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앞장선 투투 대주교 별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1/12/27 [14:52]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흑백 정권 교체 후에도 국민통합 나서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앞장선 투투 대주교 별세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흑백 정권 교체 후에도 국민통합 나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1/12/27 [14:52]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흑백 정권 교체 후에도 국민통합 나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와 맞서 싸운 공로로 198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데즈먼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가 26(현지 시간) 선종했다. 향년 90.

 

그는 1994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평화적인 흑백 정권 교체를 이룬 후에도 여러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하자며 국민 통합에 힘썼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의 선종 소식을 알리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애국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와 맞선 지성인이었으며 억압, 불공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연민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애도했다. 또 그의 사망으로 위대한 세대와 작별하는 또 하나의 장이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역시 인종차별 철폐에 기여한 공로로 1993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만델라 전 대통령과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각각 2013, 지난달 11일 세상을 떠났다. 투투 명예 대주교의 별세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큰 획을 세운 세 인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만델라 재단 또한 성명을 내고 그의 삶은 남아공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축복이었다고 추모했다. 이날 남아공 크리켓 국가대표팀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인도와의 경기에서 검은 완장을 착용했다.

 

투투 명예 대주교는 1931년 요하네스버그 인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교사 생활을 하던 1953년 당시 백인 정권이 흑인과 백인의 교육 체계를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하며 사직했다. 1960년 성공회 성직자가 된 후 남아공과 영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1975년 귀국한 후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앞장섰다. 비폭력을 주창했고 국제사회에도 남아공 백인 정권에 대한 제재를 호소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에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부정부패와 정실 인사 또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중지, 기후변화 대책 마련 호소 등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1997년 전립샘암을 진단받고 긴 투병 생활을 했으며 최근 수년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 말년에는 참다운 무지개 국가가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며 수차례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줄곧 협력했으며 WCC도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반 아파르트헤이트 투쟁과 WCC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다.

 

WCC투투 대주교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도덕적 투쟁의 핵심 지도자였다그의 일생의 사역은 남아공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에도 정의를 위한 그의 원칙적인 헌신과 참여의 삶은 흔들리지 않았다그의 신앙은 만인을 포용했고 기독교의 책임이야말로 만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열정적으로 믿고 실천했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또한 그는 우리 모두가 그 믿음 안에 설 것을 촉구했고 신앙을 따라 믿은 대로 살 것으로 지속해서 권면했다고 전했다.

 

WCC 총무 대행 요한 사우카 박사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충실한 공헌자였으며 우리에게 끈기의 가치를 가르쳐 준 투투 대주교를 추모한다“90년 동안 우리에게 투투 대주교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삶과 수많은 업적을 통해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걸 알려줬으며 하나님이 각자에게 준 재능을 통해 이웃을 섬기라는 교훈을 줬다교회가 예언자적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삶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WCC 국제문제위원회의 의장 프랭크 치카네 목사는 투투 대주교는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투쟁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저지른 부당한 행위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함해 전 세계를 누비며 다른 사람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그는 불의에 대항했지만, 용서의 예언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서 없이 미래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인간적인 사회에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 ‘만약 가슴에 증오를 품고 산다면 자신뿐 아니라 여러분의 공동체도 비인간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용서를 앞세웠다고 회상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