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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박사의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17
바둑 上手 인정하듯 神)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기사입력: 2016/11/01 [14:1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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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상수(上手)의 실력을 인정하듯이
신(神)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는 ‘책의 종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하나님의 귀한 말씀을 모두 문자화하여 책 속에 담아놓았고 우리는 이 책을 성경(Bible)이라 부른다.
 
바둑 역시 수많은 바둑기술과 역사적 사실, 그리고 바둑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수많은 문학예술 작품들이 문자와 그림으로 책속에 기록되어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으니 바둑을 ‘책의 게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고대 중국인들은 바둑을 단순히 오락으로만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 천문 지리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세계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 설명하고 논할 수 있는 아주 신성스러운 존재로 간주하고 또 대접하여 왔다.
 
바둑고전 현현기경(玄玄棋經)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우집(虞集, 중국 元나라 仁宗때 한림학사겸 나라의 제사를 맡아보는 관직을 지냈음. 자는 伯生, 호는 道園인데 사람들은 그를 邵庵先生라고 불렀다)의 서문(序文-원래 邵庵老人序라고 해야 맞겠지만 玄玄棋經序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 중에는 바둑을 우주 천체와 더불어 우리 인간사에 빗대어 장황스럽게 설명해 놓은 대목이 나오는데 여기 그 일부를 원문 그대로 소개해 본다.
 
대저 바둑은 하늘과 땅의 모나고 둥근 형상(形象)을 본떠서 만들어졌기에 그 속에는 음(陰)과 양(陽)의 움직이는 고요한 이치가 있고 별자리의 서열(序列)이 있으며, 바람과 구름의 변화하는 기틀이 있고, 봄과 가을의 살리고 죽이는 권도와 산과 강물의 겉과 안 같은 모양이 있으며 세도(世道)의 오름세 내림세와 인사(人事)의 성(盛)하고 쇠(衰)해지는 모든 이치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유능(有能)한 사람이라면 바둑으로 인(仁)을 지키고 의(義)로 행하며 예(禮)로 질서(秩序)를 정하고 지혜(智)로 사리(事理)를 판별(判別)할 수 있으니 바둑을 어찌 보통 다른 기예(技藝)와 같이 소홀하게 여길 것인가!

夫棋之制也, 有天地方圓之象, 有陰陽動靜之理, 有星辰分布之序, 有風雲變化之機, 有春生秋殺之權, 有山河表裏之勢. 勢道之升降, 人事之盛衰, 莫不寓是. 惟達者守之以仁, 行之以義, 秩之以禮, 明之以智, 夫烏可以尋常他藝忽之哉!
 
주: 현현기경보다 더 오래 전에 출간된 北宋 때의 바둑 고전 기경십삼편 기국편(棋經十三篇 期局篇)에는 바둑을 우주관과 인생관에 빗대어 보다 더 상세하게 풀이해 놓았음.

아래 그림을 보면 고대 중국인들이 바둑판과 바둑돌을 이용하여 천원(天元) 자리에 북극성을 올려 놓은 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와의 거리를 이해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의 그림은 후세사람들이 다소 의도적으로 짜 맞추려는 듯한 느낌이 매우 짙다. 왜냐하면 바둑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19줄 바둑판은 중국 수(隋)나라 당(唐)나라 시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발굴된 바둑 관련 유물들로 미루어 보건대 수 당 시대 이전의 바둑판들은 거의 모두 17줄 혹은 15줄 바둑판이 대세였다.
 
아무튼 과거 중국인들은 바둑을 단순한 오락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신성한 것으로 여겼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예로부터 바둑을 즐겨 두어온 동양 삼국(중국, 한국, 일본)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내려오는 공통적인 속성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둑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 대부분이 종교를 믿지 않는 무종교론자라는 사실.
 
어떤 이는 16세기 일본의 유명한 바둑 고승 산사(算沙- 본인방의 시조)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조혜연 프로 등을 예로 들며, 왜 바둑고수들이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함부로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박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신분이 단지 종교인이었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 된 종교인이라고 인정해 줄만한 근거는 없으며, 조혜연 프로는 예외로 치더라도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극소수 개인의 경우가 아닌 절대 다수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혹시 필자의 주장이 의심스럽다면 어느 누구라도 좋으니 재미삼아 한 번 한국 기원이나 일본 기원, 중국 기원의 소속 프로기사들이 단체로 모여 식사하는 곳을 찾아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라.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감사의 기도를 제대로 올리고 나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식사 전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지 않은 채 그냥 먹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아니오 거의 절대 다수임을 알고 나면 어느 누구든 놀라움을 금치 못하리라.
 
다른 것도 아닌 우주 천문 지리와 우리네 인간사를 빗대어가지고 만들었다는 마치 종교의 어느 교리를 연상시키는 신성한 게임인 바둑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이라는 사실은 실로 놀랄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이 되어가지고 곰곰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번 게임 승패는 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합니다. 저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니 신(神)이시여! 제발 이번 승부에서는 제가 꼭 이기게 도와주옵소서!’ 라고 어느 프로기사가 자신이 믿는 신(神)에게 간절하고 애절한 기도를 올렸다고 치자.
 
하지만 그런다고해서 질만한 게임을 이긴다거나 어려운 상황이 별안간 호전될 수는 없는 법!
 
자기 딴에는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지극정성을 다하여 기도하고 열심히 바둑을 두었건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오곤 한다면 자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것은 곧 자기가 믿는 신을 불신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리고 바둑의 속성상 복기(復棋-두었던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두어가며 한 수씩 검토해 보는 것)를 자주 행하다보면 자신의 실수나 부족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데, 이것은 오로지 자기가 잘못 결정을 해서 둔 탓이지 결코 다른 요인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에 쉽게 다다르게 된다.
그러니 바둑이나 체스, 장기 같은 보드게임에 종사하는 승부사들은 대부분 종교를 불신하게 되고, 따라서 여타 모임 구성원들에 비해 프로기사들의 모임 구성원 중에는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이 월등히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이들(프로기사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바둑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진실 된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예를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이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도 바둑 승부에 관한한 믿을 거라곤 오로지 자기 자신 하나 뿐이라는 생각이 뇌리 속에 깊숙이 박혀 있으므로 게임을 하는 도중은 물론 그 후에라도 신(神)을 찾거나 신에게 의지해 보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들(바둑인들)이 어떤 계기로 인하여 신의 존재를 알게 되거나 믿는 입장이 된다면 어느 누구 못지않게 열성적인 신앙생활로 몰입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바둑책으로 올바른 정석(定石)과 포석(布石) 방법, 그리고 일반적인 기리(棋理)를 믿고 공부하고 의지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제대로 된 교리(敎理)를 한 번 접하기만 한다면, 상수(上手)의 실력을 스스로 인정하듯이 신(神)에 대한 믿음과 갈망을 매우 쉽고 확고하게 다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바둑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를 이곳에 연재하고 있는 것이다. <바둑학 박사· 바둑의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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