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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낀 한의학②

최재훈 | 기사입력 2017/02/17 [07:07]
神과 마약 효과 같은 한의 적용 사례

몸으로 느낀 한의학②

神과 마약 효과 같은 한의 적용 사례

최재훈 | 입력 : 2017/02/17 [07:07]

중풍환자와 상한방의 위력
 
한의원을 개업하고 2년이 지난 이른 봄 어느 날, 아들 딸 두 명이 아버지를 부축하고 내원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측 팔다리가 마비되어 왔다는 것이다. 평소 혈압이 매우 높고 며칠 전부터 명치끝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곤란하며 머리가 많이 아팠다고 한다.
 
복진 해보니 심하비(명치 끝이 답답한 것)가 있고 얼굴색이 시커멓고 혈압을 재어보니 170/110으로 혈압이 매우 높았다.
 
즉석에서 삼황사심탕(고방)을 간호사에게 처방하여 30~40분 정도 다린 후 차게 해서 1첩 분량 복용시켰다. 복용한 환자의 말이 약 맛이 아주 개운하고 좋단다. 무지하게 쓴 약인데… 한약은 증상이 맞으면 약 맛이 좋은 것이다. 증상이 맞지 않으면 속에서 받아 들이지 못한다.
 
한약은 생약이고 각각의 약초의 약 맛이 그대로 약효를 발휘하는 것이다. 환자가 호전 될 것을 확신하고 30분정도 지난 후 혈압을 재어 보니 210/140 답답하던 명치끝도 편해지고 기분도 얼굴색도 훨씬 좋아 졌는데 혈압이 도리어 높아진 것이 아닌가? 아하! 이것이 명현(증상이 호전 될 때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이구나! 확신을 가지고 다시 약 3첩을 지어주며 오후에 한 첩, 저녁에 한 첩, 다음날 아침에 한 첩 복용하고 내원하라고 보호자에게 지시했다.
 
다음날 내원하였는데 기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팔과 다리를 쓰는데 불편하지 않고 혈압을 재어 보니 130/80으로 정상이 되었다.
 
고방(상한방)의 위력을 다시 한번 경험하며 스승이신 염태환 선생님이 "고방부터 공부하라." 말씀하신 뜻을 새기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한의사로서 자신감과 긍지를 느꼈다. 그 후 환자는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게 되었고 아들이 나의 치료에 감복하여 의과대학에 입학 하였다는 소식을 부인으로부터(잠시 귀국 했을 때) 전해 들었다.
 
그 부인이 바로 매형 병원의 수간호사이다. 1950년 전 중국 한나라 때의 명의 장중경(상한론의 저자, 고방)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의이다. 이미 염태환 선생님께서 30대 초반에 상한론을 연구하시어 '현대한방강좌'라는 저서를 저작하였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근무하는 하루하루가 용기와 희망찬 시간의 연속이었다. 나에게는 한의학을 연구하며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병원 치료로는 속수무책인 가성 콜레라의 처방
 
경상남도 마산에 사는 한 부인이 전화로 문의하여 왔다. 자기 아들이 14개월 된 아이로 20여 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고열에 설사를 하며 물이고 우유고 먹으면 토한다고 했다. 가성 콜레라(?)로 진단이 떨어졌으나 병원 치료로는 속수무책. 자신의 직업이 간호사인데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의 머릿속에 "渴欲飮水 水入則吐"(갈증나서 마시면 곧 바로 토한다), 상한론(고방)의 구절이 즉시 떠올랐다. 오령산을 즉시 처방하였고 그 약을 복용한 어린아이는 하루 만에, 그 약 두 번 복용에 열이 떨어지고, 설사가 멈추고 젖병을 빨았다. 실로 놀라운 효과였다. 그 후 아이의 아버지가 상경하여 나보고 하는 말이 아이가 아플 때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모른다며 "원장님은 나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하며 술대접을 하며 실컷 마신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어떻게 장중경 선생이 존경스럽지 않겠는가? 스승이신 염태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의학에 대한 인식 깨우쳐준 어지럼증 처방
 
나의 나이 43~45세 사이에 전통적 한의학에 대한 갈증을 풀어 주시고 소문(素問)학회 한의사들을 지도해 주시던 무위당 이원세 선생님. 98세에 작고하시고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98세 봄 까지만 하시더라도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素問학회 한의사들의 공부를 점검해주시던 자상하신 선생님. 우리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못 알아들을 경우에 "내가 조급증이 난다. 노인은 기약이 없는데…" 하시며 안타까움을 토로 하시던 자상하신 선생님….
 
한의학 동지인 가까운 후배의 소개로 부산(무의당 이원세 선생님 거주)에 매주 주말에 공부하러 다니던 시절, 공부 마치고 서울행 기차를 타려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동 중 단골환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 어머니가 극심한 어지러움 증으로 1주일 째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데 1년에 1~2차례, 벌써 10년째 연중행사처럼 극심한 어지러움 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하여 각종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모르고 발병하고 1달 정도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한의원에 오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왜 그런 증상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그런 병도 한방으로 고칠 수 있어요?"한다.
 
나는 "그럼 지금은 무엇하러 전화했습니까?"하니 답답해서 그냥 전화해 봤단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아프면 병원 가고 그냥 답답하면 전화나 해보는 곳이 한의원이고 한의사란 말인가? 한의학의 위력이 무엇인지 나는 이 세상 마지막 날, 눈 감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환자의 증상은 극심한 어지러움으로 누운 채로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소, 대변을 받아 내며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집 거실에 온 가족이 같이 기거하며 교대로 환자를 간호하고 있었다. 보호자가 하소연하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 "오수유탕(吳茱萸湯) 3첩"하고 떠오른다. 환자에게 서울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즉시 한의원으로 내원하라고 하여 오수유탕 3첩(3회 복용 분)을 지어주었다.
 
다음날 오후에 환자의 남편에게 전화 왔는데 느닷없이 "원장님 그 한약에 마약 들어있는 것 아닙니까?"한다. 나는 황당해서 "무슨 말씀입니까"하고 물으니 "환자가 오후에 한 번, 초저녁에 한 번, 그 약을 복용하고 잠이 들고 새벽 한 시쯤 소변이 마려워 깼는데 그 길로 화장실도 다녀오고 설거지 까지 하고 지금은 언제 그랬는가 하면서 아무 이상이 없다"며 너무 신기해서 농담을 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한의학은 바로 이런 것이다! (민제한의원장·24체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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