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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종교 바이러스’ 저지할 ‘이성’이란 백신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1/01/28 [22:29]
‘만들어진 신’ 이후 두 번째 종교 관련 책...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제시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종교 바이러스’ 저지할 ‘이성’이란 백신

‘만들어진 신’ 이후 두 번째 종교 관련 책...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제시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1/01/28 [22:29]

만들어진 신이후 두 번째 종교 관련 책...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제시 

 

2001년 미국 9·11테러 발생 직후, 리처드 도킨스(80)는 한 일간지 칼럼에 종교는 사람들을 언제든 살인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도킨스가 글을 쓴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종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로 인한 대립과 혼란은 극에 달했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종교의 비합리성을 부각해온 도킨스가 ', 만들어진 위험'(김영사 .김명주 옮김. 364. 16800)에서 "신은 없고 비이성적인 믿음만 남았다"며 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논증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무신론자 도킨스는 명저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개체로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했다. 출간 이후 30년 넘게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문제작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신’(2006)에서 신()의 존재는 인간의 망상일 뿐이라며 철저한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종교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책 , 만들어진 위험으로 다시 한번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한다.

 

신간 ', 만들어진 위험'의 원제는 ‘Outgrowing God’. ‘outgrow’는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어떤 생각이나 습관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유년기 세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역설해왔던 그가 믿음의 유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우리 스스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완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특징은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깊게 각인된 신과 성서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흔든다는 점과, 생명의 복잡성 문제로 시작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무신론 변론이다. 무수히 많은 신 중 왜 당신이 믿는 신만이 옳은가? 성서 속 신은 선한 인물인가? 성서를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이제는 만들어진 신과 헤어져야 할 때임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 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성서의 진실을 해부한다. 왜 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성서 때문에’, ‘성서가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도킨스는 그 이유가 왜 합당하지 않은지 성서의 모순, 부정확성, 표절, 부도덕한 가르침 등을 조목조목 밝혀나간다.

 

특히 왜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성경 때문에' 또는 '성경이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신약(27)과 구약(39)을 누가 썼는지 짐작할 수 없다는 점, 구전되며 왜곡됐을 수 있다는 점, 내용의 모순과 부정확성 등을 지적하면서 "성경 이야기들은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사 속 인물이 실존했음을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고고학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성경에서는 그런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도킨스의 주장이다.

 

그는 "예수가 아마 실존했을 것이지만 그의 어머니가 처녀였다든지, 무덤에서 일어났다든지 하는 주장은 매우 비범하다. 그 증거는 훌륭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각각의 동물 종류는 방주가 발견된 장소, 즉 터키 아라라트 산에서부터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패턴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은 각 대륙과 섬마다 그 곳만의 동물이 살고 있는 것이다. 캥거루 한 쌍이 방주에서 나와 도중에 자손을 남기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껑충껑충 뛰어갔다고 상상해야 하나? 나무늘보는 남아메리카까지 터덜터덜 걸어갔을까?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p.77~78

 

2부에서는 진화, 즉 생명의 복잡성 문제를 다룬다. 신이 만든 것만 같은 있을 법하지 않은복잡한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이유, 작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자연선택 과정, 더 나아가 종교적 믿음과 친절 또한 진화의 산물임을 다음가 같이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증명한다.

 

친절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 이 이론을 호혜적 이타주의라고 부른다. () 의식하지 않고도 보답하는 뇌를 만드는 유전자는 자연선택에 유리할 수 있다. 제럴드 윌킨슨이라는 과학자는 흡혈박쥐에 대한 멋진 연구를 했다. 박쥐들이 밤 사냥을 마치고 동굴로 돌아오면 누군가는 굶주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박쥐들은 배 속에 여분이 있을 것이다. 굶주린 박쥐는 포식한 박쥐에게 구걸하고, 그러면 포식한 박쥐가 자기 위에 있는 피의 일부를 토해내 굶주린 박쥐에게 준다. 다음 날은 역할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론상 각각의 박쥐 개체가 포식한 날에 운수 나쁜 날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베풀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 p.311~312

 

리처드 도킨스1941년 케냐 나이로비 출생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다. 2008년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에서 은퇴했고, 이후에도 뉴 칼리지의 펠로로 남아 있다.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이외에 확장된 표현형’(1982), ‘눈먼 시계공’(1993), ‘에덴의 강’(1995),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1996), ‘무지개를 풀며’(1999), ‘악마의 사도’(2003), ‘조상 이야기’(2004), ‘지상 최대의 쇼’(2009),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2011) 등이 있다.

 

<주요 책 귀절>

 

우리는 구약이 실제로 쓰인 시점에 대한 단서를 문장의 시대착오에서 얻을 수 있다. 시대착오는 뭔가가 엉뚱한 시대에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고대 로마에 관한 시대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손목시계를 풀어놓는 걸 깜박한 경우와 같다. [창세기]에 그런 시대착오가 나온다. [창세기]는 아브라함이 낙타를 소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낙타는 아브라함이 죽었다고 추정되는 때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뒤에 가축화되었다. 바빌론 유수 시점에는 낙타가 이미 가축화되어 있었으니, [창세기]가 실제로 쓰인 시점은 바로 이때다.- p.75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신화의 예는 태평양에 있는 뉴기니를 비롯한 멜라네시아의 다양한 섬에서 유행하는 화물 숭배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섬이 일본,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에 점령되었다. 전시에 배달되는 물품의 규모가 태평양의 섬 주민들을 현혹시켰다. 그들이 볼 때 어떤 외국인도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자동차나 냉장고를 만들거나, 그 밖에 유용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놀라운 물건들이 하늘에서 계속 도착했다. 그 물자들이 큰 화물 수송기에 실려 왔기 때문이다. 섬사람들은 그 모든 멋진 화물이 신들, 또는 조상들로부터 오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화물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 의식을 모방하기로 했다. () 전쟁이 끝나 군사 기지가 철수되고 하늘에서 화물이 더 이상 도착하지 않자 섬 주민들은 재림을 기대했다. 그들은 화물신을 기쁘게 해서 잃어버린 풍요의 시대를 되찾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p.81~82

 

신이 아브라함과 욥을 시험하는 이야기에서 나는 성경속의 신이 잔인할 뿐 아니라, 뭐랄까 불안정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질투심 많은 아내를 보는 것 같다. 남편이 바람을 피울까 봐 불안한 나머지 일부러 남편을 시험한다. 예컨대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매력적인 친구에게 남편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신이 모든 것을 안다면, 아브라함이 시험에 처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도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 p.106

 

질투에 눈이 먼 신은 그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세를 당장 내려보냈다. 모세는 금송아지를 가져다 불에 태운 다음 빻아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물에 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시게 했다. 이스라엘의 씨족 중 하나인 레위족은 금송아지에 홀리지 않았다. 그래서 신은 (모세를 통해) 모든 레위 사람에게 칼을 들고 다른 부족을 닥치는 대로 죽이라고 명했다. 그날 칼에 맞아 죽은 자가 대략 3,000명에 이르렀다. 질투에 사로잡힌 신은 이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병을 보내 살아남은 사람들을 유린했다. 봉변당하기 싫으면 이런 신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누가 됐든 다른 신은 쳐다보지도 마라! - p.107

 

자기 당을 배신한 정치인을 유다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유다의 이름은 배반 행위를 상징했다. 하지만 이것이 유다에게 공정할까? 신의 계획을 완성하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가 체포당해야 했다. 유다의 배반은 그 계획에 꼭 필요했다. 왜 그리스도인은 예로부터 유다의 이름을 증오해왔을까? 그는 단지 인류의 죄를 갚으려는 신의 계획에서 자신의 역할을 했을 뿐인데!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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