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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낀 한의학⓵

최재훈 | 기사입력 2017/02/14 [07:29]
외과의사 매형과의 교감

몸으로 느낀 한의학⓵

외과의사 매형과의 교감

최재훈 | 입력 : 2017/02/14 [07:29]

외과의사 매형과의 교감
 
한의대 본과 3년이 끝나가는 겨울 어느 날 겨울 의료봉사활동을 며칠 앞두고 다리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자꾸 신경이 쓰이더니 하루 만에 주먹 반만 한 크기의 종기로 발전되어 쑤시고 오한과 함께 열나고 걸을 수조차 없었다. 점점 고통이 심해져 매형(외과·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상담한 결과 간단한 절개 수술, 소독, 처치, 항생제 주사, 항생제 복용으로 최소 7일~10일은 고생해야 되니 의료 봉사를 포기하고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도 이제 1년만 지나면 한의대 졸업과 동시에 국가고시 후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한의사로서 환자 치료를 해야 되는데 하고 생각하는 중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종기도 하나 못 고치는 주제에 무슨 남을 치료한단 말인가, 다리를 자르는 한이 있어도 내가 직접 한약만으로 고칠 것을 결심했다. 문헌을 찾고 고심고심하여 처방을 구성하여 단 2첩(오후 1첩, 자기 전 1첩복용), 1회 복용으로 쑤시던 다리가 훨씬 편해지고 2회 복용 후 잠을 자게 되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리가 아무렇지도 않아 종기 난 부위를 보니 조그만 구멍(1cm의 깊이, 직경 4mm)만 있을 뿐 부종, 농이 완전히 가라앉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불을 보니 온통 농이 흘러나온 자국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효과를 확인하게 되었고 그 후 일회용 반창고만 붙이고 의료봉사를 무사히 다녀오게 되었고 외과의사인 매형께서 그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라며 신기하다고 했다. 그 이후 개원하여 임상을 하면서 여러 가지의 자연 항생물질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과의사 매형의 어지럼증과 식도암, 힌방으로 치료
 
한의원을 개원하고 1년 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외과의사인 매형이 내가 왜 그런지 머리만 들면 어지러운데 병원으로 와 달라고 해서 매형 병원으로 왕진(?)가게 되었다.
 
양의학적으로는 원인이 불분명한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 보신다. 아마도 그 종기 사건(?)으로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신 것 같았다. 진찰하고 나니 병명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신다. 한방의학은 병병치료 의학이 아니고 증치 의학이라서 병명이 없다고 말하니 의아해 하시면서 그럼 원인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기에 "수분대사장애, 한의학 용어로는 '일음'(溢飮)이라는 증상이다."라고 대답하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고칠 수 있느냐고 물어 보신다. 나는 단박에 3일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하니 약 좀 지어달라고 하신다. 苓桂朮甘湯(고방) 6첩 3일분 처방하여 드렸더니 복용한 후 전화가 오기를 "처남 이상해. 안 어지러운데..." 하며 의아해 한다. 나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이상하긴 뭐가 이상합니까? 치료가 되었으니 안 어지럽지요!"하고 대답 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2006년 1월경 매형의 연세 60대 후반 식도암의 판정을 받고 병원의 치료와 나에게 한방의 치료(체질침 치료, 체질약물 치료, 참고로 매형의 체질은 태음인계 담실체질임)를 함께 받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이상 없으시고 가끔 뵐 때마다 침 맞고 한약 먹어서 식도암이 치료된 것 같다고 하시며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식도암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면 사망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것 아닌가. 본인이 외과의사이니 말이다. 지금도 한의원에 오시면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체질침 치료 받으시고 체질약을 지어 달라고 하시며 내가 공부하고 있는 내용을 굉장히 관심 있어 하신다. 내가 항상 존경하는 선생님이신 염태환 선생님에 대해서도 물어보곤 하시며 아주 아주 재미있어 하신다. 매형은 물론 매형 가족들이 아프면 나에게 의뢰하신다. 양의사이면서 열린 마음을 지닌 매형과 나는 같은 의학도로서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  (민제한의원장·24체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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