편에서 대구광역시립희망원(희망원·박강수 원장)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노동 착취와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희망원은 노숙인, 조현병 환자, 지체장애인 등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지난 2년 8개월 사이에 수용 인원 10%에 달하는 129명이 사망,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희망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을 고발했다. 희망원 출신 한 남성은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망원 직원들이 "줄로 묶고 자물쇠를 채워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한 3일을 패는데 맞다가 기절하면 깨워서 또 팼다"고 회상했다.
 
수용자가 사망하면 직원들이 시체를 바로 치우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남성은 "많이 죽는 날은 하루에 3명도 죽었다. 일주일에 5명 정도는 죽었다고 본다"며, "죽자마자 치우는 게 아니다. 3, 4일이 지나면 사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쥐가 눈을 파먹은 것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수용자를 감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희망원을 찾은 제작진은 한 조현병 환자가 안에서 문을 열 수 없는 방에 갇혀 있는 걸 발견했다. 희망원 직원은 환자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걸 막기 위해 심리안정실에 가뒀다고 항변했다. 제작진과 희망원을 찾은 전문가는 오히려 방 안에 위험 시설이 많다며 의료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 착취와 부식비를 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장애인을 데려다 부원장 집에서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시키고, 뇌성마비를 앓는 부원장 아들을 돌보게 했다는 것이다. 이중장부를 만들어 단가를 조작하거나 물품 수량을 부풀려 부식비를 조작한 흔적도 확인됐다. 방송이 나간 뒤,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희망원 문제를 보도했다.
 
한편 대구시립희망원은 국정감사에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도 일으켰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갑)은 13일 "희망원 측으로부터 2012년 2∼11월까지 10개월간 식단표(스캔 파일)를 받았는데 제보자의 것과 비교해보니 여러 부문에서 달랐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제보자는) 2012년 당시 희망원 식당에 게첩 되었던 식단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던 '실제 식단표' 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2년 2월 2일 희망원 측이 제출한 식단표에는 중식으로 '소불고기'가 표기돼 있지만 (제보자가 제공한) 실제 식단표에는 '돈불고기'로 표시됐다. 또 4월 27일 희망원측 식단표에는 '소불고기'였지만 실제 식단표에는 '없음'으로 표기되는 등 두 자료에 현격한 차이가 발견됐다고 김 의원은 덧붙였다.
 
희망원은 대구시가 1958년 노숙인 복지시설로 설립했다. 1980년부터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대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36년째 운영 중이다. 노숙인 재활·요양 시설, 정신 요양 시설, 지체장애인 거주 시설을 갖췄다. 일시에 1,15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희망원은 2014년까지 연속 6회 우수 시설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최우수 사회 복지시설로 선정돼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가톨릭이 대구 지역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복지시설이다.
 
한편 1946년 창간되어 1950년 천주교 대구교구가 인수한 대구경북 지역 주요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 방영일인 8일 시립희망원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편집국 내부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매일신문은 ‘시립희망원엔 1500여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란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기자 이름 대신 ‘사회부’ 바이라인으로 나간 이 기사는 △수용자 과다 사망 △구타 등 인권침해 △급식 납품 비리 △강제 노동 등 언론과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주요 의혹에 대해 시립희망원측의 해명을 싣는데 치중했다.
 
이에 매일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13일 성명을 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처지가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지난 1년 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립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다”며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이어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의 사적 재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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