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종교문화비평●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①

이호재 | 기사입력 2022/03/19 [19:01]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종교문화비평●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①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이호재 | 입력 : 2022/03/19 [19:01]

이 글은 종교학자인 이호재 원장(자하원 원장, 이하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위원장(<<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 이하 윤승용 위원장)2021122일부터 2022117일에 걸쳐 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대면 인터뷰, 유선통화, 그리고 이메일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당초 이 글은 기독교 언론매체인 <<에큐메니안>>ᄒᆞᆫᄇᆞᆰ 변찬린의 종교사상이라는 주제의 장기 연재 가운데 한국 종교와 한국 교회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히브리대학에서 15년간 성서연구를 한 성서학자 조용식, 세계 신학계에서 한국 신학을 널리 알리고 있는 조직신학자 김흡영,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 이경수와의 연속 인터뷰로 기획되어 다른 인터뷰는 이미 연재되었으나, 이 글은 2021년 발간된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의 공식 배포가 지연됨에 따라 연재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어서 부득이 연재에 포함하지 못한 글이다. <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선맥과 무맥의 앙상블로 전개된종교문화전통

2. 한국종교사의 큰 기틀을 만든,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3. 한국적 기독교의 해석 틀을 만든 변찬린과 민족종교 신관을 통해 본 한국 기독교

4. 종교의 장에서도 추방당한 한국적 기독교

▲ 윤승용 편집위원장(사진 왼쪽)과 종교학자인 이호재 원장  

 

종교학자 이호재 원장과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의 대담

선맥과 무맥의 앙상블로 전개된, 종교문화전통

 

이호재 원장: 오늘은 한국 신종교학회장과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시고, 작년 년말에 종교학계의 큰 염원이었던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을 총괄 기획하고 편찬위원장으로 일하신 종교학자 윤승용 위원장을 모셨습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윤승용 위원장: 저는 한민족이 펼쳐온 종교문화와 그 역사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민족의 종교문화사에 나타나는 민족의 고유신앙19세기 후반에 근대적 종교로 등장한 한국의 민족종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4년 한국민족종교가가 모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의 창립 과정에도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1987년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한 문화적 비평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를 창립한 바가 있고, 지금도 같은 연구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신종교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신종교사전>>(2018, 한국신종교학회와 원불교사상연구원)를 고() 김도공 교수와 함께 책임 편찬한 바가 있으며, 저서로는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한국 신종교와 개벽사상>> 등이 있고, 책임편저로서는 <<한국종교문화사>>(한국종교연구회), <<한국종교의 의식과 의례>>(문화관광부),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한국갤럽) 등이 있습니다.

 

이호재 원장: 한국 종교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 위원장님과의 인터뷰에 기대가 큽니다. 그럼 한국종교 문화의 첫 장에 서술될 수도 있는 한국 종교문화의 원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 가설적 개념은 인문학계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무속이라고 하고, 혹자는 선맥(僊脈)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풍류라고도 말합니다. 또한 동학 등 민족종교의 사상은 근대화된 토착화의 재발견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원형 찾기는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고 말하며 그런 담론 자체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교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승용 위원장: 먼저 종교문화의 원형이라는 말은 너무 실체적인 개념이라서 연구가 부족한 제가 거론하는 것 자체가 좀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기본 전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한국 종교문화의 기본 전통은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일대 퍼져 있었던 신령의 종교인 무맥 전통과 한민족의 고을국기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등장한 신명의 종교인 선맥 전통이 아닌가 합니다. 그 기본 전통은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과 하늘의 이법(理法)으로 세상을 만든다는 이화세계라는 사상으로 단군사화(檀君史話)’에 표출되었고, 이어서 포함삼교(包含三敎)과 접화군생(接化群生)을 담은 풍류도로 계승되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불교와 유교와 같은 외래종교들이 한국적으로 토착화되었으며, 근대 이후 한민족의 위기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여러 민족종교 형태로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서 잘 나타나는 지상선경(地上仙境)과 인존사상(人尊思想) 등도 이 같은 기본 전통의 계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민족종교에 서학의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맥과 선맥과 같은 전통적 종교 관념들을 근대 이후 무조건 근대적 종교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하여 한국종교문화의 기본 전통들이 종교적으로 평가절하당하면서 그 본래의 전통적 의미가 많이 상실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민족과 국가가 함께 하는 민족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근대 이후 훼손당한 한국문화 전통을 찾아 나서는 일을 단순히 국수주의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전통 찾기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보존하려는 하나의 자기 몸부림이지요. 더구나 민족이 분단당하고, 이웃 국가들의 문화침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민족통일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문화적 기초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에 관한 담론들은 현재 복잡한 한국종교문화를 이해하는데 주체성 있는 이해의 틀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래문화를 재창조하는 데도 유용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호재 원장: 한국 종교문화맥락에서 선맥 혹은 풍류성은 창조적이고 회통적이고 수련적인 능동적인 기호이지만, 무맥은 수동적이고 혼합적이고 기복적인 수동적 기호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엘리트종교인 선맥과 민중종교인 무맥을 한국종교문화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가 한국 종교를 이해하는 관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위원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윤승용 위원장: 무맥과 선맥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무맥과 선맥은 분명 서로 다른 신앙양식입니다. 무맥은 무당의 의례 절차에 의한 원풀이나 한풀이와 같은 원과 한에서 해원상생이라는 인간해방을 전제하고 있지만, 선맥은 자신의 수련에 의해 내적 신명을 밝혀 인간완성을 도모하는 신앙양식입니다. 하여 선맥은 인간중심의 종교현상으로 인간 내면에서 영성을 찾는 형식이라면, 무맥은 신중심의 종교현상으로 인간이 신에게 무엇을 요청하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한국종교문화 전통은 선맥이 강한 회통적이고 수련적인 것이라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국문회의 기본 전통이 무맥과 선맥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떨어져서 각각 독자적인 전통으로 각기 발전해서 정착해 왔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고대의 한국종교는 양 전통이 일찍부터 융합된 종교였다는 점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고대종교의 중심주제였던 구도종교가 우리 역사에 완전히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대에 따라 무맥이 강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선맥이 강할 때도 있지 않았나 합니다. 예컨대, 공동체성이 필요로 했을 경우에는 선맥이, 보편적인 종교성이 필요로 했을 경우에는 무맥이 강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양자가 서로 융합되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종교문화도 무맥의 구복성과 선맥의 구도성이 함께 어울려 전승해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합니다만 변찬린 선생이 말한 대무(大巫)와 소무(小巫)의 구분도 이 같은 융합적인 종교문회의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든 무맥과 선맥은 오래된 우리 종교문화의 기본 전통입니다. 보편적인 종교성을 나타내는 무맥과 한국적인 종교성을 나타내는 선맥은 일찍부터 상호 융합이 일어났던 것이죠. 대동굿와 같은 마을 축제를 보면 그런 융합현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양 전통이 고대 고을국가가 형성되면서 풍류도로서 합류되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래서 입장에 따라서 강조점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신에 의지하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신의 권능을 더 인정하는 무맥을 강조하겠죠.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나 유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선맥을 더 강조하겠죠, 그리고 수련적인 선맥을 강조하는 풍류객들은 또 다른 신명객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천지신명에 제를 지내고 노래와 춤으로 신을 맞이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맥의 전통에서 분명 무맥 현상이 나타난 것이죠. 그리고 신명이란 신이 지핀다혹은 신이 난다라는 뜻도 있지만 하늘 태양과 관련하여 빛을 밝힌다는 뜻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신명객의 풍류에서도 무맥과 선맥의 종교현상들, 즉 해원과 상생, 탈혼과 신명, 초탈과 영생 등을 읽어 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풍류의 종교문화가 이후 불교와 성리학에 밀리면서 세련된 상층문화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기층문화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민중을 중심으로 무맥과 선맥이 함께 이어져 온 것이라고 봅니다.

 

필자 이호재 원장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종교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자하원 원장이다. 관심 영역은 동서양 종교 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의 사유 체계를 구축하여 새 축 시대의 영성 생활인'이라는 생활 프로젝트를 세계화하는 데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 종교운동(2018), 한밝 변찬린: 한국 종교 사상가(2017), 인생 지도(201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의 신명(神明)사상과 신명공동체, 한국 재래 종교의 '구원', 변찬린의 새 교회론 연구등이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1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